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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주 고르는 기생충, 갈등 피하고 상생 꾀한다(연구)

작성 2017.07.27 10:40 ㅣ 수정 2017.07.27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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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레놀을 분비해서 다른 기생충에 이미 숙주에 들어와 있음을 알리는 기생충 생태 개념도. (사진=UC Riverside)


매우 단순한 선충(nematode)에 속하는 기생충도 자기 삶의 터전이 될 숙주를 함부로 고르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우리가 집을 구매할 때처럼 복잡하게 비교하지는 않지만, 최소한 이미 남이 살고 있는 숙주는 피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연구팀은 토양에서 살면서 다양한 곤충을 숙주로 삼는 선충을 연구했다. 이들은 비록 기생충이지만, 인간에게 해가 되기보다는 도움이 되는 기생충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농작물에 해를 입히는 곤충에 기생한다. 이 과정에서 숙주는 결국 죽거나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므로 해충을 조절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작은 곤충에 기생하는 더 작은 선충이 아무 숙주나 고르지 않고 숙주를 선별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기생충은 이미 다른 기생충에 감염되어 영양분을 빼앗기고 있는 숙주는 피한다. 연구팀은 이 단순한 생물체가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그 기전을 연구했다. 그 비밀은 기생충이 만드는 프레놀(Prenol)이라는 화학 성분에 있었다.


곤충에 감염된 기생충은 프레놀을 분비해 주변 기생충에 경고한다. 이를 테면 이미 이곳은 내가 차지했으니 들어오지 말라고 경고를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것은 이미 자리 잡은 기생충은 물론 숙주에 침입할 준비를 하는 기생충에도 도움이 된다. 이미 많은 기생충이 살고 있는 숙주에 들어가 봐야 더 가로챌 영양분도 별로 없고 후발 주자인 자신이 불리하기 때문이다.

특히 곤충처럼 숙주가 작아서 공간이나 양분이 부족하면 이는 심각한 문제가 된다. 다행히 곤충은 크기는 작아도 숫자가 많으므로 새로운 숙주를 찾기가 어렵지 않다. 그래서 화학 물질로 경고를 해주는 것이다. 단순하지만, 한 숙주에 과도한 기생충이 감염되는 것을 막아 적어도 기생충끼리는 서로 상생할 방법을 찾은 셈이다.

물론 이 방법은 곤충처럼 숙주가 작고 알이 아니라 기생충이 직접 감염되는 경우 통하는 방법이다. 사람처럼 기생충 대비 숙주가 엄청나게 크고 개체 수가 상대적으로 적으면 굳이 숙주를 가릴 이유도 방법도 없다.

그렇지만 연구팀은 이 기생충을 연구하는 것이 사람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해충 퇴치에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숙주를 감염되는 방식을 더 잘 이해하면 기생충을 활용해서 환경에 안전하고 내성 걱정이 없는 생물학적 해충 조절 방법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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