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노숙인에 추적기 달고 ‘인간 포켓몬고’ 게임 만든 예술가

입력 : 2017.07.12 15:24 ㅣ 수정 : 2017.07.12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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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맨 오른쪽은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한 덴마크 출신의 예술가 혼슬레스

▲ 혼슬레스 홈리스 트랙커 게임 홈페이지 캡쳐

▲ 혼슬레스 홈리스 트랙커 게임 홈페이지 캡쳐



덴마크의 한 예술가가 노숙인들에게 추적기를 단 뒤 ‘인간 포켓몬고’, ‘인간 다마고치’와 같은 논란성 다분한 게임을 만들어 공개해 화제다.

영국 이브닝스탠다드의 11일자 보도에 따르면 크리스티안 반 혼슬레스라는 남성 예술가가 제작한 이 게임은 일명 ‘혼슬레스 홈리스 트랙커’로, 런던의 노숙인 10명에게 추적기를 달아 만든 게임이다.

혼슬레스의 설명에 따르면 추적기를 단 노숙인 10명은 런던 곳곳에 흩어져 있으며, 혼슬레스가 직접 개발한 애플리케이션을 스마트폰에 설치하면 이들의 위치를 알 수 있는 간략한 지도가 뜬다. 사용자는 이 지도에 표시된 노숙인의 신호를 따라 움직이다가, 지도에 표시된 사진과 같은 외모의 노숙인을 발견하면 사진 등을 통해 이를 인증하면 된다.

혼슬레스는 게임 이용자가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 캐릭터를 고르듯 노숙인을 고를 수 있으며, 포켓몬을 잡는 것처럼 노숙인을 찾으면 해당 노숙인의 얼굴이 담긴 순금 사진판을 약 2만5000파운드(약 3700만 원) 안팎에 살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브닝스탠다드와 한 인터뷰에서 “총 10명의 노숙인들에게 추적기를 장착하게 했으며, 이를 통해 현실판 ‘포켓몬 고’나 ‘사람 다마고치’와 같은 게임을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게임은 노숙인을 인격체가 아닌, 단순한 유희 혹은 게임의 대상으로 삼는, 도덕의 파탄과도 같은 느낌을 준다. 마치 중세 암흑기에 자행하던 ‘노예 사냥’과도 같은 인상마저 준다. 이처럼 자본주의 타락의 극단을 엿보는 듯하지만 그는 이 게임에 나름의 정치사회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혼슬레스는 “이번 프로젝트는 이 사회에 대한 나의 발언”이라면서 “노숙인과 사생활 침해, 사회적 불평등, 리얼리티 텔레비전, 문화적 타락 등 여러 문제점을 한꺼번에 녹여 담아 윤리적 경계에 얽매임 없이 만든 것이 혼슬레스 홈리스 트랙커 게임”이라고 소개했다.

이는 노숙인을 포함한 각종 사회적인 현상을 반영하고 직접 체험함으로서 문제가 되고 있는 사회현상을 몸소 느낄 수 있게 도와준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다만 혼슬레스는 이 작업을 통해 발생하는 수익의 용처 등에 대해서는 특별히 밝히지 않았다.

실제로 최근 몇 년 간 영국 전역의 집값이 오르면서 노숙인 수가 급증했고, 이는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됐다. 일각에서는 노숙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해 차별하지만, 최근 런던에서 발생한 여러 번의 끔직한 테러에서 사람들을 돕는 노숙인의 모습이 포착되면서 화제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영국 노숙인복지센터인 센터포인트 폴 노블릿 대표는 “런던의 수백 만 파운드의 아파트들이 여전히 비어 있는 채로 매매의 대상이 되는 동안 길거리에 쓰러져 있는 노숙인들은 점점 늘어가고 있다”면서 “많은 시민들이 노숙인 문제 자체에 무관심한 분위기 속에서 혼슬레스의 작업은 노숙인들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키고 관심을 모아 해결책 마련에 대한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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