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 과학

[고든 정의 TECH+] 인텔 옵테인. SSD시장 판도 바꿀 태풍 될까?

작성 2016.08.31 09:30 ㅣ 수정 2016.08.31 09:30
페이스북 공유 트위터 공유 카카오톡 공유 네이버블로그 공유
세계 이슈 케챱 케챱 유튜브 케챱 틱톡 케챱 인스타그램
확대보기
▲ 옵테인의 속도와 성능 등을 보여주는 표.(출처: 인텔)


컴퓨터는 CPU, 메모리, 하드디스크(HDD), 메인보드, 그래픽 카드 같은 여러 부품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따라서 컴퓨터를 조립하거나 혹은 구매할 때는 목적에 맞게 사양과 제품을 선택해야 합니다. 그런데 오랜 세월 컴퓨터 저장 장치의 핵심으로 없어서는 안될 부품이었던 하드디스크의 위상이 크게 변하고 있습니다. 최근 하드디스크 수요는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는데, PC 자체의 수요가 준 탓도 있지만, SSD라는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가볍고 전력소모가 적다는 장점 때문에 이미 가벼운 노트북과 태블릿 PC 가운데는 SSD만 탑재한 경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데스크탑 PC 역시 SSD만 탑재한 경우보다는 SSD와 하드디스크의 조합이 많지만, 앞으로 SSD의 가격이 저렴해지면 하드디스크는 서서히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습니다. 한때 하드디스크 없는 PC란 상상하기 어려웠던 시절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변화입니다.

하지만 변화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현재의 SSD와 스마트폰 같은 스마트 기기, 메모리 카드, USB메모리에 사용되는 낸드플래시는 미세 공정으로 갈수록 수명이 짧아진다는 문제 이외에도 속도가 느리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낸드 플래시 기반 SSD가 하드디스크 대비 탁월하게 빠른 속도를 지닌 건 사실이지만, 갈수록 데이터의 크기가 커지고 처리해야 할 양이 늘어나면서 속도는 큰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컴퓨터의 메모리는 여러 계층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CPU에서 바로 쓸 수 있는 가까운 메모리는 바로 내장된 캐쉬(cache) 입니다. 접근성에 따라 L1, L2, L3 등으로 나누는데, 그 용량을 늘리면 속도가 빨라지지만, 캐쉬를 포함한 CPU가 무한정 커질 순 없으므로 결국 데이터를 D램 같은 주메모리에 상주시켜야 합니다. D램은 속도는 빠르지만 비싸고 휘발성으로 전기가 없으면 그 내용이 사라집니다. 따라서 데이터를 장기간 저장할 SSD나 하드디스크가 필요합니다.

이들은 지연 속도(latency)에 큰 차이가 있습니다. 캐쉬와 메모리 사이는 상대적으로 차이가 적은데, SSD와 하드디스크부터는 엄청난 차이가 있어 속도가 전체 데이터 처리 속도가 느려지는 것이죠. 이는 현재의 낸드 플래시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따라서 주요 IT 기업들은 이를 대신할 차세대 고속 비휘발성 메모리 개발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이중에서 제품화에 빠르게 성공한 것은 인텔과 마이크론의 합작 메모리인 3D 크로스포인트입니다. 인텔은 이를 이용한 SSD 제품군에 '옵테인'(Optane)이라는 명칭을 붙였고 마이크론은 퀀트X(QuantX)를 선보였습니다. 인텔은 이미 시제품을 공개한 상태이며 올해 말 첫 상용화 제품이 선보일 예정입니다.

다만 첫 옵테인 제품은 시중에서 소비자들이 다른 SSD처럼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몇몇 기업을 대상으로 소규모로 공급될 예정입니다. 아직은 생산량이 많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첫 구매자 가운데 하나는 가상화 및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ScaleMP로 가상화를 통해 옵테인의 성능을 맛볼 수 있게 서비스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단점도 있죠.

현재 나와 있는 옵테인의 속도를 보면 기존의 SSD보다 빠르긴 해도 슬라이드처럼 1000배나 빠르진 않습니다. 사실 읽기나 쓰기 속도, 레이턴시 모두 기존 SSD 대비 10배를 넘지 못합니다. 물론 비휘발성이고 용량이 큰 점은 장점이지만, 인텔도 인정했듯이 D램을 대체할 속도는 아닙니다. 더구나 이미 생산 시설이 넉넉하고 제조 공정이 성숙한 낸드플래시 기반의 SSD 대비 많이 비쌀 것입니다.

물론 3D 크로스포인트 자체가 새로운 기술이라 이미 기술이 성숙 단계에 이른 낸드플래시와 지금 상태에서 비교하기는 어렵습니다. 3D 크로스포인트 역시 기술적으로 진보를 거치면서 낸드 플래시가 그랬던 것처럼 속도도 빨라지고 용량도 커지면서 가격도 저렴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사이 낸드플래시 역시 같이 발전한다는 점이 변수입니다.

동시에 삼성, SK 하이닉스, IBM, 웨스턴 디지털/샌디스크, HP 등도 차세대 비휘발성 메모리를 개발하고 있다는 점도 변수입니다. 아직은 차세대 비휘발성 메모리 시장 자체가 초기 상태라 누가 승자가 될 수 있을지 예측이 어렵습니다. 아마도 올해 말과 내년에 나오게 될 옵테인과 그 형제인 퀀트X가 얼마나 빨리 시장을 선점할 것인지, 그리고 가격이 얼마인지가 큰 변수가 될 것 같습니다.

IT처럼 변화가 심하고 발전이 빠른 분야의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사실 점성술의 영역이나 다를 바 없지만, 여러 기업이 차세대 비휘발성 메모리에 매달리는 만큼 이들이 컴퓨터나 스마트 기기의 미래를 바꿀 가능성은 있다고 봅니다. 물론 변수는 많고 예측은 어렵습니다. 아마도 분명한 것은 우리가 미래에 더 빠르고 용량이 큰 저장장치와 메모리를 쓰게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언젠가 ‘과거 SSD는 정말 느렸다’라는 이야기를 하게 될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고든 정 통신원 jjy0501@naver.com

추천! 인기기사
  • 딸에게 몹쓸짓으로 임신까지...인면수심 남성들에 징역 20년
  • 지옥문 열렸나…이란 미사일에 불바다 된 이스라엘 하늘
  • 기적이 일어났다…엄마가 생매장한 신생아, 6시간 만에 구조돼
  • “남편에게 성적 매력 어필해야”…‘12세 소녀-63세 남성’
  • 우크라 드론에 완전히 뚫린 러시아 본토… “자체 생산 드론,
  • 러시아, 발트해 앞마당도 뚫렸다…우크라의 러 함정 타격 성공
  • 마라톤 대회서 상의 탈의하고 달린 女선수에 ‘극찬’ 쏟아진
  • 이란의 ‘놀라운’ 미사일 수준…“절반은 국경도 못 넘었다”
  • 1살 아기 성폭행한 현직 경찰, ‘비겁한 변명’ 들어보니
  • ‘남성들과 선정적 댄스’ 영상 유출, 왕관 빼앗긴 미인대회
  • 나우뉴스 CI
    • 광화문 사옥: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 124 (태평로1가 25) , 강남 사옥: 서울시 서초구 양재대로2길 22-16 (우면동 782)
      등록번호 : 서울 아01181  |  등록(발행)일자 : 2010.03.23  |  발행인 : 곽태헌 · 편집인 : 김성수
    • Copyright ⓒ 서울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 Tel (02)2000-9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