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짧은 삶, 15시간’…생명 나누고 하늘로 돌아간 아기

입력 : 2017.01.04 16:00 ㅣ 수정 : 2017.07.25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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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오클라호마주(州) 캐쉬언에 사는 34세 전업주부 애비 아헌은 셋째 아이를 갖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임신 19주차 초음파 검사 결과가 나왔을 때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아이에게 ‘무뇌증’이라는 불치병이 있어 태어나도 몇 시간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를 전해 들었기 때문. 그 순간 그녀는 숨조차 쉴 수 없었다.


배 속의 아이에게 닥친 무뇌증은 뇌와 두개골의 발육이 불완전한 결함으로, 임신 1000건 중 약 1건에서 발생하는 희소 사례며 대부분 유산으로 이어진다.

결과적으로, 미국에서는 신생아 1만 명 중 1명 정도는 무뇌증으로 태어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아이를 포기할 수 없었다. 현재 5세와 7세가 된 딜런과 하퍼라는 이름의 두 딸을 두고 있는 그녀는 남편 로버트(34)와 상의 끝에 아이를 낳기로 결심했다.

그 이유는 짧게나마 아이와 시간을 보내고 아이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신생아 장기 기증을 선택하기로 한 것이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2일(현지시간) 이같이 뱃속 아이에게 불치병이 있다는 것을 알고도 낙태를 거부했던 한 여성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사연을 소개했다.

애비는 “이 같은 결정은 자신이 살면서 겪은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다른 가족이나 친구 누구도 자신들의 결정에 직접 반대하지는 않았지만,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말했다.

그녀는 “처음부터 우리는 아이가 정상적으로 태어날 수 있다고 희망하며 이를 위해 제왕절개술을 계획했다”면서 “우리는 아이와 함께 몇 가지 소중한 추억을 나누길 원했다”고 말했다.

또한 “심지어 내 두 자매는 모두 내가 임신을 계속해 나가는 것을 두고 우리 부부가 미친 줄 알았다고 나중에 말했다”고 말했다.

이후 부부는 담당의에게 뱃속 아이의 성별을 물었고 딸이라는 것을 알고 그 자리에서 이름을 정했다. 부부의 두 딸이 서로 이름을 지으려 옥신각신했지만, 바로 그때 그녀가 은혜(grace)라는 뜻을 가진 ‘애니’(Annie)라는 이름을 떠올려 아이에게 붙여줬다.

그녀는 “우리는 비록 아이가 이 세상에서 오래 살 수 없지만, ‘목적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애니의 탄생에 앞서 부부는 장기기증 서비스 ‘라이프셰어’를 통해 장기 기증을 위한 수많은 병원 회의를 거쳤다.

그녀는 자신의 임신에 관한 악의 없는 질문에 고통스러웠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대답하려고 노력했다.

이후 2013년 6월 26일 마침내 출산일이 다가왔고 애비는 편안히 제왕절개술을 받았다. 그리고 마취에서 깬 그녀는 소란스러운 소리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는 것을 보고 애니의 탄생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애니는 별로 울지 않았지만, 난 아이가 내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면서 “간호사가 내게 애니를 보여줬고 그 아이의 모습은 너무 아름다웠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의 손을 잡았고 내 얼굴을 밀착해 냄새를 맡고 계속 뽀뽀해줬다”고 덧붙였다.

애비는 그 순간 가슴이 아팠지만 모든 것이 행복했다고 말했다.

애니가 태어난 뒤 큰딸 딜런은 ‘천국은 진짜 있어요’라는 책 한 권을 가져와 부부에게 동생에게 읽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애니에게 책을 읽어줬다는 그녀는 살면서 가장 좋았던 순간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오후 11시쯤 애니는 숨을 제대로 쉬지 못했고 그녀는 아이가 삶의 끝자락에 도달했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었다.

그녀는 “애니는 14시간 58분 동안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아름답게 살았다”면서 “사랑과 기쁨, 그리고 평화에 둘러싸인 채 모든 삶을 보냈기에 숨을 거뒀을 때조차 슬픔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후 애니의 장기기증이 시작됐다. 하지만 심장 판막을 제외한 다른 장기들은 산소 수치가 너무 낮아 이식 수술을 할 수 없었고 일부 장기는 연구용으로 기증됐다.

그렇게 애니가 세상을 떠난 지 6개월이 지났다. 애비는 다시 아이를 갖기 위해 노력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바’(Iva)를 임신할 수 있었다.

그녀는 “애니의 이야기는 희망 중 하나다. 난 이 같은 이야기가 비극 중에서도 아름다움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애니의 이야기는 우리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애니의 이야기는 공유되고 있으며 난 내가 죽는 날까지 그렇게 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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