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보다

[이광식의 천문학+] 블랙홀 안으로 떨어진다면?…우주 궁금증 ‘TOP 5’

작성 2016.10.21 11:23 ㅣ 수정 2016.10.21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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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랙홀 상상도. 일단 블랙홀 안으로 떨어지면 외롭겠지만, 당신은 스파게티가 되어 한정없이 블랙홀의 중심, 특이점으로 떨어져내릴 것이다.(사진=SR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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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의 대구조. 폭 1억 광년. 중심의 거대 물질이 만드는 중력에 의해 집중되는 은하들의 모습을 담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사진=ESO)


5. 우주는 어떻게 끝날까?

많은 이론 물리학자들은 우주가 언젠가 종말에 이를 것이며, 그 과정은 이미 시작되었다고 믿고 있다. 우주가 어떻게 끝날 것인지는 확실히 알 수 없지만, 대략 다음과 같은 3개의 시나리오를 뽑아놓고 있다. 이른바 대함몰(big crunch), 대파열(big rip), 대동결(big freeze) 시나리오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우주는 결국 스스로 붕괴를 일으켜 완전히 소멸하거나, 우주 팽창 속도가 가속됨에 따라 결국엔 은하를 비롯한 천체들과 원자, 아원자 입자 등 모든 물질이 찢겨져 종말을 맞을 것이라 한다.

'대파열' 시나리오에 따르면, 강력해진 암흑 에너지가 우주의 구조를 뒤틀어 처음에는 은하들을 갈가리 찢고, 블랙홀과 행성, 별들을 차례로 찢을 것이다. 이러한 대파열은 우주를 팽창시키는 힘이 은하를 결속시키는 중력보다 더 세질 때 일어나는 파국이다. 그 결과 우주는 무엇에도 결합되지 않은 입자들만 캄캄한 우주 공간을 떠도는 적막한 무덤이 될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또 다른 종말 시나리오는 '대함몰'이다. 이것은 우주가 팽창을 계속하다가 점점 힘이 부쳐 속도가 떨어지면, 어느 순간 팽창하는 힘보다 중력의 힘 쪽으로 무게의 추가 기울어져 우주는 수축으로 되돌아서게 된다. 수축 속도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더 빨라져 은하와 별, 블랙홀들이 충돌하고 마침내 빅뱅의 한 점이었던 태초의 우주로 대함몰하게 된다.

마지막 시나리오는 '열사망'으로도 불리는 '대동결'이다. 이것이 현대 물리학적 지식으로 볼 때 가장 가능성 높은 우주 임종의 모습이다.

대동결설에 따르면, 우주 팽창에 따라 물질이 서서히 복사하여 소멸의 길을 걷게 되는데, 별들은 차츰 빛을 잃어 희미하게 깜빡이다가 하나둘씩 스러지고, 약 1조 년 후면 블랙홀과 은하 등 우주의 모든 물질이 사라지게 된다. 심지어 원자까지도 붕괴를 피할 길이 없다. 그러면 어떠한 에너지도 운동도 존재하지 않게 되어 우주는 하나의 완벽한 무덤이 된다. 이것을 '열사망'이라 한다.

4. 우리가 사는 우주 너머 다른 우주가 있나?

우리가 사는 우주가 수많은 우주 중에서 하나일 뿐일지도 모른다는 가설이 바로 다중 우주론이다. 다중 우주론은 지금 이 순간에도 우주는 빅뱅 이후에 시작된 ‘영구적인 인플레이션(Eternal Inflation)’ 과정에 있다고 본다.

다중 우주론을 배태시킨 인플레이션 우주론은 우주가 밀도가 무한한 한 공간에서 시작됐으며, 초창기에 우주가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하는 시기가 있었다고 설명하는 인플레이션 이론을 바탕으로 한다. 이 인플레이션 과정에서 우주 안팎에 각각 다른 물리법칙들이 지배하는 새끼 우주들이 계속 생겨났다는 것이다.

다중우주론자들은 우주의 지평선 너머에 우리 우주와는 또 다른 우주가 밤하늘 별처럼 셀 수 없을 정도로 존재한다는 가설을 내놓고 있다. 그들은 우리 우주도 하나의 거품 형태로 존재한다고 보며, 그런 거품이 수도 없이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각각의 우주는 따로 분리되어 있기는 하지만 물리법칙은 엇비슷하다고 가정한다.

이 같은 다중우주론은 그동안 수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으며, 아직까지 순전한 가설의 영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사람들은 대부분 우리 우주에 어떤 영향도 주지 않으며, 어떠한 소통과 관측도 불가능한 이상, ‘관측할 수 없는 것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다중우주론자들은 우주배경복사에서 우주 충돌의 단서를 열심히 찾고 있고, 또한 찾았다고 주장하지만, 증명까지 성공한 것은 아니다. 다중우주론이 신의 존재 증명처럼 영원히 증명할 수 없는 가설로 끝날지, 아니면 어떤 단서가 밝혀질지 현재로선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3. 내가 블랙홀 안으로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 ​​

블랙홀이란 엄청난 중력으로 주위의 모든 물질을 집어삼키며, 일단 여기에 한번 끌려들면 빛조차도 탈출할 수 없다는 무시무시한 존재다. 우주 속의 다양한 천체들 중에서 블랙홀만큼 흥미로운 대상도 없을 것이다. 얼마 전 블랙홀의 충돌로 빚어진 중력파를 역사상 최초로 검출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블랙홀은 다시 한번 지구 행성인들에게 주목받는 존재가 되었다.

블랙홀에 관해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가장 궁금하게 여기는 점은 만약 내가 블랙홀 안으로 떨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하는 것이다. 무시무시한 상상이긴 하지만, 이 문제는 변함없이 사람들의 가장 큰 관심사다.

먼저 당신의 발이 블랙홀로 접근한다고 상상해보자. 그러면 블랙홀의 가공스러운 중력이 머리보다는 발 쪽에 더 강하게 작용할 것이다. 발끝과 머리에 가해지는 조석력의 차이는 이윽고 지구의 총중력과 동일하게 된다. 이 상황은 마치 두 대의 크레인이 당신의 머리와 발을 잡고 힘껏 끌어당기는 형국이나 비슷하다.

블랙홀 안으로 떨어진 당신은 블랙홀 중심에 이르기 전에 국수가락처럼 한정없이 늘어지다가 마침내는 낱낱의 원자 단위로 분해되고 말 것이다. 이것이 바로 블랙홀의 '스파게티화(spaghettification)'라고 불리는 현상이다.

일단 블랙홀 안으로 떨어지면 외롭겠지만, 당신은 스파게티가 되어 한정없이 블랙홀의 중심, 특이점으로 떨어져내릴 것이다. 그것을 멈출 수 있는 존재는 우주 안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당신이 블랙홀 안에서 낱낱이 분해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겨우 10분의 1초밖에 안된다는 사실이 조금은 위안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2. 빅뱅은 왜 일어났는가?

빅뱅은 왜 일어났는가?

빅뱅 이전에는 무엇이 있었나?

​위의 두 질문보다 과학자들을 골치 아프게 하는 것도 없을 것이다. 첫째 질문에 대한 과학자들의 모범 답안은 이렇다.

"과학은 '왜'라는 물음에 답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라는 물음에 답하는 학문이다."

​요컨대 빅뱅이 왜 일어났는가에 대한 답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일어났는가를 연구하는 것이 과학이라는 주장이다. 일견 맞는 말인 듯하지만, 그래도 어쩐지 개운치는 않다.

​두번째 질문에 대한 모범 답안은 "빅뱅과 함께 시간과 공간이 창조되었으므로, 그 전이란 말은 의미가 없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북극점에 서서 북쪽이 어디인가를 묻는 것과 같다." 이 답안은 상상은 잘 안 되지만, 반론을 펴기도 만만찮은 게 사실이다.

​어쨌든 빅뱅이 왜 일어났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 보다 진전된 답안을 작성해본다면 다음과 같다.

​우주는 에너지가 무한대의 밀도로 응축된 초고온의 ​극미점(極微點), 곧 특이점에서 시작되었다. 그 특이점 역시 '무(無)'에서 나타났다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그러니까 우주가 무에서 생겨났다는 것이다.

​그런데 극미의 세계를 지배하는 법칙은 양자론인데, 양자론에서 볼 때 '무'의 상태란 있을 수가 없다. 아무리 빈 공간이라 하더라도 거기에는 불확정성 원리에 따른 양자 요동, 곧 가상입자들이 끊임없이 쌍생성과 쌍소멸을 하는 들끓는 곳이다. 실제로 진공 속에 금속판 2장의 마주 보게 두면 진공 에너지를 검출할 수 있다. 이것이 카시미르 효과라는 현상이다.

​또 극미 세계에서는 매우 짧은 시간에 입자가 확률적으로 에너지 벽을 뚫을 수 있는데 이를 터널 효과라 한다. 호킹에 의하면, 유한한 우주가 시간도 공간도, 에너지도 0인 '무'의 상태에서 이 터널 효과로 에너지의 벽을 뚫고서 돌연 태어났다고 한다.

따라서 빅뱅은 왜 일어났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 현시점까지 작성된 모범 답안은 이렇다.

​"빅뱅은 무에서 양자 요동과 터널 효과에 의해 돌연 일어났다. 빅뱅은 모든 것의 기원이므로 그 이전의 과거 따위는 없다. 즉 우주가 시작된 방법을 파악할 '원인'이란 건 존재하지 않는다." ​

1. 우주는 끝이 있을까?

사람들이 우주에 대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이 우주는 과연 끝이 있을까 하는 점이다. 이것은 인류의 두뇌를 아주 오랫동안 괴롭혀온 질문이다.

무릇 끝이란 말은 시작이 있다는 뜻이며, 그 끝에서 또 다른 무엇이 시작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그리고 우리가 체험하는 모든 사물에는 시작과 끝이 있다. 즉 유한하다는 말이다. 무한이란 상상 속에 존재하는 관념일 뿐이다.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는 무한이 실재하지 않은 것임을 이렇게 명쾌히 증명했다. -무한이라 해도 결국 유한한 것들의 집합일 뿐이다. 그런데 유한한 것들은 아무리 모아봐야 유한하다. 고로 무한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주란 과연 어떤가? 우주는 유한하지 않고 끝이 있을까? 우선 우리의 경험칙으로 볼 때, 우주에 끝이 있다는 것도 모순이요, 끝이 없다는 것도 모순으로 보인다. 또한 끝이 없다는 상태는 상상하기 어렵다. 끝이 있다면 또 그 바깥은 무엇이란 말인가?

이 우주라는 시공간이 시작된 것이 약 138억 년 전이라는 계산서는 이미 나와 있다. 138억 년 전 ‘원시의 알’이 대폭발을 일으켰고, 그것이 팽창을 거듭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는 이른바 빅뱅 우주론이다. 여기에 딴죽을 거는 과학자들은 거의 없다. 우주의 나이가 138억 년이지만, 초창기에는 빛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공간이 팽창했기 때문에 지금 우주의 지름은 약 940억 광년에 이른다.

여기서 당연히 이런 의문이 고개를 들 것이다. 그렇다면 우주도 유한하다는 얘기네. 그렇다. 현대천문학은 우주의 구조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우주는 유한하지만, 그 끝은 없다.

이게 무슨 뜻인가? 우주의 지름이 940억 광년으로 유한하지만, 그 경계는 딱히 없다는 뜻이다. 곧, 아무리 가더라도 그 끝에 닿을 수가 없다. 왜? 우주는 거대한 스케일로 휘어져 있어 가장자리란 게 존재하지 않으니까.

이런 얘기를 들으면, 누구나 ‘어찌 그럴 수가?’ 하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현대 우주론자들은 다음과 같이 답한다. 우주는 3차원 공간에 시간 1차원이 더해진 4차원의 시공간으로 휘어져 있어 중심도 경계도 없다. 2차원 구면이 중심이나 경계가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뫼비우스 띠만 해도 그렇다. ​종이 띠를 한 바퀴 비튼 후 이어붙이면 뫼비우스의 띠가 된다. 개미가 뫼비우스의 띠를 따라 표면을 이동하면 경계를 넘지 않고도 반대면에 이를 수 있다. 우주는 3차원의 뫼비우스 띠 같은 구조라는 것이다.

이처럼 우주의 시공간은 휘어져 있기 때문에 무한 사정거리의 총을 발사하면 그 총알은 우주를 한 바퀴 돌아 쏜 사람의 뒤통수를 때린다는 것이다. 그 사람이 그때까지 살아 있기만 한다면 말이다. 우주 공간이 평탄하게 보이는 것은 3차원의 존재인 우리가 휘어져 있는 4차원 시공간을 감득치 못해서 그렇다는 얘기다.

이처럼 우주는 중심도 가장자리도 없는 4차원 시공간이다. 내가 있는 이 공간이 우주의 중심이래도 틀린 말은 아닌 셈이다. 공간 속의 모든 지점은 동등하다. 신 앞에 모든 것은 공평하다고 하는 것이 바로 이를 두고 한 말인지도 모른다.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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