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의 강가에 반려호랑이가 출현했다. 주인이 목줄을 놓치면서 호랑이가 도망을 가 한때 주위에선 난리가 났다.
멕시코 북부 치와와주의 사크라멘토 강 연안에서 최근 벌어진 일이다. 한 남자가 호랑이를 끌고 나타났다.
줄무늬가 뚜렷한 호랑이가 분명했지만 맹수의 목엔 개처럼 목줄이 걸려 있었다. 반려견이 아니라 ‘반려범’이었던 셈이다.
여름을 맞아 강가엔 사람이 많았지만 남자는 개의치 않고 호랑이를 끌고 강물에 발을 담궜다.
바지를 입은 채 강으로 걸어 들어가는 남자를 호랑이는 조용히 따랐다. 더위에 지친 듯 호랑이도 물이 반가웠던 것 같다.
물에 들어간 호랑이는 조용히 앉아 더위를 식혔지만 그런 호랑이를 건드린(?) 게 실수였다.
남자는 더위에 지친 호랑이가 안타까웠는지 장난하듯 반려범의 몸에 물을 뿌렸다.
이때였다. 조용히 물을 즐기던 호랑이는 갑자기 움찔하더니 주인에게 달려들었다. 깜짝 놀란 주인는 손으로 호랑이를 밀쳐내는 과정에서 목줄을 놓치고 말았다.
호랑이는 주변에 모여 자신을 구경하던 사람들 쪽으로 달리가기 시작했다. 맹수가 돌진하자 주민들은 혼비백산 흩어져 도망쳤다. 일대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다행이 주인이 호랑이를 쫓아가 목줄을 잡으면서 사태는 수습됐지만 호랑이가 사람에게 달려들었다면 아찔한 사고가 벌어질 뻔한 일이다.
호랑이의 물놀이를 카메라에 담은 누군가가 영상을 인터넷에 올리면서 반려범의 출현 사실은 세상에 알려졌다.
인터넷에는 비난이 쇄도했다. 맹수를 끌고 사람이 많은 곳에 간 남자를 당장 처벌하라는 목소리가 하늘을 찔렀다.
멕시코 환경보호청은 조사에 착수했다. 관계자는 “멸종위기에 처한 맹수를 남자가 어떻게 키우게 됐는지, 맹수를 끌고 사람들이 많은 곳에 간 것이 현행 규정을 위반한 것인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석훈 남미통신원 juanlimmx@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