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조선의 시간, 그대로 멈추다…순천 낙안읍성

작성 2017.03.23 10:01 ㅣ 수정 2017.03.23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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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도 옛 시간을 그대로 간직한 곳, 순천 낙안읍성. 국내에서 드물게도 조선시대 농촌 마을 원형 그대로 보존된 곳이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다’, ‘다물’, ‘천군’, ‘광해’ 그리고 드라마 ‘다모’, ‘대장금’, ‘장길산’, ‘토지’, ‘불멸의 이순신’, ‘구암 허준’ 등의 촬영장소는 어딜까? 순천의 낙안읍성이다.

낙안읍성은 진짜다. 현재를 과거처럼 만든 것이 아니라 과거 그대로 현재에 멈추어 있다. 방문객들이 옛 시간을 따라 담벼락을 돌면, 또 다른 옛 시간이 그들을 맞이한다.

발걸음이 처음으로 초가지붕 아래에서 돈독하게 움직인다. 샛길로, 고샅길로, 한길로 넘어가면 누구나 시간의 경계를 온몸으로 느낀다. 살아있는 옛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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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람객들은 주차장을 지나 낙풍루라고 불리는 동문을 지난다. 석문 앞에는 특이하게 돌로 만든 개 형상이 3기가 있다. 정유재란 때 죽은 원혼들이 마을로 넘어오지 못하게 막는 역할을 한다.


낙안읍성이 관광지로 가지는 매력은 바로, 이것저것 내세우지 않고 오직 고즈넉한 예전 시간 한 가지만 얼굴로 낸다는 것이다.

시멘트 덕지덕지 바른 담 위에 찰흙으로 세련되게 단장한 요사이 다른 ‘옛날’ 관광지에 내심 시큰둥하였던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단연 일품의 여행지이자 방문지다.


지금의 낙안읍성을 에워싸고 있는 성곽의 길이는 총 1410m에 이른다. 높이 역시 고르지는 않으나 옛 마을 성곽으로는 제법 높은 4m에 이르고, 넓이 역시 우마차가 넉넉히 지나갈 정도의 성곽길을 지니고 있다. 현재 총 면적이 예전 셈법으로 4만 1018평으로 현재도 여전히 100세대 조금 못 미치는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사람 살고 있는 동네다.

원래 낙안읍성은 조선 태조 6년(1397)에 왜구들의 잦은 침입을 방비하기 위해 토성으로 쌓았다. 이후 세종 9년(1426)에 석성으로 다시 개축하였고, 유명한 임경업 장군이 낙안 군수로 재직하던 시기(1626)에 다시금 석성(石城)을 중수했다는 야사도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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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읍성 내에서 인기가 좋은 옥사. 이 곳에는 방문객들이 실제 체험할 수 있는 조선 시대의 옥사와 더불어 여러 형틀이 마련되어 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반드시 주목해야 할 지점이 있다. 현재의 낙안읍성이 있는 지역명은 낙안군(樂安郡)이 아니라 순천시 낙안면이라는 사실이다. 원래 지금 보성의 벌교읍, 고흥의 동강면, 대서면, 순천의 외서면 등은 1908년 일제가 일부러 낙안군(樂安郡)을 폐군시키면서 인위적으로 세 도시에 강제로 편입시킨 낙안의 마을들이다.

당시 안규홍(1879~1911) 의병장을 비롯하여 수많은 항일 의병들이 현재의 벌교 지역, 옛 낙안군을 중심으로 결성되자 일제는 무자비하게 탄압하였고 아예 이 지역을 찢어 놓았던 것이다. 낙안 지역에서 일어난 항일무장독립투쟁이 일제로서도 쉬 대응하기 힘들 정도로 극렬했던 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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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안벌을 넘어 장광산과 백이산이 보이는 읍성의 위치는 참으로 고즈넉하다. 마을 안에 작은 연못이 있었다.


흔히들 ‘벌교에서 힘 자랑하지 마라’라는 말은 지금은 주먹질로 곡해되어 와전되었지만, 원래 옛 낙안 지역이었던 벌교에서 일제 순사에 항거하던 거친 젊음과 독립운동가들이 많았기 때문에 생긴 말이다.

조정래 작가의 ‘태백산맥’을 보면 소설의 배경인 벌교 역시 역사적으로는 낙안지역이었기에 자연스레 등장인물에 낙안댁, 외서댁이라는 명칭이 등장한다. 그러하기에 오히려 현재의 낙안면이 속한 순천시보다는 보성에서 낙안읍성이 더 가까운 연유가 이런 사연에서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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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형 그대로 남아있는 옛 낙안군 동헌의 모습. 이곳에는 실감나게 재현해놓은 마네킹들이 있어 방문객들의 호기심을 자아낸다.


원래 낙안읍성에는 동서남북으로 총 4개의 성문이 있었지만, 현재는 낙풍루라고 불리는 동문, 진남루라고 일컫는 서문, 쌍청루인 남문이 제 모습을 유지한 채 남아있다.

읍성 안으로 들어가면 예전의 조선 동리가 그대로 성 안에 담겨 있는데, 물레방아, 옥사, 장터, 우물, 빨래터, 대장간, 객사와 동헌, 서당, 임경업 군수 비각 등이 옛 풍경 그대로 남아 있다.

또한 성곽 너머에는 낙안벌 멀리 장광산, 백이산이 보이며 이 산들을 지난 먼 거리에 조계산도 어렴풋이 짐작된다. 조계산 너머가 바로 지리산이고 섬진강이니 남도 중에서 아랫마을이 바로 낙안읍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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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안읍성 내에는 한지 체험부터 혼례 체험까지 다양하고 흥미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위 사진은 전통혼례체험을 하는 방문객들.


낙안읍성은 CNN 선정 ‘한국 최고 여행지 50선’에 당당히 이름 올릴 정도이자 한국관광공사 선정 주요 방문지 순위에도 윗길에 앉아있을 정도이니, 올 봄 힐링을 원하는 사람들은 따뜻한 봄햇내 가득한 낙안읍성으로 가보는 것도 좋다.

<낙안읍성에 대한 여행 10문답>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여행지야?

-순천이나 벌교, 고흥, 여수 지역을 방문한다면 필수 코스다.

2. 누구와 함께?

-가족 단위 여행지.

3. 가는 방법은?

-전라남도 순천시 낙안면 충민길 30/ (061)749-8831/ 순천 시내버스로 63, 68, 61, 16, 670번이 있다.

4. 감탄하는 점은?

-진짜다. 일부러 만든 옛날 동네가 아니라 진짜 옛날의 시간이 남아 있다.

5. 명성과 내실 관계는?

-최근 코레일의 내일로 여행 코스로 여수, 순천이 이름 얻으면서 관광객들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6. 꼭 봐야할 장소는?

-옥사, 한지체험관, 동헌, 성곽길

7. 토박이들이 추천하는 먹거리는?

-가성비 끝판왕 한정식, 3인 이상 ‘대원식당’(744~3582), 남도의 제대로 된 한정식 한상을 원한다면 ‘명궁관’(741-2020), 돼지고기 김치찜 ‘진일 기사식당’(754-5320), 마늘통닭 ‘풍미통닭’(744-7041), 짱뚱어탕 ‘대대선창집’(741-3157), 찹쌀떡 ‘화월당 과자점’(752-2016)/ 지역번호 (061)

8. 홈페이지 주소는?

-www.suncheon.go.kr/nagan/

9. 주변에 더 볼거리는?

-뿌리깊은나무박물관, 태백산맥 문학관, 순천만 정원, 선암사

10. 총평 및 당부사항

-낙안읍성은 제대로 보존된 민속마을이다. 남도 여행을 간다면 낙안읍성과 더불어 옛 낙안군 지역이던 벌교 지역도 같이 둘러보자.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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