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언론은 “행복하게 평생을 함께한 부부라면 누구나 한 번쯤 상상했을 법한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며 부부의 스토리를 소개했다.
영화에서나 나올 것 같은 러브스토리가 현실로 나타난 곳은 스페인 발렌시아. 주인공은 할아버지 페르난도(98)와 할머니 베아트리스(89) 부부다.
발렌시아 태생인 페르난도와 어릴 때 발렌시아로 이주한 베아트리스는 1950년대에 만났다.
만나서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은 1960년 결혼에 골인했다. 54년 전의 일이다.
경제적으로 궁핍했지만 할아버지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일을 했고 번듯한 건설회사를 가진 기업인이 됐다. 할머니는 평생 주부로 살면서 가사를 돌보아 알뜰히 내조를 했다.
두 사람은 최근 나란히 폐렴증상을 보여 병원에 입원했다.
할아버지는 상태가 호전됐지만 할머니는 비관적이었다. 병원은 “할머니는 손을 쓰기 힘들 것 같다.”며 자식들에게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했다.
할머니는 “병원에서 숨을 거두긴 싫다.”며 자식들에게 집으로 데려가 달라고 했다. 할머니의 퇴원과 함께 할아버지는 보다 규모가 큰 병원으로 옮겨졌다.
하지만 할머니는 집으로 돌아간 뒤 극도의 불안을 보였다. 남편과 떨어져 있는 게 할머니에겐 큰 고통이었다.
할머니는 결국 자식들의 도움으로 남편이 입원해 있는 병원을 찾아갔다.
남편의 손을 꼭잡고 밤을 보내던 할머니는 새벽 3시쯤 편안하게 눈을 감았다.
곁에 있던 딸은 엄마의 숨이 멈춘 걸 보고 아버지에게 알려주려다 깜짝 놀랐다. 아버지도 마지막 눈을 감으며 막 이승을 뜨려고 하고 있었던 것.
당직을 서던 의사가 달려왔지만 부부는 나란히 세상을 하직한 뒤였다.
딸은 “어머니와 아버지가 약 1분 시차를 두고 차례로 가셨다.”며 “생전의 바람처럼 한날한시에 숨을 거두셨다.”고 말했다.
사진=테인테레사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