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아랍S다이어리] 아내를 ‘잘’ 때리는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작성 2016.04.29 13:59 ㅣ 수정 2016.04.29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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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정폭력으로부터 여성을 보호하자는 캠페인에 쓰인 사우디 아라비아의 포스터. 니캅(눈을 제외한 얼굴을 가리는 천) 사이로 한 쪽 눈이 멍든 사우디 여성의 얼굴 위에 쓰인 문구에는 ‘가리지 못하는 것도 있습니다. 함께 여성 학대에 맞서 싸웁시다’라고 써있다.
가정폭력으로부터 여성을 보호하자는 캠페인에 쓰인 사우디 아라비아의 포스터. 니캅(눈을 제외한 얼굴을 가리는 천) 사이로 한 쪽 눈이 멍든 사우디 여성의 얼굴 위에 쓰인 문구에는 ‘가리지 못하는 것도 있습니다. 함께 여성 학대에 맞서 싸웁시다’라고 써있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한 가족요법사(family therapist)가 아내를 ‘훈육’하는 방법을 설명하는 동영상이 공개됐다.

내용인즉슨, 아내가 복종하지 않아 훈육이 필요할 땐 바로 손찌검을 하지 말고 다음의 세 단계를 거치라고 한다. 먼저 말로 해보고, 안되면 잠자리에서 등을 돌리고, 그래도 안 되면 때린다. 때릴 땐 이슬람 율법에 따라 이쑤시개나 손수건을 사용해야 한다.

사실 이슬람식 ‘마누라 길들이기’와 다름없는 조언인데, 그래도 몽둥이가 아닌 이쑤시개를 잡으라고 하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이 무슬림 조언자는 “때리는 목적은 단순히 아내가 자신이 남편을 대우하는 방식이 잘못됐다고 깨닫게 만들기 위함이지 때려서 화를 풀어서는 안 된다”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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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막대기로는 때리지 마세요.” 사우디 아라비아의 가족요법사 칼리드 알-사카비가 아내를 때리는 방법과 목적에 대해 조언하고 있다. 이 동영상은 올해 2월에 녹화됐지만 미국 워싱턴 주재 중동 미디어 리서치 기관(MEMRI)을 통해 최근 공개됐다. (사진=유튜브 캡처)
“이런 막대기로는 때리지 마세요.” 사우디 아라비아의 가족요법사 칼리드 알-사카비가 아내를 때리는 방법과 목적에 대해 조언하고 있다. 이 동영상은 올해 2월에 녹화됐지만 미국 워싱턴 주재 중동 미디어 리서치 기관(MEMRI)을 통해 최근 공개됐다. (사진=유튜브 캡처)


이 동영상을 본 영국의 데일리메일 등 외신들은 ‘컬처 쇼크’라는 식으로 앞다투어 보도했다. 특히 “아내들이 문제를 일으키는 이유는 남편과 동등한 삶을 영위하고자 하기 때문”이라고 언급하고 있어, 악명 높은 사우디의 여성 차별적 시각에 대한 지적을 피할 수 없었다.

데일리메일은 ‘분명히, 그에 따르면 여자들은, 남자들 보다 낮은 위치에 있고 동등한 권리를 받을 자격이 없다’고 꼬집으며 ‘여자들을 폭력으로부터 지키려는 남자가 어떻게 여자들이 더 이상 남자들보다 하찮게 취급 받지 않는 시대라는 걸 부정하는지 경악스럽다’고 했다.

그러나 무슬림들은 이 동영상에 위화감이나 불쾌한 느낌을 받지 않는 모양이었다. 오히려 서방의 외신들이 ‘악마의 편집’으로 곡해하고 있다고 각을 세웠다.

한 무슬림 네티즌은 원본 영상을 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면서 “일부 언급들을 모아 놓은 것은 부정한 의도가 있다”고 주장했다.

부인을 대하는 사우디인 남편의 태도를 엿 볼 수 있는 한 장의 사진이 있다. 식당에서 찍힌 이 사진을 보면 불투명한 유리로 된 칸막이가 쳐 진 공간에서도 남편이 자신의 구트라(머리에 쓰는 천)를 펼쳐 부인의 실루엣이 보이지 않도록 가려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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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사우디 부부가 불투명한 유리로 된 칸막이 안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그런데 남편이 부인의 실루엣이 보이지 않도록 스카프로 가렸다. 다른 남성이 아내를 볼 수 없도록 차단한 남편의 질투 어린 행동일까, 아니면 그에게 아내는 들켜선 안 되는 감춰야 하는 존재일까.
한 사우디 부부가 불투명한 유리로 된 칸막이 안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그런데 남편이 부인의 실루엣이 보이지 않도록 스카프로 가렸다. 다른 남성이 아내를 볼 수 없도록 차단한 남편의 질투 어린 행동일까, 아니면 그에게 아내는 들켜선 안 되는 감춰야 하는 존재일까.


최근 소셜 미디어에서 논란이 된 이 사진에 대한 반응은 상반됐다. 한 편에선 남편이 부인의 실루엣이 노출되는 것을 가리고 사적인 시간을 보내는 것은 잘한 일이라며 칭찬했고, 다른 한 편에선 공공장소에서 과잉보호 하는 남편의 행동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표했다. 이들은 아내는 남편에게 부끄러움을 가져다 주는 사람이 아니고 존경과 존엄을 가지고 대우받아야 하는 사람이라는 시각이다.

한 여성 네티즌은 남편이 아내를 깊이 사랑하고 있다는 표시라며 사진 속 부인은 남편의 질투를고마워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또 다른 네티즌은 남편의 질투가 지나치고 감사해야 할 일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지난 달 사우디에선 가정폭력신고센터가 생겼다. 문을 연 지 첫 3일 동안 걸려온 1890통의 전화 중 절반 가량(916통)이 신고전화였다. 물론 이 신고 전화가 모두 여성이나 아이들만이 신체적 학대의 대상은 아닐 것이다. 사우디에도 맞고 사는 남편이 있다. 전국인권협회에 따르면 2014년 가정폭력을 당한 남편에 대한 신고접수가 44건이었다.


가족상담치료사 나세르 알-라셰는 ‘행복한 가정을 위한 단체(Happy Home Organization)’가 마련한 세미나에서 남편은 부인들의 감정과 필요로 하는 것에 더 관심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그는 “결혼은 인정(人情)과 자비를 기초로 한다”며 “남자와 여자는 차이를 극복하고 조화롭게 함께 살 수 있다. 화해는 서로의 심리적 문화적 기질을 바탕으로 한다”고 말했다.

윤나래 중동통신원 ekfzhawodd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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