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마침내, 소년이 온다! 광주민주화운동 기록관

작성 2016.05.31 15:38 ㅣ 수정 2016.05.31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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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소년이 온다’의 묘사처럼, ‘관 위에 태극기를 반듯이 펴고 친친 끈으로 묶어놓는’ 장면을 기록관에서 찾을 수 있다. 한강의 ‘소년’은 사진 속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네가 이해할 수 없었던 한가지 일은, 입관을 마친 뒤 약식으로 치르는 짧은 추도식에서 유족들이 애국가를 부른다는 것이었다. 관 위에 태극기를 반듯이 펴고 친친 끈으로 묶어놓는 것도 이상했다. 군인들이 죽인 사람들에게 왜 애국가를 불러주는 걸까. 왜 태극기로 관을 감싸는 걸까.’

한국인 최초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이 5·18을 배경으로 발표한 소설, '소년이 온다'(2014)에 나오는 내용 일부이다.

맨부커상 선정 선임기자인 보이트 턴킨의 표현처럼, '압축적이면서도 정교하고 충격적인 장면을 아름답게 그린' 이 짧은 문장들은 어떤 매체보다 훨씬 더 선명하게, 5·18 의 의미를 독자에게 일깨워 준다.

작품 속 15살 소년, '동호'의 눈에 비친 태극기와 흐느끼던 애국가는 핏빛이고 의문이고 아픔이었다.

작가는 '소년이 온다'를 통해 '인간의 잔혹함에 맞서는 또 다른 인간의 고귀한 능력과 뜨거운 공존욕구'를 그리고자 하였다.

그리고, 결국, 작가는 5·18 민주화운동 가운데서 '인간성은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아낸다. '인간은 구원해주는 존재가 없어도 스스로 고귀함을 찾을 수 있는 뜨거운 존재'라는 것을.

그녀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2013년 3월부터 '소년이 온다'를 집필하면서 거의 매일 울었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무자비한 폭력조차도 어찌 할 수 없었던 인간 스스로의 존귀함은 '소년이 온다'가 드러내고픈 작가의식의 고갱이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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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록관에 전시된 필사본 ‘임을 위한 행진곡’ 악보. 2016년 5·18 기념 행사에서 제창과 합창의 방식 차이로 인해 한동안 뜨거운 논란의 대상이 된 노래이다. 합창(合唱)과 제창(齊唱)은 참석자가 같이 부른다는 점에서 큰 차이는 없다. 그러나 합창의 경우 합창단이 있어 참석자들은 안 불러도 무방하지만, 제창의 경우 참석자 전원이 부르는 경우이다. 애국가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영화 '화려한 휴가'(2007)에서 시각장애인 나주댁(나문희 역)은 죽은 자신의 아들을 끌어 안고 둥개면서, '얜 창수 아니여. 우리 창수는…코도 오똑하고 잘 생겼어. 애는 창수 아니여'라며 잡아떼는, 그러면서 아들임을 직감하는, 억장 무너진 모정(母情) 그 자체이다. 그러나 이 기막힌 스토리는 실제로 5·18 민주화운동 당시 상무관의 충격적이면서도 흔한 풍경을 옮긴 것이다.

머리가 으깨어져버린 ‘인간’의 모습을 앞에 두고, 살아남은 인간들은 없어져버린 얼굴들을 '인간'으로 기억하려 노력하였다. 형체가 일그러진, '식은 몸뚱아리'을 끝까지 '사람'으로 대하고자 한 것이다.

생사를 넘는 인격체로서의 존귀함을 찾기 위해. 어떻게든 죽음의 의미를 찾아내어 삶을 증명하기 위해. 작가가 눈물을 쏟은 이유다.

바로 이런 눈시린 기억의 몸짓들을 보관, 갈무리하고 곧추려는 곳이 '5·18 민주화운동기록관'이다. 유월의 초입에 그 날의 '오월'을 배웅하는 문턱에 서 본다.

● 뽕뽕다리와 차고약 별장을 기억하라!!

"이적지 질로 살면서 맴에 늘 남아 있는 것이 바로 양동시장, 그니까 뽕뽕다리라고 지금은 발산다리인데, 그기하고 배고픈 다리하고…그 앞에서, 큰 차 위에 창아리가 막 쏟아지는 사람들을 실고, 고것을 수피아 여고생들이 붕대로 막 감고 하는 것이 눈에 선하지요. 차고약 별장이라고, 광주사람들은 다 아는데 공수부대가 나타났다고 소문듣고 시민들이 얼싸덜싸 전부 막 시내로 나올 때 였는디…그 다음에 일이 터져버렸지…시방 아무리 말 해도 사람들은 안 믿지…사진이 있나, 아무것도 없으요…'

김천성(67)씨의 오월은 이렇듯 무섭고, 억울하다. 또한 그때의 기록이 남지 않았던 것도 못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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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수부대의 실루엣을 뒤로 한 채 기록관에 전시된 당시의 상황을 알아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기록관은 대단히 체계적으로 잘 구성된 하나의 여행길이다.


30년이 넘는 시간을 관통하는 공수부대의 총알자국이 여전히 남아있는 광주의 투명한 상처, 무던한 사람조차도 눈물부터 훔치게 되는 오월. 지금도 핏물 선명했던 대인시장 골목골목, 중앙초등학교 옆길, 금남로와 방림동 골목길 걷는 것을 두려워하는 시민들이 살고 있는 오월의 '광주(光州)'다.

그리고 이곳, 금남로 한 켠에, 낯선 군인들의 발길질을 그대로 감내해야 했던 시간들을 기록한 건물이 있다. 잠겨진 오월의 틈바구니에 겨우 겨우 손가락 하나 넣어 비집고 만든 뜨거운 이야기의 집. 없어지고 흩어져버려 안타까운 그 날의 시간을 모아둔,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록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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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의 상황을 외부로 알리기 위해 젊은 학생들이 등사기로 밀어서 광주의 사정을 사람들에게 호외로 알렸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록관'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5·18기록물을 체계적으로 보존·관리를 위해 2015년 5월 13일, 금남로 221번지(옛, 카톨릭센터)에 문을 열었다.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은 지하1층 지상7층 규모로, 지하는 지상1층과 통하는 계단을 만들어 휴게공간 등이 있는 시민공간으로 조성했다.

그리고 지상1층에는 방문객들에게 5·18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사실과 광주의 관광지를 안내하는 방문자센터도 운영해서 관람 편의를 돕고 있다.

우선 기록관을 자세히 살펴보자면, 지상1층부터 3층까지는 ‘항쟁 5월의 기록, 인류의 유산’이라는 주제로 한 상설전시관이 있다. 이 공간에서 주로 관람객들은 남겨진 5·18기록물들을 통해 당시의 치열했던 민주화 운동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4층은 민주인권 5·18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자료, 교양도서 등 1만여 점을 비치한 열람실로 운영이 된다. 이 곳에는 어린이 자료실, 일반자료실, 간행물실이 있다.

5층은 세계기록유산과 원본 기록물을 보존한 수장고, 6층에는 윤공희 전 천주교 광주대교장의 집무실 복원과 구술영상 스튜디오, 7층에는 세미나실과 다목적 강당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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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람객들이 기록관에 전시된 5·18 관련 사적들을 살펴보고 있다. 전시된 기록물들이 대개는 문자 텍스트가 많아서 보는 데 의외로 시간이 많이 걸릴 수도 있다.


기록관 관계자는 보도자료를 통해 “5·18민주화운동 기록물을 영구 보존하고 분류, 수집하게 될 대표적 기록관을 개관, 민주·인권·평화 도시인 광주의 위상을 높일 수 있게 됐다.”라며 “앞으로 세계가 인정하고 후손에게 계승할 5·18기록물의 역사적 가치와 중요성을 감안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라고 말했다.

관람객들은 기록관에 전시된 그 날의 오월을 들여다보면서, 도청 옆 방림동 딸기꽃 내음의 아늑함과 상무관 가득 들어서 있던 눈물의 짠내가 공존하던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기록관에 소장된 사진과 글을 읽어 가노라면, 도저히 얼추라도 가늠이 되지 않을 정도의 순박한 죽음들은 관람객들로 하여금 보는 내내 눈물짓게 만든다.

한국현대사에서 여전히 존재하는 오월의 상처는 해답없이 늘 지나가고 또 다가온다. 슬픈 일과 아픈 일의 차이는 경험이다. 매년 오월의 광주는 슬픔을 넘어, 아픔을 겪어낸다.

대개의 역사는 한 30 여 년 지나면, 늘 그렇듯이, 추억의 자리로 물러서지만 오월의 광주는 도무지 '옛날 이야기'가 될 수 없는 ‘우리 이야기’로 남아있다. 현대사를 정리하려는 실감기는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다. 그 날의 소년은 아직도 실타래를 내려 놓지 못한 채 금남로 한 가운데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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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록관 입구에 유네스코에 등재된 기록물이 있음을 알려주는 유네스코 조형물이 입구에 같이 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록관에 대한 여행 20문답>

- 아래 질문은 실제 독자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을 바탕으로 만든 20문답입니다.

1. 광주에 가면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여행지인가요?

- 5·18 민주화운동에 관련한 방문이라면 5·18 민주화묘지 참배가 제일 우선. 그 다음 아시아문화전당 가기 전 무조건 1순위.

2. 누구와 함께 가면 좋을까요?

- 누구라도 괜찮다. 한국 현대사에 많은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더더욱.

3. 교통편은 어때요?

- http://www.518archives.go.kr/?c=5/23/59

-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221(금남로 스탠다드 차티드 은행 맞은편 건물)

- 지하철 1번 출구를 나와서 금남로4가역 4번 출구에서 30m이동 후 리틀차이나 중국어전문학원 앞에서 지하보도 이동 후 왼쪽길로 136m 이동하면 보인다.

4. 관람 안내?

- 운영시간 평일 : 오전 09:00~18:00 / 토·일·공휴일 : 09:00~18:00

- 휴관일 1월 1일, 설날, 추석

- 매주 월요일. 다만, 월요일이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따른 공휴일일 때에는 공휴일 다음의 첫 번째 평일

- 관장이 자료의 정리, 기록물·장서점검 및 보수공사 그 밖의 사유로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날

-관람료 무료 (상설전시실) ※ 특별·기획전시는 유료로 진행될 수 있음

5. 유명세에 비하여 실제 모습은 어때요?

- 유명하지 못해서 안타깝다. 유명해져야 한다.

6. 여행객 응대 수준은 어떤가요?

- 당연히 친절하다. 모르는 것이 있어 물어보면 언제든지 답변을 잘해준다. 1층 방문자센터에서 물어보면 된다.

7. 여행지가 지니고 있는 전문성은 어떠한가요? 공부를 많이 하고 가야 하나요? 조심할 것이 있나요?

-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전문적인 자료 열람 공간이다. 이 곳에서 공부를 하는 곳이니 편하게 가면 된다. 일반 관광지가 아니니 엄숙한 마음으로.

8. 전체 여행 경비는?

- 당연히 무료다.

9. 가장 감탄하는 점은 어떤 것인가요?

- 사라지는 역사를 보존하려는 인간의 노력.

10. 아쉬운 점이 있다면?

- 좀 더 넓은 장소였으면 좋을 듯 하다. 동선이 좁다.

11. 운영진에게 한마디 한다면?

- 좀 더 많은 홍보가 이루어지면 좋을 듯.

12. 홈페이지 주소는?

- http://www.518archives.go.kr/

13. 꼭 추천하고픈 공간은?

- 3층 전시실. 세계 각국의 역사적 인물들의 기록들.

14. 여행을 비추하고픈 사람과 이유는?

-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하여 애시당초 관심이 없는 사람들

15. 먹거리 정보와 식당 정보는?

- 호남의 중심, 광주에서 맛집을 굳이 찾을 필요는 없다. 건물 뒤, 예술의 거리와 대인 시장 주변에 많은 식당들이 있다.

16. 어떤 코스를 도는 것이 좋을까요? 추천코스는?

- 시킨 대로. 차례로

17. 도움되는 다른 사이트?

- 5·18 기념재단 http://518.org

18. 광주에 이와 유사한 다른 공간도 있나요?

- 5·18 민주화묘지에 추모관이 있다.

- 5·18 사적지 : 전남대학교 / 광주역광장 / 시외버스터미널 / 금남로 / 구도청 / 상무관 / 광주YMCA / 5·18 민주광장 / YWCA옛터 / MBC옛터 / 녹두서점옛터 / 전남대학병원 / 광주기독병원 / 구)적십자병원 / 조선대학교 / 배고픈다리 / 주남마을 / 광목간 / 농성광장 / 상무대옛터 / 무등경기장 / 양동시장 / 광주공원광장 / 5·18최초발포지 / 광주교도소 / 국군광주병원 / 5·18 구묘지 / 남동성당 / 505보안부대/ 들불야학

19. 숙소정보는?

- 광주는 광역시다. 숙소는 원하는 만큼 있다. 하지만, 518을 즈음하여 숙소가 없는 경우가 많으므로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

20. 총평 및 당부사항

- 5·18에 대한 정확한 진상을 알게 해주는 소중한 공간이다. 이 곳에서 당시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팩트를 만날 수가 있다. 1층 방문자센터는 꼭 들리시길!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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