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오매, 단풍 들겄네…고창 선운사

작성 2017.09.28 09:47 ㅣ 수정 2017.09.28 09:47
페이스북 공유 트위터 공유 카카오톡 공유 네이버블로그 공유
세계 이슈 케챱 케챱 유튜브 케챱 틱톡 케챱 인스타그램
확대보기
▲ 선운사 대웅보전은 보물 제 290호로 지정된 건물로 1614년(광해군 6년)에 지은 목조건물이다.


선운사의 가을은 각별하다. 가을이 다가오면 뭇사람들의 맘을 이리저리 흔드는 꽃무릇 가득해서 각별하다. 해가 이윽해진 시간, 구릉 위 동백꽃 앉았던 봄가지를 스친 향긋한 바람내음 남아있어 각별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미당(未堂) 서정주(1915~2000)와 가수 송창식의 절창(絶唱)이 있어 더욱더 각별한 곳. 전라북도 고창 선운사다.

확대보기
▲ 3월 말에서 4월 초에 절정을 이루는 선운사 동백꽃의 아름다움은 이미 정평이 나있다 . (사진 = 선운사 제공)


‘선운사 골째기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안했고/ 막걸릿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 것만 상기도 남었읍디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었습디다’(‘선운사 동구’ 서정주 1968)

1942년 가을이다. 미당은 고이하던 아버지의 상(喪)을 치르게 된다. 다음날 고창 질마고갯길 100리 너머 타향으로 떠나기 전, 선운사 동구에 있던 주막에 들러 잘 익은 ‘꽃술’ 한 동이를 비운다.
마흔 언저리에 있던, 그러나 미색(美色)이 여전히 남은 주모의 육자배기 한 가락이 그리도 고왔다.

세월이 흐르고 흘러, 선운사에 들르게 된 미당은 주모를 찾아보지만 이미 그녀는 전쟁통에 세상을 달리하고 말았다. 선운사 동구라는 시가 나온 배경이다.

확대보기
▲ 대웅전의 모습. 선운사 대웅전의 불상들은 약사불, 비로자나불, 아미타불 삼불상들이다. 1633년 조각승 무염과 그의 문하승에 의해 제작되었다. 현재 보물 제 1752호.


이러한 미당을 송창식은 일찌감치 고등학교 시절 뵌 적이 있었다. 20여 년이 흐른 뒤 미당을 다시 찾은 ‘인기 가수’ 송창식은 미당의 시중에서 ‘푸르른 날’을 노래로 빚는다. 미당은 송창식의 소리에서 설움을 읽는다.

미당의 표현대로 ‘후련하게 터진 소리에서 서러움이 묻어나는’ 소리를 지닌 송창식은 미당에 대한 헌사(獻辭)로 ‘선운사’를 발표한다.

‘눈물처럼 후드득 지는’ 동백꽃 피는 봄을, 선운사의 가을 꽃무릇을 보기 위해 사람들은 선운사 동구로 발걸음을 옮긴다.

확대보기
▲ 고창 선운사 동백나무 숲. 동백나무는 차나무과에 속하고 피는 시기에 따라 춘백, 추백, 동백으로 나눌 수 있다. 선운사 동백은 춘백으로 현재 약 2000여그루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사실 선운사는 일반인들의 짐작보다 훨씬 큰 절이다. 전북 고창군 아산면 삼인리에 있는 선운사는 주산(主山)을 도솔산으로 정한, 백제시대 고승인 검단선사(黔丹禪師)가 창건한 유서 깊은 천년고찰이자 호남 대표 5대 사찰 중의 하나다.

또한 선운사는 대한불교 조계종 소속 제24교구 본사로 수많은 부속암자와 말사 등을 거느린 절로서 수많은 역사 속의 부침을 겪은 역전노장의 절이기도 하다.

확대보기
▲ 선운사의 꽃무릇은 사찰 입구에서 도솔천을 따라 아름답게 퍼져 있어 가을 나들이의 멋을 돋운다 . (사진 = 선운사 제공)


우선 선운사에서 가장 눈여겨 볼만한 곳은 바로 대웅전 뒤로 병풍처럼 퍼져 있는 동백나무 숲이다. 500년이 넘는 수령에 높이 6미터 규모의 동백나무들은 현재 천연 기념물 제 184호로 지정되어 선운사의 안주인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외에도 대웅보전을 비롯하여 각종 보물과 귀한 유물이 많이 남아 있는 절이기에 방문객들의 발걸음을 의미있게 만드는 장소가 많다.

확대보기
▲ 해가 저물 무렵, 선운사의 경내는 방문객이 빠져 나가고 다시금 고즈넉한 제 시간을 찾는다.


유홍준 교수가 극찬한 추사 김정희의 ‘백파선사 비문’에서 추사체의 원형을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선운사에서 마애석불쪽으로 가는 길에 핀 가을 꽃무릇도 선운사의 방문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비록 소리 넘어가는 걸걸한 육자배기 한 소절은 듣지 못하더라도 선운사 동구까지 이어진 질마재 길로 넘어오는 가을해 마중을 나가보는 것은 어떨까?

<고창 선운사에 대한 여행 10문답>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여행지야?

-동백이 피는 4월초나, 가을 꽃무릇이 아름다운 10월 초에.

2. 누구와 함께?

-가족, 연인과 함께

3. 가는 방법은?

-전라북도 고창군 아산면 선운사로 250/ (063)561-1422

4. 감탄하는 점은?

-선운사는 동백꽃이 피는 4월도 아름답지만 10월 가을 무렵 방문이 제일 좋다.

5. 명성과 내실 관계는?

-명성에 걸맞게 많은 방문객들이 연중 무휴 가득차 있다.

6. 꼭 봐야할 장소는?

-대웅보전, 동백나무 군락지.

7. 토박이들이 추천하는 먹거리는?

-장어 소금구이 ‘연기식당’(561-3815), 간장게장 ‘우정회관’ (561-2486), 민물매운탕 ‘인천장가든’(564-8643), 쭈꾸미 ‘구시포하우스’(562-5292) /지역번호 063

8. 홈페이지 주소는?

-http://www.seonunsa.org/

9. 주변에 더 볼거리는?

-미당 서정주 문학관, 곰소항, 내소사.

10. 총평 및 당부사항

-가을이면 관광객들이 많다. 특히 주말이면 인파에 밀려 제대로 된 선운사의 고즈넉함을 즐길 겨를이 없을 수도. 미당의 시와 추사의 비문은 꼭 찾아서 보시길.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추천! 인기기사
  • “포기란 없다”…비트코인 ‘7600억원 어치’ 실수로 버린
  • 지옥문 열렸나…이란 미사일에 불바다 된 이스라엘 하늘
  • 기적이 일어났다…엄마가 생매장한 신생아, 6시간 만에 구조돼
  • 딸에게 몹쓸짓으로 임신까지...인면수심 남성들에 징역 20년
  • “남편에게 성적 매력 어필해야”…‘12세 소녀-63세 남성’
  • 우크라 드론에 완전히 뚫린 러시아 본토… “자체 생산 드론,
  • 러시아, 발트해 앞마당도 뚫렸다…우크라의 러 함정 타격 성공
  • 이란의 ‘놀라운’ 미사일 수준…“절반은 국경도 못 넘었다”
  • ‘남성들과 선정적 댄스’ 영상 유출, 왕관 빼앗긴 미인대회
  • 이스라엘 안쪽으로 500m 가로질러…하마스 침투 터널 파괴
  • 나우뉴스 CI
    • 광화문 사옥: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 124 (태평로1가 25) , 강남 사옥: 서울시 서초구 양재대로2길 22-16 (우면동 782)
      등록번호 : 서울 아01181  |  등록(발행)일자 : 2010.03.23  |  발행인 : 곽태헌 · 편집인 : 김성수
    • Copyright ⓒ 서울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 Tel (02)2000-9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