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들이 서로 뒤엉켜 힘을 겨루는 비공식 격투경기가 영국에서 암암리에 열리고 있어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어린 선수들이 니킥과 암바 등 전문 격투기술까지 동원하는 등 성인 못지않은 격렬한 경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영국 랭커셔 프레스턴에 있는 한 클럽에서 최근 8세와 9세 소년들이 출전한 격투경기가 열렸다. 당시 촬영된 영상을 확인한 결과 소년들은 헤드기어나 패드 등 기본적인 보호장구도 갖추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영국 대중지 데일리메일이 전했다.
당초 이 경기는 서로를 가격하지 않는다는 규칙이 있었지만 소년들이 발차기나 펀치 심지어 암바와 니킥 등 전문 격투기술이 여러차례 동원됐다. 중간에 얻어맞은 한 아이가 결국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지만 경기는 속개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를 치루는 사이 등장한 비키니 차림의 라운드 걸도 문제가 됐다. 또 성인관객들이 철조망 안 경기장에서 펼쳐지는 아이들의 격투경기를 지켜보며 응원을 하는 장면 역시 어린이 교육과 보호상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영국의료협회(BMA) 측은 이 경기가 매우 위험하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이 단체는 아무리 의료진이 대기한다고 해도 보호 장구 없이 어린이들이 격렬한 격투경기를 펼치다 보면 뇌손상이나 골절상 등의 심각한 위험에 놓이게 된다고 경고했다.
아동보호 시민단체들은 교육적으로 어린이 격투기경기가 매우 부적절하다고 강하게 반대했다. ‘세이프 칠드런 재단’(Safechild children’s charity)의 로지 카터 회장은 이 경기를 “미친 짓”이라고 강하게 비난하면서 “어린이들에게는 절대 허락될 수 없는 위험한 스포츠”라고 반발했다.
놀랍게도 문제가 된 경기는 선수들의 아버지들이 모두 지켜보는 가운데 열린 것으로 전해졌다. 출전한 9세 키안 매키슨의 아버지인 닉 하틀리(33)는 “아들이 5살 때부터 격투기술을 배웠기 때문에 전혀 위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경기를 연 격투클럽의 스티븐 나이팅게 대표 역시 “아동 격투기는 매우 안전하며 앞으로 인기도 점점 더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그는 “아이들의 경쟁은 본능적이다. 길바닥에서 싸움질 하는 게 훨씬 더 위험한 것”이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