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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민의 월드why] 비만 치료부터 우주 정착까지…미생물 활용백서

작성 2016.07.13 10:58 ㅣ 수정 2016.07.13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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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은 육안의 가시한계를 넘어선 0.1㎜ 이하의 크기인 미세한 생물을 뜻한다. 주로 단일세포 또는 균사로 몸을 이루는데, ‘생물’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 성장하고 분열하며 생육하는 살아있는 존재다. 우리 몸 안에는 세포와 박테리아, 바이러스, 곰팡이 등 약 100조 개 이상, 4000종의 미생물이 살고 있으며, 이들 중 상당수의 미생물을 인체가 정상적으로 활동하는데 없어서는 안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더 나아가 과학의 발전과 더불어 미생물의 다양한 역사와 쓰임새가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미생물을 향한 인류의 탐구, 어디까지 왔을까?

◆미생물 활용법-인체편

미생물은 크게 인체 내부, 특히 장(腸)에 존재하는 장내 미생물과 바다나 숲 등 우리가 쉽게 접하는 외부에 존재하는 환경 미생물로 나눌 수 있다. 과학계는 오래 전부터 인류에게 있어 장내 미생물이 생명유지에 필수적일 뿐만 아니라 이를 이용한 질병 예방·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해 왔다. 최근 미생물이 ‘효자’로 떠오른 분야는 다름 아닌 ‘비만’이다.

장내 미생물의 종류에 따라 비만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처음 입증된 것은 이미 10여 년 전이다. 이후 세계 각국 연구진은 비만과 미생물간의 연관관계를 밝히는 것에 주력해 왔는데, 2006년 미국 워싱턴대학교 연구진은 비만인 쥐에서 채취한 장내 미생물을 날씬한 쥐에게 주입한 결과 마른 쥐가 급격하게 살이 찌는 것을 확인한 바 있다.

대표적으로 장내 세균은 후벽균(피르미쿠테스·Firmicutes)과 의간균(박테로이데스·Bacteroidetes)으로 분류한다. 이들 두 세균은 장내 세균의 90%를 차지하는데, 이 균형이 깨질 경우 비만을 포함한 다양한 질환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후벽균의 경우 비만을 유도하는 성질이 있어 ‘비만 세균’이라고 부르는 반면, 의간균은 비만을 막는 균으로 알려져 있다.

예컨대 고도비만 환자의 경우 장내 후벽균이 장내 세균의 90%를 차지했지만, 체중 감량 52주 후에는 후벽균이 70%대로 떨어지고 거의 없던 의간균 비율이 20%까지 증가한 것이 연구를 통해 입증된 바 있다.

지난 5월에는 이러한 장내 미생물 중 일부가 일종의 홀씨를 생성해 공기 중에 생존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비만이 ‘전염’될 수 있다는 놀라운 연구결과가 발표돼 학계의 관심이 쏠렸다. 과학 저널 네이처에 소개된 영국의 ‘웰컴 신탁 생거 연구소’의 논문에 따르면 공중을 ‘날아다니는’ 장내 세균을 통해 비만뿐만 아니라 대장염이나 크론병 등의 질병이 전이될 수 있으며, 이러한 사실이 입증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밖에도 현재 세계 학계에는 뇌의 영역이라고 치부해왔던 자폐증이나 우울증 역시 장에서 발생한 신경독소 물질이 뇌까지 이동하면서 유발될 수 있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미생물 활용법-환경편

미생물은 인체뿐만 아니라 생명이 존재하는, 혹은 생명이 절대 존재하지 않을 것으로 추측되는 척박한 환경에서도 존재한다. 과학계는 미생물이 현존하는 다양한 환경문제를 해결해주는 열쇠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품어 왔는데, 지난 5월에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미국지질조사소(USGS), 버지니아해양과학원(VIMS) 연구진과 공동으로 지하수와 호수 녹조현상 간 상호작용에 미생물이 관여한다는 사실을 입증해 학계의 관심을 받았다.

일반적으로 호수에 질소화합물이 다량 유입되면 녹조현상이 유발되고 수질이 떨어지면서 물고기 등 수중생물이 폐사하거나 독소가 생산되는 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호수로 질소가 유입되는 경로 중 하나가 지하수의 유입과 배출이며, 이때 미생물이 지하수가 포함한 해로운 형태의 질소를 무해한 질소로 변환시켜주거나 해로운 질소를 제거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학계는 미생물이 세계 곳곳의 수질 생태계를 파괴하는 녹조현상을 완화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생물은 우주 환경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일부 미생물은 생명체가 절대 살 수 없을 것 같은 극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으며, 화성의 추운 기후와 낮은 중력, 그리고 높은 방사선 환경에서도 살아남는 이러한 미생물은 지구에도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는 이런 미생물의 특성을 이용해 미래의 화성 탐사선에 특정 미생물을 ‘동행’ 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NASA는 강한 생명력을 가진 일부 미생물이 광합성을 통해 산소를 만들어낼 수 있으며, 이것이 미래의 화성 유인탐사 미션에서 상당히 유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생물 연구에 쏟아지는 관심과 투자

미생물에 쏟아지는 관심을 입증하듯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지난 5월 임기 마지막 과학프로젝트로 ‘국가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미생물군집)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미생물이 인간을 비롯해 소나 돼지 등 가축, 더 나아가 우주인에게까지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이 사업에는 2년간 무려 1억 2100만 달러, 한화로 약 1390억 원에 달하는 연구비가 투입된다.

한국도 세계적인 연구 움직임에 발맞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정부와 민간단체의 투자는 미미한 수준이다. 한국은 2014년이 되어서야 본격적인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에 나섰고, 관련 분야에 농림축산식품부가 2014년부터 연간 4억 원을, 미래창조과학부과 보건복지부가 2015년부터 각각 10억 원, 4억 9000만원을 투입했다. 투자액이 점차 늘고 있긴 하나 미국 등 바이오 선진국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특히 장내 미생물 분석은 장내 세균과 건강과의 연관성이 속속 밝혀지면서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분야로 떠올랐다. 미생물의 원리를 규명하고 이를 활용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인류의 더 나은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국적을 막론하고 전 세계가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의 혜택’을 입을 수 있길 희망한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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