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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민의 월드why] 중국은 왜 상아를 사랑할까?…코끼리 씨가 마를 정도로

작성 2015.06.02 18:07 ㅣ 수정 2015.06.02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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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 정부가 불법매매 적발로 압수한 상아(코끼리의 위쪽 송곳니) 중 일부인 600여 ㎏을 ‘공개 처형’ 했다. 중국임업관리국과 해관총국은 베이징 한복판에 거대한 분쇄기를 설치하고, 현지 언론과 시민이 보는 앞에서 이를 완전히 분쇄해 분말로 만들었다. 종류와 크기를 막론한 상아 수백개가 순식간에 갈려 가루로 변해버렸다.

이러한 중국 당국의 ‘상아 공개 처형’은 상아 불법거래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중국 당국의 강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중국에서 매매되는 상아의 상당수는 밀수된 것인데, 가장 인기가 좋은 상아를 가진 아프리카 코끼리가 10~20년 내에 멸종될 것이라는 ‘선고’가 나오자 세계 각지의 동물보호단체가 잇따라 중국을 비난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아프리카에서 공급되는 상아의 60~90%를 중국이 소비하고 있으며, 이중 밀렵을 부추기는 밀거래가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이브 디 엘리펀트’ 등 국제 환경조직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판매되는 상아 제품 중 26.5%는 불법”이라고 지적했을 정도다. 그렇다면 중국인은 왜 이렇게 유별난 ‘상아 사랑’에 빠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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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아로 장식한 자동차


▲“상아는 하얀색 금과 같다”

전통적으로 중국에서는 상아를 ‘하얀색 금’이라고 불러왔다. 유독 상아로 만든 장식품을 좋아하는데, 고급 승용차 외부와 내부 장식, 만년필, 조각품부터 일반 가구에 이르기까지 상아로 꾸며지지 않는 곳이 없다. 상아로 만든 장식품은 부의 상징으로 통했기 때문에, 부자들에게는 상아가 예나 지금이나 ‘부자라면 하나쯤은 가져야 하는 명품’과 같은 존재다.

중국인들이 유독 상아를 아끼는 또 다른 이유는 희소성 때문이다. 상아는 코끼리를 죽이지 않으면 얻기 힘들다. 억지로 잘라낸 상아는 다시 자라지도 않을뿐더러 코끼리 개체수가 줄고 있는 마당이니, 희소가치가 치솟지 않는 것이 더욱 이상한 일이다.

코끼리와 상아에 대한 무지도 한 몫을 한다. 중국의 농구스타이자 코끼리 보호 전도사로 나선 야오밍은 “중국인의 70%가 코끼리를 죽여야만 상아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상아를 위해 코끼리가 죽어야 한다는 것도, 지나친 밀렵 탓에 지난 150년간 코끼리들의 상아가 '작아지는 쪽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사실도 그들은 잘 알지 못한다.

▲중국이 좋아하면 씨가 마른다?

게체수가 위협받는 동물은 코끼리 뿐이 아니다. 중국에서는 천갑산의 비늘이 종기나 월경불순, 지혈 등에 효과적이라고 믿어 무분별하게 사냥이 이어졌다.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은 공식적으로 천갑산을 가장 심각한 위기 종으로 분류했지만 '천갑산 사랑'은 쉬이 사그라지지 않았다.

곰 요리, 특히 곰 발바닥 요리는 예로부터 ‘산해진미’로 분류돼 중국인들의 사랑을 듬뿍 받아왔다. 실제 맹자가 “곰 발바닥도 먹고 싶고 물고기도 먹고 싶지만, 하나를 고르라면 곰 발바닥을 먹겠다”라고 말했을 정도로 진미(眞味)라는 것. 하지만 지나친 ‘곰 발바닥 사랑’은 결국 밀렵과 밀거래로 이어졌고, 중국은 야생 흑곰을 국가 2급 보호동물로 지정해 ‘강제 보호’를 시작해야 했다.


역시 중국이 멸종위기동물로 보호하는 야생 호랑이는 특히 정력에 효능이 있고, 호랑이 뼈로 만든 술은 독특한 풍미를 자랑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현재까지도 꾸준히 밀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어 지느러미(샥스핀)도 중국의 고급 식재료료 취급되며 상어의 지나친 포획을 야기, 결국 상어 역시 멸종위기에 몰렸다. 중국이 좋아하면 씨가 마른다는 항설이 사실로 입증된 셈이다.

이제는 코끼리 차례인 것일까. 코끼리는 한국과 중국 동물원에서도 '흔한' 동물 중 하나였지만,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머지않아 아프리카까지 가야 간신히 코끼리를 볼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10년 뒤 “중국인의 유별난 상아 사랑이 결국 코끼리의 씨를 말렸다”라는 내용의 분노 섞인 기사를 쓰는 비극적인 미래가 오지 않기를 희망한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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