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느리게, 더욱 더 느리게…청송 송소고택

작성 2017.09.14 09:40 ㅣ 수정 2017.09.14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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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송 송소고택의 너른 마당. 어느덧 가을 하늘이 눈 앞에 펼쳐진다.


청송(靑松) 송소고택의 시간은 나른하다. 너르게 이어진 동네 초입 고샅부터 마음 푸근해지는 곳. 그 옛날 증조, 고조할아버지의 고향땅 같은 화면이 눈앞에 그대로 펼쳐진다. 동화책 그림 풍경이다.

경상북도에 위치한 청송은 깊어도 너무 깊은 곳에 있다. 전체 면적의 84%가 소나무가 즐비한 임야 면적이다 보니 고장의 이름 하나는 기막히게 잘 지었다. 더구나 애초부터 한반도 땅에서는 숨어있었던 듯, 청송은 임진왜란이나 6.25시절에도 시간이 살짝 비켜갈 정도의 두멧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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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소고택의 솟을대문. 대문 위에 홍살이 있어 액을 막아주고 복을 부르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지금은 2016년 12월에 개통된 상주영덕고속도로 덕분에 관광객 수가 급증하고 있어 더 이상 예전 꿩사냥이나 하러 다니던 변읍(邊邑)은 아닌 셈이다.

청송은 주왕(周王)산을 비롯하여 깊디깊은 절골 계곡, 하얀돌 반짝이는 백석탄 계곡, 주산지, 달기 약수터 등을 비롯하여 자연을 맘껏 들이킬 수 있는 방문지가 많다.

이중에서 풍수(風水)학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교과서 같은 집이 청송에 있다. 바로 송소고택(松韶古宅)이다.


강릉의 선교장이나 충남의 명재고택, 보은 선병국가옥과 더불어 풍수로는 이름난 옛집인 송소고택은 일찌감치 2007년 국가지정 중요민속자료 제 250호로 지정되었다. 더구나 2011년에는 ‘한국 관광의 별’로 선정이 되었으니 한 번은 가 볼만 한 곳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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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채의 모습. 실제 후손들이 거주하는 생활의 공간으로 지금도 쓰이고 있다.


영남의 부자는 크게 경주 최부자와 청송 심씨로 나눌 수 있다. 이중 송소고택은 조선 영조 때의 만석지기 재력가였던 청송 심씨 출신인, 심처대(沈處大)의 7대손인 송소 심호택이 청송 심씨 조상의 본거지인 덕천마을로 옮겨오면서 지은 저택이다. 1880년경에 건립된 고택으로 약 8520㎡(2500평) 넓이에 7동 99칸의 크기로 당시 영남 북부에서는 최고 규모를 자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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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소고택에는 총 9개의 마당이 있어, 각각의 생활공간이 독립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송소고택을 살펴보자면, 우선 입구부터 심상치 않다. 영남지방에서는 그리 흔하지 않은 솟을대문이 하늘 높이 올라가 있다. 또한 솟을대문 위에 홍살이 있어 복을 부르고 악귀를 쫓고자 하였다.

문을 통해 집안을 둘러보면 큰 사랑채가 나온다. 사랑채는 정면 5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으로 이루어져 있고 안채와 사랑채가 특이하게도 ‘ㅁ’자 형태의 평면 구성으로 이루어져 각각의 독립적인 생활공간이 만들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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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의 흐름 속에서도 현대와 과거가 공존하는 생활을 송소고택에서는 체험할 수 있다.


이외에도 마당 한 가운데 내외담이라고 해서 ‘ㄱ’자 모양의 담이 있다. 이는 안채를 드나드는 여인들과 사랑채의 남정네들과의 구분을 위해서 만들어 진 것이다.

또한 담벽에도 작은 구멍을 뚫어 안식구들이 바깥을 볼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이 외에도 송소고택에는 사가(私家)가 지을 수 있는 범위인 99칸의 대저택을 지으면서 만들어놓은 다양한 조선시대 건축의 묘미가 잘 담겨져 있다.

송소고택은 비록 지금은 사람들 발길 뜸한 옛집으로 남았지만 한때 의친왕, 조병옥 박사, 이범석 장군 등 이름난 역사속 인물들이 머무르던 곳이기도 하였다. 그러하다보니 지금도 가만히 살펴보면 담벼락마다 조선과 구한말의 시간이 덕지덕지 고스란히 묻어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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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소고택의 일상. 벌집을 제거하기 위해 119대원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매일 아침부터 출렁이며 앞서가던 도회의 시간도 이곳에서는 어느 순간 슬그머니 뒤처져 따라오는 것 같다. 계절의 경계에 서 있다. 아침저녁 선선한 가을바람 앞에, 여름 한껏 내리쬐던 볕 따갑던 마을 풍경도 이곳에서는 품이 다르다. 올 가을, 송소고택에서 한 여름 묵은 땀을 씻어 내는 것도 좋을 성싶다.

<청송 송소고택에 대한 여행 10문답>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여행지야?

-청송에 가 볼일이 있다면, 풍수학에 관심이 있다면.

2. 누구와 함께?

-늙으신 부모님과 다정히.

3. 가는 방법은?

-경상북도 청송군 파천면 덕천리 176/ 054-874-6556

4. 감탄하는 점은?

-송소고택 주변의 고즈넉함과 조용함

5. 명성과 내실 관계는?

-평일은 늘상 조용하다.

6. 꼭 봐야할 장소는?

-내외담, 별당, 사랑채

7. 토박이들이 추천하는 먹거리는?

- 달기약수로 만든 삼계탕 ‘서울여관식당’(873-2177), ‘삼부자 밥상’ (874-6555), ‘약초갈비’(874-7777) / 지역번호 (054)

8. 홈페이지 주소는?

-http://www.송소고택.kr/

9. 주변에 더 볼거리는?

-주왕산, 달기약수터, 주산지

10. 총평 및 당부사항

-문화해설사의 도움을 반드시 받도록. 막연히 고택만 둘러보는 것과 해설을 듣는 것은 말 그대로 하늘과 땅의 차이. 꼭 고택의 설명을 듣도록!!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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