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연구

[다이노+] 중생대 최강 포식자 ‘수장룡’의 비밀

입력 : 2017.09.02 17:40 ㅣ 수정 : 2017.09.02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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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이를 잡는 라게나네크테스의 복원도. Credit: Joschua Knuppe



중생대 최강 포식자라고 하면 누구나 티라노사우루스 렉스 같은 육식 공룡을 떠올리지만, 사실 중생대 바다에는 이보다 더 거대한 바다 파충류들이 존재했다. 오늘날에도 가장 거대한 포식자가 고래인 것과 마찬가지로 당시에도 가장 거대한 포식자는 바다에 살았다. 바다가 육지보다 훨씬 클뿐 아니라 먹이도 풍부해 더 거대한 생물체를 먹여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시기 바다로 진출한 거대 파충류 무리로 어룡 (Ichthyosauria), 수장룡 (Plesiosauria), 그리고 모사사우루스 (Mosasaurus)가 있다. 이들은 오랜 세월 중생대의 바다에서 번성했다.

그 가운데 수장룡은 1억 년 이상 번성한 무리로 독특한 긴 목을 진화시킨 것이 많아 과학자들은 물론 대중들에게도 친숙한 해양 파충류다. 수장룡은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해서 티라노사우루스 렉스와 견줄 만한 거대한 최상위 포식자에서 중소형 크기의 작은 포식자까지 크기도 매우 다양했다. 하지만 이들이 이렇게 큰 번영을 누린 이유는 사실 잘 알려지지 않았다. 최근에야 이들이 어떻게 먹고살았는지에 대한 단서들이 발견되고 있다.

1964년 독일에서 발견된 수장룡의 화석은 당시에는 아무 주목을 받지 못해 50년 넘게 방치되어 있었다. 이를 보관 중이던 독일 니더작센 주립 박물관은 고생물학자들을 초청해 분석을 의뢰했다.

화석을 정밀하게 분석한 고생물학자들은 여러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라게나네크테스 리치테레(Lagenanectes richterae)로 명명된 이 신종 수장룡은 대략 8m 정도 크기로 목이 긴 수장룡인 엘라스모사우루스(elasmosaurs)의 일종이다. 이들은 목이 몸길이의 절반이 넘는데, 최대 75개의 목뼈를 지닌 경우도 발견된다. 라게나네크테스의 목뼈는 전부 발견되지 않았지만, 적어도 40-50개 정도의 목뼈를 지닌 목이 긴 수장룡인 점은 확실하다.

이렇게 긴 목 앞에는 촘촘한 이빨이 있는 입이 있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빨이 달아나는 먹이를 잡을 수 있도록 밖으로 나있다는 점이다. 이는 라게나네크테스가 작고 민첩한 먹이를 잡아먹었다는 증거다. 연구팀은 당시 살던 오징어의 조상 같은 연체동물이나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었던 것으로 추정했다. 긴 목 역시 작고 빠른 먹이를 잡는 데 유리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무기는 이것 하나만이 아니다.

연구팀은 두개골에 신경이 지나는 통로를 확인하고 이 신경이 압력 수용체나 혹은 전기 수용체와 연결되어 있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이런 압력/전기 수용체는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먹이를 잡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아마도 이것이 성공적인 포식자가 된 비결 중 하나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흥미로운 사실은 라게나네크테스가 1억 3200만 년 전에 살았던 엘라스모사우루스라는 점이다. 과거 엘라스모사우루스는 8000만 년 전에 등장했다고 생각했으나, 이번 발견으로 훨씬 이전에 등장했음이 밝혀졌다.



이 화석이 여러 가지 중요한 사실을 간직한 채 박물관 구석에서 50년 넘게 방치되었다는 건 놀랍지만, 사실 종종 볼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멘델의 유전법칙처럼 처음에는 그 중요성을 깨닫지 못했다가 나중에 가서야 다시 연구되어 중요성이 인정되는 경우가 드물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과학에서만 있는 일은 아닐 것이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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