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서해 최북단, 기항지의 노래…백령도

작성 2016.12.15 11:09 ㅣ 수정 2016.12.15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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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령도에서 가장 많이 눈에 들어오는 것은 해풍에 펄럭이는 태극기다. 서해 최북단 섬으로 남북이 대치하는 상황으로 60여년이 흘렀다. 매서운 바닷바람에 늘 태극기의 모서리가 헤져서 자주 갈아주어야 한다.


'철새의 전부를 남북(南北)으로 당기는/ 마음의 마찰음(音) 끊기고/ 바람 받는 마스트의 검은 깃발/ 축대에 바닷물이 튀어오른다'

황동규 시인의 작품, ‘기항지 2’에 나오는 구절이다. 인천 연안 여객터미널에서 4시간도 넘는 뱃길을 따라 도착한 백령도(白翎島) 용기포 부두 선착장 축대에 오르면 머릿속에 맴도는 절묘한 노래다.

실제 백령도는 서해 최북단 북위 37도 52분에 위치한 섬으로, 한국전쟁 당시 도화지에 연필로 금 긋듯 그려진 38도선에 아직도 머물러 있는 남북분단의 상징이기도 하다.


인천 연안 부두에서 항로거리로 220Km나 떨어진 먼 섬이지만, 오히려 북한의 장산곶과는 불과 15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섬이어서 육안으로도 늘 북한 땅을 바라볼 수 있어 처음 이 섬을 방문한 민간인들에게는 꽤나 낯선 섬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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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청전의 주인공, 효녀 심청의 상(像). 어린 몸을 던진 곳은 바로 백령도 앞 황해도 장산곶 앞 인당수다. 여러 문헌을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심청의 태생지가 황해도 근방임을 주장하는 가설이 많다.


그러다 보니 한국군에 있어서는 군사거점으로 중요한 지정학적 위치를 지니고 있는 섬이어서 현재도 해병대가 주둔하고 있기도 하다.

또한 중국 화북지역과 연결되는 항로상의 섬이기도 해서 중국입장에서도 한반도를 대상으로 한 주요 지정학적 교역 요충지 역할도 담당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사실 백령도는 뭍에서 4시간 넘는 힘든 바닷길만 아니라면 아마도 제주도 버금가는 인기 섬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우선은 볼거리가 풍부하고, 해안선 총둘레 길이가57㎞, 섬 전체 면적은 51.086㎢에 달하는 남한의 섬 중에서는 면적으로는 8위에 해당하는 큰 섬이니 생활이 그리 불편하지 않다.

또한 주민 숫자만으로 5400여명이 살고 있을 뿐 아니라 해병여단이 주둔하고 있어 백령도는 의외로 젊음의 활력이 넘치는 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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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령도에 있는 국궁장. 중국으로 부터 날아드는 미세먼지와 황사로 인해 이렇듯 맑은 하늘은 좀처럼 만나기 쉽지 않다고들 한다.


이 곳의 대표적인 관광지로는 한국전쟁 시절 천연비행장으로도 사용되던 사곶해변과 형형색색 자갈밭으로 이루어진 콩돌해안,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두무진 선대암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사곶해변의 경우, 석영으로 구성된 단단한 모래사장이 길이 약 3Km, 폭 0.2Km로 펼쳐져 있는데 이 곳은 한국전쟁 당시 임시비행기활주로 용도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전세계에 해변을 활주로로 사용할 수 있는 곳이 이탈리아의 나폴리 해변과 이곳 사곶해변 밖에는 없을 정도로 귀한 장소이자 지금도 RKSE라는 ICAO 공항코드까지 부여받는 진짜 공항이기도 하다. 현재 천연기념물 제391호로 지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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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곶해변의 천연비행장. 자동차를 타고 해변을 달리는 기분은 ‘백령도 여행의 백미’라고 볼 수 있다. 비행장으로 사용될 만큼 바닥은 단단하다.


그러나 간척사업으로 인한 방파제 사업으로 해변 가장자리의 경우 과거와는 달리 바닷물 침식현상이 최근에 일어나고 있다. 필자의 소형 렌트카 역시 모래에 바퀴가 빠져 꽤나 진땀을 흘리기도 하였다.

하지만, 겨울바람 한 가운데 파도를 밟으며 해변을 질주하는 쾌감은 꽤나 이국적 경험이어서 백령도의 으뜸 명소로는 제격이다.

특히 타이어에 부딪히는 바닷물의 마찰감은 엑셀을 밟고 있는 발끝을 통해 몸으로 온전히 전해진다. 짜릿함 그 자체로 역대급 여행 경험으로 남을 수도 있다.

사곶해변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천연기념물 제 392호로 지정된 콩돌해안도 볼만하다.

규암으로 구성된 콩돌 크기 형형색색 자갈로 구성된 800미터 길이의 해안가는 모래로 구성된 해변가와는 달리 해안가를 거닐 때 나는 서걱거리는 소리가 파도소리와 더불어 관광지 운치를 더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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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령도 북서쪽 약 4㎞에 걸친 해안선에 따라 오랜 세월동안 해풍과 비바람에 깎여 만들어진 높이 50여m 내외의 규암절벽은 흡사 거제도 해금강을 연상케 한다.


또한 백령도를 대표하는 명물로는 두무진 선대암이 있다. 현재 문화재 명승 제8호로 지정된 곳으로 백령도 북서쪽 400m 지점에 4㎞가량 펼쳐진 50~100m 높이의 규암으로 이루어진 기암 절벽으로 이루어진 곳이다.

조선 광해군 시절인 1612년 이대기(李大期)의 <백령도지>에서 '늙은 신(神)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극찬했을 정도의 절경이다.

이 곳에는 선대암 외에도 형제바위, 코끼리바위, 물개바위, 부처바위, 잠수함바위, 가마우지 서식처 등등의 볼거리가 풍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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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령도 북서쪽 약 4㎞에 걸친 해안선에 따라 오랜 세월동안 해풍과 비바람에 깎여 만들어진 높이 50여m 내외의 규암절벽은 흡사 거제도 해금강을 연상케 한다.


이외에도 백령도에는 중화동 교회, 심청각 관광지, 등대해안 등 섬 구석구석에는 백령도만의 숨겨진 보석같은 명소들이 많다.

특히 여름 한철이나 휴가철에도 이 곳 백령도는 비교적 조용한 휴식을 보낼 수 있는 곳이 많아 힐링을 원하는 도시인들의 방문 장소로는 제격이다.

<백령도에 대한 여행 10문답>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여행지야?

-‘꼭’이라는 표현보다는 ‘시간이 된다면’이라는 조건이 앞선다. 왕복 9시간의 뱃길은 어른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힘에 부칠 수 있다. 색다른 여행지를 찾는 분들에게는 최적화된 장소.

2. 누구와 함께?

-혹시 북녘 땅을 바로보고 눈물지을 사연이 있는 분이라면, 특히 황해도가 고향인 어른을 모시는 가족이라면, 50대 부부 모임으로 어울려 가도 좋은 장소. 해병대 출신 아저씨들의 추억의 장소.

3. 가는 방법은?

-인천항 연안 터미널. 오전 7시 50분, 오전 8시 30분에 출항./ 해상기상조건에 따라 배가 출항하지 않는 날이 많으니 반드시 출항여부를 체크할 것. www.hferry.co.kr

4. 감탄하는 점은?

-사곶해변에서의 드라이빙. 이 경험 하나만으로 4시간 넘는 배시간은 감당할 수 있을 듯.

5. 명성과 내실 관계는?

-그리 알려져 있는 관광지는 아니지만, 조용히 쉴 수 있는 섬이다.

6. 꼭 봐야할 장소는?

-사곶해변, 콩돌해안가, 두무진 선대암, 심청각, 중화동교회

7. 먹거리 추천?

-백령도 특유의 황해도식 메밀 냉면.

8. 홈페이지 주소는?

-www.baengnyeongdo.com/

9. 주변에 더 볼거리는?

-대청도와 소청도.

10. 총평 및 당부사항

-필자의 경우 기상상황으로 인하여 배가 뜨지 않아 섬에서 이틀을 더 머물렀다. 시간에 딱맞는 일정이 맞지 않을 수도 있으니 늘 염두에 둘 것. 이때 읍내의 목욕탕 방문도 좋다.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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