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탁류는 서해로 흘렀다…군산

작성 2016.11.22 15:47 ㅣ 수정 2016.11.22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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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흘러들어온 탁류마저 아름답게 품은 서해의 낙조. 군산 가는 바닷길에 펼쳐진 서해안 일몰은 쓸쓸한 늦가을 정취를 한껏 북돋아 놓는다.


'오늘이 아득하기는 일반이로되, 그러나 그런 사람들과도 또 달라 ‘명일(明日)’이 없는 사람들…이런 사람들은 어디고 수두룩해서 이곳에도 많이 있다.'

위 글이 나온 채만식의 소설, ‘탁류’가 당시 신문에 연재되기 시작한 해가 1937년이었다. 딱 80년 전의 시대풍광이, 세태가 지금과 별반 다르지는 않았는 듯하다.

전라북도 군산(群山) 출신의 소설가, 채만식(1902~1950)의 대표작 ‘탁류’는 1930년대 말, 일제의 미곡 수탈의 현장이었던 군산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밑천없이 미두(米豆·곡물) 투기를 하는 3류 인생‘하바꾼’인 정주사와 그녀의 고운 딸, 초봉의 비극적인 삶을 통해 작품은 일제 강점기 말엽 군산의 모습을 가감없이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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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물관 왼편에 있는 옛 군산 세관의 전면 모습. 1908년에 지어진 건축물로 적벽돌은 벨기에로부터 가져 온 것이다.


1899년 5월 1일에 근대항으로 개항된 군산을 모항(母港)으로 삼아, 일제는 전라북도의 만경평야와 동진강 유역 지평선이 보일 정도로 넓은 김제평야에서 산출되는 미곡들을 일본으로 실어 날랐다.

그러다보니 군산이라는 도시는 자연스레 일본인 지주들과 더불어 미곡(米穀) 관련 연계 사업장이 번성하였다. 또한 1930년대 군산 거주 일본인 비율과 한국인 비율이 반반이었다고 하니 부유한(?) 항구도시의 명성을 일제강점기 시절에는 뜻하지 않게 누리게 되었다.


바로 그 때의 기억과 기록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군산 근대역사박물관이다.

● 일제 강점기 시기의 유산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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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만식의 소설, 탁류에 나오는 여러 인물들의 모습을 재현해 놓았다. 왼쪽이 비운의 주인공 채봉, 중앙은 정주사, 그리고 오른쪽은 계봉이다.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은 "역사는 미래가 된다"는 의미를 다시금 찾기 위해 2011년 9월 30일에 개관하였다.

현재 일반인들에게는 주로 일제 강점기 시절의 문화 유산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알려졌으나 원래는 ‘국제 무역항 군산’의 모습을 알리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과거 번성했던 해상 무역항이자 서해 해상물류유통의 중심지였던 예전 군산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항일운동의 역사까지 아우르는 전라북도 지역의 대표 문화체험관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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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물관 입구. 예전에 사용하였던 수동식 소방마차가 있다. 군산 근대역사박물관에는 이처럼 1930년대 이후부터 사용되던 각종 물건 및 잡화들이 진열되어 있어 사람들의 추억을 소환한다.


실제 군산은 일제 강점기 당시의 문화 유산 원형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곳이다. 바로 이런 근대 문화 유산을 한 곳에서 체험할 수 있게끔 하는 공간으로서 박물관이 만들어졌다.

공사의 시작은 2009년 3월 20일이며 2011년 5월 3일에 준공하였다. 박물관의 대지면적 8347㎡이며 건축연면적은 4248㎡ 규모로 박물관으로서는 큰 편이다.

현재는 지하1층 지상 4층으로 전시장이 꾸며져 있으며 해양물류역사관, 어린이박물관, 수장고, 근대자료 규장각실, 근대생활관, 기획전시실, 세미나실 등이 갖추어져 있다.

● 소설 ‘탁류’의 주무대인 군산 거리 모습을 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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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 조선은행 군산지점. 일제의 식민지 지배를 위한 대표적인 금융시설로서 1922년에 완공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본인 건축가 나카무라 요시헤이가 설계한 건물로 조적조 2층 건물 지붕은 함석판으로 만들었다.


박물관을 좀 더 구석구석 살펴보자면, 입구 1층에는 ‘국제무역항 군산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라는 주제로 ‘해양물류역사관’이 구성되어 있다.

해양물류역사관은 ‘국제무역항 군산’, ‘삶과 문화’, ‘해상유통의 중심’, ‘해상유통의 전성기’, ‘근현대의 무역’, ‘바다와 문화’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연출공간에 관련 유물과 영상을 배치하여 관람객의 이해를 돕고 있다.

2층에는 ‘군산의 자랑스러운 독립영웅들’이라는 주제로 ‘독립영웅관’이 열려 있다. 이 곳에는 의병장 임병찬 장군의 여러 유품과 아울러, 호남 최초 3.1만세운동과 전국 최대 농민항쟁이 있었던 민족저항 도시로서의 군산을 기념하고 있다.

특히 군산에서 1927년 11월에 일어난 옥구농민항일항쟁은 당시 일본인 지주의 75%라는 높은 소작료 요구와 혹독한 착취, 폭압에 맞서 봉기한 일제강점기 대표적인 농민항쟁이었다.

3층은 박물관의 꽃이라고 부를 수 있는 ‘근대생활관’이 있는 곳이다. ‘1930년 9월, 군산의 거리에서 나를 만나다’라는 슬로건을 바탕으로 하여 ‘도시의 역사’, ‘수탈의 현장’, ‘서민들의 삶’, ‘저항과 삶’, ‘근대건축물’, ‘탁본체험’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연출공간에는 1930년대 군산의 모습을 재현하고 있어 볼거리가 아주 풍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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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물관 3층에 위치한 근대생활관 거리의 모습. 이 곳에는 1930년대 군산 거리를 재현하여 관람객들이 당시의 시대 분위기를 몸소 느낄 수 있다.


특히 이 곳에서는 1930년대 군산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당시의 잡화점, 인력거 조합, 고무신 상점, 술 도매상, 토막집 등이 그대로 재현되어 있다.

특히, 채만식의 소설 ‘탁류’의 주무대 공간으로 미곡을 매점매석하여 투기하는 공간인 ‘미곡취인소’가 있어 일제 강점기 당시의 군산의 모습을 민낯으로 만나게 된다.

이 외에도 박물관에는 기획전시실, 기증자전시실, 어린이체험관 등이 있어 관람객들에게 풍부한 역사적, 문화적 체험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군산근대역사박물관에서 우리는 군산 금강(錦江) 상류의 맑은 물이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탁류가 되어 서해 바다로 빠져 나간 역사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군산 근대역사 박물관에 대한 여행 10문답&g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여행지야?

-전라북도를 대표하는 박물관이다. 박물관 자체 방문도 의미있지만 주변에 있는 일제 강점기 시절의 문화 유산도 같이 거닐어 보면 더더욱 좋을 듯하다.

2. 누구와 함께?

-초등학생 자녀가 있는 가족들이라면

3. 가는 방법은?

-전라북도 군산시 해망로 240(장미동 1-67)/ 063-443-8283

-군산 시내에서 1~2, 8~9, 11~14, 88~89번 버스 이용⇒박물관 앞 승강장에서 하차

4. 감탄하는 점은?

-일제강점기 시절의 가옥이나 문화 유산들이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는 점.

5. 명성과 내실 관계는?

-대표적인 관람장소로 군산의 근대 문화 유산의 거리가 각광을 받고 있다. 하지만, 거리 인근에 관광을 위한 인프라(식당, 숙박, 쇼핑)가 좀 더 갖추어져야 할 듯.

6. 꼭 봐야할 장소는?

-3층 근대 생활관 내에 있는 다다미방으로 만든 영화관

7. 먹거리 추천?

-군산 현지인들의 추천 장소 ‘이성당’. 빵집으로 빙수도 유명함.(063)445-2772/ ‘일해옥’ 콩나물국밥집(063)443-0999/ ‘정원’ 가정식 백반집으로 반찬이 많음.(063)452-2561

8. 홈페이지 주소는?

-museum.gunsan.go.kr/index.jsp

9. 주변에 더 볼거리는?

-새만금 간척지, 은파 호수공원, 고군산군도, 금강호 시민공원, 금강 철새 조망대, 진포 해양 테마공원 등이 있다.

10. 총평 및 당부사항

-군사 근대 문화의 거리를 여행하기 전에 꼭 채만식의 ‘탁류’를 읽고 방문하길 바란다. 이해와 감상의 폭이 커질 뿐만 아니라 근대문화거리가 채만식의 ‘탁류’의 내용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 부분들이 많다.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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