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감자처럼 생긴 직경 약 530km에 달하는 소행성이 있다. 바로 지구로부터 약 1억 8800만 km 떨어진 화성과 목성 사이에 위치해 있는 소행성 베스타(Vesta)다.
최근 미국 UCLA 대학 연구팀이 과거 베스타에 물이 흘렀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해 관심을 끌고있다. 태양계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소행성 베스타에서 물이 흘렀다는 이 연구는 미 항공우주국(NASA)의 무인탐사선 ‘던’(Dawn)이 촬영한 이미지를 분석해 얻어졌다.
지난 2011년 7월 부터 이듬해 9월까지 약 512km 떨어진 곳에서 촬영된 이 이미지들은 베스타 표면의 다양한 특징을 정밀하게 담아내고 있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베스타의 크레이터 내에 형성된 굴곡진 도랑과 부채꼴 모양의 퇴적지다. 길이 900m, 폭 30m에 달하는 이 도랑들은 지구의 협곡과 유사하게 생겼으며 이곳에서 흐르는 물이 모래와 같은 입자를 이동시켰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연구가 특히 눈길을 끌고있는 것은 현재 베스타의 상태다. 연구를 이끈 제니터 스컬리 박사는 "베스타는 표면 온도가 매우 낮고 대기가 없어 물이 있을 것이라 상상조차 못했다" 면서 "이번 연구로 베스타가 매우 흥미롭고 복잡한 천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 물은 어디서 왔을까? 이에 대해서는 가설만 존재한다. 가장 유력한 추측은 혜성과의 충돌로 일부의 물이 베스타 표면 밑에 얼음으로 남았을 가능성이다. 스컬리 박사는 "지금도 베스타 깊은 곳에 얼음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면서도 "던 탐사선의 장비 수준으로는 아직 이를 감지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2007년 9월 소행성 베스타와 왜소행성 세레스(Ceres)를 탐사하기 위해 발사된 무인탐사선 던은 지난 2011년 베스타 궤도에 진입해 3만 장의 이미지를 지구로 전송한 바 있다. 이어 또다시 길을 떠난 던은 오는 3월 세레스에 도착할 예정이다.
NASA 측이 소행성 탐사에 막대한 돈을 들이는 이유는 있다. 던 프로젝트에 참여 중인 애리조나 대학 데이비드 A. 윌리엄스 교수는 “베스타 같은 소행성은 태양계 생성 당시 부산물로 만들어져 수많은 천체 충돌 과정을 거쳤다” 면서 “이 때문에 우리 태양계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역사 자료”라고 밝혔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