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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영 “10년 후?…여전히 가수일 것”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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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신 “감사하다.”는 말을 놓지 않는다. 사뿐사뿐 내려놓는 고운 말투 끝자락마다 ‘겸손함’이 뭍어난다.

5집 앨범 ‘원스(Once)’로 돌아온 가수 이수영(29)은 ‘발라드의 여왕’보다 ‘9년차 신인가수’라는 수식어가 더 어울렸다.

“지난 1년간 공백기는 제 가수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고비였어요. 천직이라 믿어던 가수를 못하게 되면 무얼 해야하나…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죠. 기적을 믿으세요? 제게는 이번 컴백이 그래요.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지켜내고 인터뷰를 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감사한 기적’이죠.”

1999년 1집 ‘아이 빌리브(I Believe)’로 24만장이라는 이례적인 판매고를 기록, 발라드계의 기대주로 떠오른 이수영은 이후 ‘네버 어게인(Never Again)’, ‘스치듯 안녕’, ‘그리고 안녕’, ‘라라라’ 등을 잇따라 히트시키며 ‘이수영표 발라드’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냈다.

상복도 쏟아졌다. 2004년 골든디스크 대상을 수상했으며 10대가수 가요제에서 최우수 가수상을 2년 연속 거머쥐었다.

탄탄대로를 걸어온듯 보이는 그녀에게 ‘기적’이란 단어는 의외로 비춰질 수 있다. 이수영에게 있어 ‘기적’은 ‘시련의 극복’을 의미했다. 소속사와의 갈등으로 둥지를 잃어버린 이수영은 올 초까지 ‘다시는 무대로 복귀하지 못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안고 있었다.

“데뷔 9년만에 가장 많은 것을 깨닫게 된 공백기였어요. 쉴새없이 달려와서 느끼지 못했던 소중한 것들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죠. 무대에 다시 설 수 없다는 생각을 하니 지난 매 순간이 제게 ‘기적’이었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되더라고요.”



고비 이겨낸 앨범명 ‘원스’(Once), 초심으로 시작

“우리는 평소 자신이 가지고 있는 행운을 너무도 익숙해서 잘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죠. 저 역시 그랬고요. 모든 걸 잃어버릴 뻔 하고 다시 일어서니까 제가 혼자가 아니란 걸 깨닫게 됐어요. 이제는 제 주변 고마운 분들을 위해 노래하고 싶어요. 다시 한번 처음으로 돌아가서 초심으로 시작하고 싶어요.”

앨범명 ‘원스(Once)’는 이런 의미를 담아 이수영이 직접 지었다. “‘원스’(Once) 뒤에는 사실 어게인(again) 이나 모어(more)가 생략돼 있다고 보시면 되요. 다시 한번 ‘신인 이수영’으로 돌아와서 잘하고 싶은 마음이죠.

이번 앨범은 저에게 1집과 비등한 의미를 갖는 앨범이에요. 데뷔 때 부터 안고 있었던 아픔을 훌훌 털어냈으니 이제야 비로소 제가 ‘보여드리고 싶은 음악’에 전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때문일까. 일명 ‘오리엔탈 발라드’로 독특한 음색과 꺾기 창법을 구사했던 이수영의 음악이 한결 편안해 졌다.

“그간 이수영은 ‘발라드 가수’로 구분했지만, 사실 정확히 말해 저는 한번도 ‘정통 발라드 가수’였던 적이 없어요. 발라드에 기초해 크로스오버적인 느낌이 강했어요. 동양적이거나 아이리쉬, 혹은 팝적인 요소를 가미해 ‘이수영표 발라드’를 강조하려 했죠.”

이번 타이틀 곡의 의미에 대해 이수영은 ‘첫 정통 발라드 도전’이라고 함축했다. “편안하게 불렀어요. 마음을 한결 비우고 나니 제 본연의 목소리로 노래하게 되더라고요. 예전 곡와 큰 차이점을 찾지 못하실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저로서는 큰 변화를 시도한거죠. 음색이 편안해진 대신 가사와 감성적인 사운드에 더욱 심혈을 기울였어요.”



女心 대변하는 발라드 부르고파

타이틀 곡 ‘이런 여자’는 ‘나쁜 여자로 헤어지고 싶은 여자’의 이야기다. ‘니가 미워 니가 싫어 다 귀찮아. 이젠 사랑한다는 말 더는 못하겠어. 미안한데 부탁인데 헤어지자. 날 행복하게 해주는 사람있어 (’이런 여자’ 가사 중)’

“표면적으로는 헤어져달라고, 다른 사람이 생겼다고 이별을 고하는 ‘나쁜 여자’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죠. 하지만 조금만 가사에 귀 기울여 보시면 여성 분들은 아실거예요. ‘헤어지자’는 말이 80%는 진심이 아니라는 걸….

사랑을 하다 보면 ‘못돼 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있지 않나요? 예를 들어 다른 사람이 생긴 건 못된 상황이지만 어떻게 보면 상대방이 채워주지 못한 빈자리가 있었다는 걸 수 있잖아요. ‘헤어지자’는 말이 ‘왜 그랬어. 흔들리지 않게 잡아주겠니’라는 애절한 부탁으로 들릴 수 있다는 걸 남자들은 모르는 거죠.”

이수영은 자신의 노래가 사랑받았던 이유를 “여자들의 마음을 표현한 곡들이 유난히 많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저는 누구보다도 여자의 심정으로 노래하려 해요. 사랑에 있어서는 철저히 여자 편이거든요.(웃음)”

“처량하고 가녀린 음색 탓도 있지만 여자들의 진심을 대변해 주고 싶었어요. 남자분들의 경우 섬세한 분들은 제 가사를 이해하시겠지만 터프한 분들은 ‘아, 헤어지자네’ 하시겠죠? 울고 아픈 마음은 제가 노래로 토해낼게요. 마음의 벽이 없는 따뜻한 사랑을 하셨으면 좋겠어요.”



이수영은 영락없는 ‘가수’였다. 10년 후를 묻자 ‘여전히 가수일 것’이라고 망설임 없이 답했다. 그렇다면 인터뷰 첫머리에 고백했던 ‘가수를 하지 않았으면 무얼 했을까’라는 고민에 그녀는 어떤 결론을 얻고 돌아온걸까.



“바보같이 들리실 지 모르겠지만 결국 ‘노래’였어요. 악단이나 극단에 들어가서라도, 아니면 무명으로라도 저는 노래를 하고 있을 거예요. 고비가 됐던 공백기를 통해 느꼈어요. 제가 노래를 하지 않게 된다면 오직 ‘두 가지’ 경우일 것이라고.

목소리가 나오지 않거나, 제 노래를 들어주는 분이 단 한 명도 없거나….(웃음) 눈치 채셨죠? 평생 노래할게요. 제가 받은 사랑을 모두 되돌려 드릴까지!”

서울신문NTN 최정주 기자 joojoo@seoulntn.co.kr / 사진 조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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