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일반

“침팬지도 생존 위해 경쟁보다 협력 선택”(연구)

작성 2016.08.23 17:13 ㅣ 수정 2016.08.23 17:15
페이스북 공유 트위터 공유 카카오톡 공유 네이버블로그 공유
세계 이슈 케챱 케챱 유튜브 케챱 틱톡 케챱 인스타그램
확대보기


협력은 흔히 우리 인간과 동물을 구분 짓는 주요 특성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우리와 가장 가까운 영장류인 침팬지 역시 한 팀처럼 협력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실제로 이 연구에서 침팬지들은 5 대 1의 비율로 경쟁보다 협력을 더 선호했으며, 다른 무리의 침팬지가 자신들의 먹이를 훔쳐 먹으려는 행위를 저지하는 수단을 취했다.

연구를 이끈 말리니 수차크 미국 카니시우스대 조교수(동물 행동·생태·보전학)는 “갈등과 협력의 발생 비율이 인간과 침팬지에서 꽤 비슷하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번 연구는 영장류 전체에 두드러진 유사성을 보여주며 인류 진화에 관한 또 다른 통찰력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참고로 수차크 조교수는 이 연구 수행 당시 미국 애모리대 산하 여키스 국립영장류연구소에서 대학생 연구원이었다.

수차크 조교수는 당시 여키스 연구진과 함께 연구를 위해 침팬지들의 자연환경을 재현했다.

실험은 야외 녹지에서 침팬지 11마리를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이때 근처에는 먹이를 얻기 위해 당길 수 있는 밧줄 형태의 기구가 설치됐다.

특히 이 기구는 침팬지 두세 마리가 한 팀을 이뤄 협력을 해야만 먹이를 손에 넣을 수 있는 구조로 돼 있고 각 침팬지는 협력할 상대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자 침팬지들은 처음에 서로 경쟁했지만, 곧 서로 협력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을 깨우쳤다.

연구진은 총 94시간이 걸린 이 실험에서 협력적 행동으로 먹이를 얻는 데 성공한 사례 3656건을 기록할 수 있었다.

이에 반해 침팬지 사이 경쟁적 교류는 600여 건이 발생했고, 이 경우 침팬지들은 협력해 먹이를 잡으려고 하지 않고 다른 침팬지의 것을 훔치려고 하거나 밀치며 싸우기도 했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침팬지들은 때때로 다른 침팬지에게 직접 항의하는 것으로 이런 경쟁 형태를 극복하거나, 훔쳐 먹기를 시도하는 침팬지가 있는 곳에서는 협력 작업을 거부하기도 했다”면서 “그게 아니면 훔쳐먹는 개체의 공격을 막기 위해 힘이 더 센 침팬지가 개입한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여기서 힘이 더 센 개체가 개입하는 행동을 연구자들은 ‘제3자의 처벌’(third-party punishment)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우리 인간도 사용하는 전략이다.

수차크 조교수는 “이번 연구에서는 자신의 시행 전략을 채택할 자유를 침팬지들에게 부여했다”면서 “그 결과, 그들은 충분히 경쟁을 잘 회피했고 협력을 선호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연구에 참여한 영장류 전문가 프랑스 더발 애모리대 교수(심리학)는 “이번 연구는 과학자들에게 동물의 세계에서 생존을 위한 협력의 한계에 관한 재검토를 촉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인간의 협력이 독특한 것이라는 주장은 문헌에서 널리 볼 수 있다. 이는 협력의 진화에 대해 지금까지 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아이디어를 동물 연구로 직접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흥미로운 것”이라면서 “야생에서는 개미부터 범고래까지 협력으로 가득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연구는 인간에게 가장 가까운 영장류인 침팬지가 경쟁하고 훔쳐먹는 행위를 저지하는 방법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보여준 것”이라면서 “협력은 승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 학술지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22일자)에 실렸다.

사진=ⓒ포토리아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추천! 인기기사
  • “포기란 없다”…비트코인 ‘7600억원 어치’ 실수로 버린
  • “나 아직 안죽었다”…보이저 1호 240억㎞ 거리서 ‘통신’
  • 나홀로 사냥…단 2분만에 백상아리 간만 쏙 빼먹는 범고래
  • 美 언론 “KF-21 공중급유 첫 성공, 인상적인 속도로 발
  • 죄수 출신 바그너 용병들, 사면 후 고향 오자마자 또 성범죄
  • 정체불명 ‘금속기둥’ 모노리스, 웨일스 언덕서 발견
  • 노브라로 자녀 학교 간 캐나다 20대 엄마 “교사가 창피”
  • 푸틴, 피눈물 나겠네…“‘1조 160억원 어치’ 러軍 전투기
  • 우크라도 ‘용의 이빨’ 깔며 방어전 돌입…전쟁 장기화 양상
  • “감사하다”…인도서 8명에 집단 강간 당한 女관광객, 얼굴
  • 나우뉴스 CI
    • 광화문 사옥: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 124 (태평로1가 25) , 강남 사옥: 서울시 서초구 양재대로2길 22-16 (우면동 782)
      등록번호 : 서울 아01181  |  등록(발행)일자 : 2010.03.23  |  발행인 : 곽태헌 · 편집인 : 김성수
    • Copyright ⓒ 서울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 Tel (02)2000-9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