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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개미가 만든 에펠탑…그 원리를 찾았다(연구)

작성 2017.07.15 11:08 ㅣ 수정 2017.07.15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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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정적인 삼각형 모양의 탑을 만드는 붉은 불개미. (사진=조지아 공대)


개미에 물려 사람이 죽는다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일 같지만, 실제로 그런 일이 발생한다.

본래 남미에서 살다가 미국까지 퍼진 붉은 불개미(red imported fire ant, Solenopsis invicta)는 솔레놉신(Solenopsin)이라는 독을 지닌 개미로 2.5~6㎜ 정도의 작은 크기를 지녔지만, 쏘이면 마치 불에 덴 듯한 통증을 느끼게 한다. 정작 큰 문제는 통증 자체가 아니다. 통증보다 과거 독에 쏘인 적이 있는 사람에게서 아나필락시스(anaphylaxis)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에서만 매년 6000명 정도가 붉은 불개미에 의한 아나필락시스로 병원을 찾으며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붉은 불개미는 상당히 많은 연구가 진행된 개미다. 참고로 국내에서 말하는 불개미(Formica yessensis)와는 다른 종류로 영어로 ‘파이어 앤트’(fire ant)라고 불러서 보통 불개미로 번역하나 다행히 한국에는 없는 종이다.

그런데 이 붉은 불개미는 놀라운 이동 능력을 지니고 있다.

예를 들어 개미가 서로 뭉쳐서 물에 뜨는 섬을 만들어 물을 건너거나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개미로 만든 다리를 놓거나 탑을 만들어 지형을 극복하고 이동할 수 있다. 사실 그래서 방역 당국에는 더 큰 골칫거리인 셈인데, 조지아 공대의 과학자들은 이 개미들이 어떻게 자기 몸길이의 수십 배가 넘는 개미탑을 만드는지 밝혀냈다.

이에 따르면 붉은 불개미는 공학적으로 안정적인 삼각형 모양의 구조를 만드는 재주가 있다. 마치 에펠탑처럼 각 개미가 삼각형 형태로 서로 지지하면서 위로 갈수록 폭이 좁아지는 개미탑을 만드는 데 놀랍게도 각 개미는 자신의 무게의 750배를 지지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과는 달리 개미는 구조물을 설계할 수 있는 지능도 없고 중앙의 통제에 따라서 자신의 임무를 수행할 수 없다. 더구나 강철이 아니라 생물이기 때문에 지친 개미는 휴식도 취해줘야 하고 그 빈자리를 동료가 채워줘야 한다. 어떻게 단순한 개미가 이런 복잡한 일을 할 수 있을까?

이를 알아내기 위해 연구팀은 일부 개미에게 방사성 동위원소가 든 먹이를 먹인 후 이들을 다른 개미와 섞고 막대기를 세워서 개미가 그 주변에 탑을 만들어 올라가도록 유도했다. 그 결과 밝혀진 원리는 간단했다.

탑에서 벽돌 역할을 한 개미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새로운 개미가 위로 쌓이고 아래 있는 개미가 빠져나가면서 아래로 내려가게 된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그 개미 역시 자리를 떠나 임무 교대를 한 후 다시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벽돌이 되기 위해 개미탑을 기어오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연하게 가장 안정적인 구조를 잡아간다. 만약 불안정한 구조를 만들면 개미탑의 일부가 무너지면서 이 개미들이 다시 흩어져 새로운 벽돌이 되므로 시간이 지나면 가장 안정적인 삼각형 구조로 변해가는 것이다.

연구를 진행한 데이비드 휴 교수는 이 개미탑이 인간의 피부세포처럼 끊임없이 교환된다고 설명했다. 즉, 각각의 개미가 중앙의 통제를 따르는 대신 몇 가지 단순한 규칙에 따라 작업과 휴식, 재배치를 반복하면서 일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개미에 비해 엄청나게 큰 개미탑을 몇 시간이나 유지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 방식을 로봇에 적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예를 들어 단순한 수많은 미니 로봇이 건설과 같은 복잡한 임무를 스스로 수행할 수 있도록 알고리즘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비록 인간에게 달갑지 않은 개미이긴 하지만, 이 작은 개미에게 인간이 한 수 배워야 할 자연의 지혜가 있는 셈이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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