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의 멸종은 6600만 년 전 지구를 강타한 소행성 때문이라는 것이 가장 주도적인 이론이다. 하지만 사실 최종 멸종 이전 4000만 년 동안 공룡의 다양성은 점차 감소하면서 멸종으로 진행하고 있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미 대다수 공룡의 쇠퇴는 백악기 후반에 진행되고 있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론이 나오고 있지만, 아마 이런 상황에서 대재앙이 덮치면서 공룡은 사라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동시에 모든 것에는 예외가 있게 마련이다. 백악기 말에도 쇠퇴하기는커녕 오히려 종류가 증가하면서 번성한 공룡이 있었는데, 오리와 비슷한 주둥이를 지녀 오리 주둥이 공룡이라 불린 하드로사우루스(Hadrosaurus)류 공룡이 그 주인공이다.
독특한 주둥이와 거대한 머리 장식을 가진 이 초식 공룡은 백악기 말 크게 번성했다. 브리스톨 대학의 연구팀은 그 성공의 비결이 바로 이빨에 있었다는 주장을 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이 공룡의 이빨 화석 및 분변 화석(coprolite·배설물이 화석화된 것)을 분석해 이와 같은 결론을 내렸다.
사실 백악기 말은 공룡뿐 아니라 식물상도 크게 변하던 시기였다. 이 시기 침엽수를 비롯한 다양한 속씨식물이 진화하면서 우리가 현재 보는 것 같은 식물군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변화는 식물을 먹고 살아가는 초식 동물에게 아주 큰 변화였다.
연구팀은 하드로사우루스의 이빨이 침엽수를 비롯한 새로운 식물을 먹는 데 매우 유리했다는 것을 발견했다. 사실 이들은 침엽수 전문가나 다름없었다고 한다. 덕분에 다른 공룡이 쇠퇴하던 시기에도 이들은 번영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들도 6600만 년 전의 대재앙을 벗어날 순 없었다.
이와 같은 사실은 비조류 공룡(non-avian dinosaur)의 멸종이 단순히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서는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사실 새로운 환경에서 잘 살아가고 있었는데, 대재앙이 덮치면서 멸종된 공룡도 있었다. 공룡 하면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생물이라는 편견은 이제 버려야 할지도 모른다.
고든 정 통신원 jjy05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