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큰바위얼굴, 부처님을 만나다

작성 2017.02.21 15:48 ㅣ 수정 2017.02.21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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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륵상 앞의 석등(보물 제232호), 석탑, 배례석(충청남도 유형문화재 제53호)을 관람객들이 살펴 보고 있다. 특히 배례석은 고려시대 원형 그대로 보존된 특이한 것이다.


“(…)다른 약초상 아저씨가 은진미륵님을 꼭 뵙고 가라고 하여 관촉사엘 들렀다. 네모난 관을 쓰고 뚱뚱한 기둥처럼 썼는 돌미륵을 한번 휘둘러보고는 한적한 절 마당을 지나 다시 돌아섰다.”

황석영 작가의 소설‘개밥바라기별’(2008)에 나오는 은진미륵보살은 네모나고 뚱뚱하다. 분명 여느 불상과는 다름은 분명하다. 단순히 투박하다는 것으로 정의내리기에는 너무나도 매력적이다. 푸근하며 정겨우면서도 힘있다.

더구나 귀한 아들 훈련소에 맡겨 두고 눈물 듬뿍 흘리는 부모님 등 토닥거려주는 큰일 하시는, 논산의 큰 바위 부처님이다.

황산벌 훤히 내려다보이는 널찍한 관촉사 절집 마당, 입대하면서 맡긴 아들의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는 부모님들의 이야기가 있는 곳, 천년 세월 논산 관촉사의 은진미륵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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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촉사의 대광명전. 관촉사 경내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곳으로 비로자나 부처님, 노사나 부처님, 석가모니 부처님이 모셔져 있다.


참으로 오래된 이야기를 꺼내 보자. 현재 ‘은진 미륵’이라고 불리는 논산 관촉사의 ‘석조미륵보살입상’은 현재 보물 제 218호로 지정되어 있다.

이 입상은 고려 초기 양식의 관제 미륵불로 당시 왕의 권력을 드러내기 위한 용도로 만들어졌다고 추정된다. 고려 광종 21년(970)에 조성하기 시작하여 목종 9년(1006)에 완성된 석불로 혜명대사가 완성하였다.

당시 미륵입상의 백호에서 나온 빛이 너무 밝아 중국의 명승 지안대사가 찾아 예불을 올렸다는 연유로 인하여 관촉사(灌燭寺)라는 절집 이름이 붙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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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들이 관촉사의 윤장대를 돌리며 즐거워 하고 있다. 팔각형의 윤장대를 한 번 돌리면 불경 한 권을 읽는다는 의미가 있다.


관촉사는 기존의 신라 불적과는 다르게 정형화된 틀을 전혀 따르지 않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석불, 석등, 석탑 등이 일렬 배치가 된 점이라든지, 미륵전에는 아예 불상이 없다는 것이라든지 하는 것은 기존의 규범화된 가람배치에서 벗어나고 있다.

이런 점에서 관촉사는 지극히도 민중적이면서 서민적인 미륵신앙의 발원 형태로 절집 모양새를 갖추었다고 볼 수 있다.이 중에서 가장 토속적인 원형을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은진 미륵 불상’이다.

고려 초기 불안했던 정국에서 민초들은 미륵불 신앙을 받들었고, 이를 대표하는 불상이 은진 미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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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탈문으로 불리는 석문. 바깥 너비는 194㎝이고 안 너비는 137㎝이며, 바깥 높이는 196㎝의 크기로 이를 지나면 해탈을 할 수 있다는 전설이 있다.


경주에 남아있는 세련된 간다라 형식의 불상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은진 미륵은 고려 초기 왕이나 호족들의 힘을 드러내기 위한 용도로 만들어졌던 일련의 석불, 철불 들과 궤를 같이 한다. 파주 용미리 석불, 부여 대조사 석조미륵보살입상, 안동 제비원 석불 등이 바로 고려 초기 자유로운 양식의 석불형태다.

이 중에서 자연 암반을 깎아 만든 높이 18m의 거대한 은진 미륵 입상은 얼굴이 과도하게 크고, 균형미나 조형미는 떨어지지만 규모면에서 거대할 뿐만 아니라, 토속적이면서 푸근한 느낌을 주기에 힘없는 민초들이 섬기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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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촉사의 유명한 미륵전. 전각 내에 불상이 없고 창 너머로 미륵 불상이 보이는 특이한 구조다.


자세히 살펴보면, 머리는 관을 쓰고 있으며 사각형 관 모퉁이에는 방울을 달아 놓았다. 또한 찢어진 눈, 납작한 코, 두툼한 입술은 크고 확연하게 묘사되었으며, 목과 턱의 주름은 과도할만큼 사실적이다.

또한 귀는 3m가 넘어 거의 어깨에 닿을 정도이며 천의(天衣)는 간단한 옷주름을 넣었으며, 손 모양은 과도하게 크고 굴절되어 있어 어떤 특징적인 불교 양식을 따랐다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독창적인 모양이다. 과히 교과서에 나올만한 자격이 될 만큼의 존재감있는 석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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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산 관촉사 석조미륵보살입상. 현재 보물 제 218호로 지정되어있는 고려 초기 양식의 관제 미륵 불상으로1006년에 조성된 오랜 불상이다.


관촉사에는 이외에도 석등(보물 제232호), 석탑, 배례석(충청남도 유형문화재 제53호), 석문(충청남도 유형문화재 제79호), 대광명전(大光明殿), 미륵전, 윤장대, 산신각 등의 문화재가 많아 넉넉히 돌아 볼만한 사찰의 규모를 지니고 있다.

<관촉사에 대한 여행 10문답>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여행지야?

-논산이나 부여 등지를 방문할 계획이 있는 사람이라면, 일부러 시간을 내어서라도 가 볼 만하다.

2. 누구와 함께?

-가족 단위 관광객, 논산 훈련소에 아들이 입소한 부모님들.

3. 가는 방법은?

-충청남도 논산시 관촉동 254 /건양대 후문 근처

4. 감탄하는 점은?

-은진 미륵 보살은 교과서에 나온 것보다 훨씬 크다.

5. 명성과 내실 관계는?

-생각보다 그리 많은 관람객들이 방문하고 있지는 않다.

6. 꼭 봐야할 장소는?

-은진 미륵 보살, 미륵전, 윤장대, 해탈문

7. 토박이들이 추천하는 먹거리는?

-돼지갈비로 유명한 ‘햇잎갈비’(736-6001), 젓갈백반 ‘만나식당’(745-7458), 순대국밥 ‘연산할머니순대’(735-0367), 콩나물국박 ‘유정콩나물국밥’(732-0080), 갈치조림 ‘옛날집’(734-0333). 지역번호는 041

8. 홈페이지 주소는?

-gwanchoksa.modoo.at/

9. 주변에 더 볼거리는?

-백제군사박물관, 논산 명재고택, 수락계곡

10. 총평 및 당부사항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님이라면 한 번은 가 볼만하다. 왜냐하면, 은진 미륵 불상은 교과서 곳곳에 나올 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도 자주 언급되는 곳임.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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