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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든 정의 TECH+] 두 손 맞잡은 앙숙, 인텔과 AMD

작성 2017.11.08 09:25 ㅣ 수정 2017.11.08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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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MIB 방식으로 묶은 프로세서. (사진=인텔)


CPU 업계 1위인 인텔과 40년 앙앙불락(怏怏不樂)으로 사이가 좋지 않았던 회사가 바로 AMD입니다. X86 프로세서라는 같은 제품을 만드는 만큼 두 회사는 충돌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특히 본래 이 프로세서가 인텔의 기술이었기 때문에 법정소송으로 비화하는 일이 적지 않았습니다. 인텔의 역사를 다룬 ‘인텔 끝나지 않은 도전과 혁신’(The Intel Trinity)에 따르면 이는 1976년 AMD의 창업자인 제리 샌더스가 인텔 8086의 클론 칩을 만들 때부터 시작된 갈등이었습니다.

사실 AMD 외에도 여러 클론 칩 업체가 있었지만, 대부분 파산하거나 혹은 x86 프로세서 제조업에서 손을 뗀 반면 AMD는 끊임없는 기술 개발을 통해 한때 인텔을 크게 위협하는 수준까지 커집니다. 따라서 법정 소송이 마무리된 이후에도 인텔과 AMD는 서로 사이가 좋을 순 없었습니다. 이 둘은 계속해서 서로 경쟁하면서 제품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던 두 회사가 손을 잡았다고 하면 모두가 깜짝 놀랄 뉴스가 아닐 수 없습니다. 가장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이 일어난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서로 담합을 해서 CPU 가격을 올린다든지 하는 건 아닙니다. AMD의 라데온 그래픽 프로세서를 인텔에 판매한다는 소식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라데온 내장 그래픽을 사용한 인텔 프로세서를 볼 수 있게 될 전망입니다.

AMD는 CPU는 물론 그래픽 처리 장치(GPU)도 같이 만들고 있습니다. 과거 ATI라는 회사를 인수하면서 해당 부서를 인수해 라데온 GPU를 만들고 있는데, 독립 그래픽 카드 제품으로도 내놓고 CPU와 합쳐서 APU라는 형태의 제품으로도 내놓습니다. CPU+GPU가 같이 있으면 비싼 그래픽 카드를 별도로 살 필요가 없기 때문에 보통 중저가형 PC용으로 사용됩니다.

인텔 역시 CPU+GPU 통합형 제품을 내놓았는데, 솔직히 말해 그래픽 성능은 그다지 좋지 않았습니다. 가벼운 노트북처럼 발열과 전력 소모를 크게 줄여야 하는 제품이나 혹은 그래픽 성능이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무용 PC 등에 사용되는 물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인텔 역시 좀 더 비싼 그래픽 제품을 판매하려고 시도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인텔도 고성능 내장 그래픽 프로세서인 아이리스 및 아이리스 프로 그래픽 프로세서를 내놓긴 했습니다. 하지만 성능 면에서는 AMD나 엔비디아의 최신 그래픽 프로세서를 따라잡기 힘들었습니다. 여기에 대부분의 게임이 AMD가 엔비디아의 프로세서에 최적화되어 인텔 내장 그래픽으로는 성능이나 최적화 모두 따라잡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아마도 이것이 인텔이 자체 그래픽 프로세서에 공을 들이기보다 AMD의 그래픽 프로세서를 구매하기로 결정한 이유 가운데 하나였을 것입니다. 물론 그래픽 부분 1위인 엔비디아도 가능성 있는 협상 대상자지만, 현재 시장 1위를 하면서 비싼 가격에 제품을 파는 엔비디아가 큰 흥미를 보이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AMD는 신제품인 라이젠 CPU를 통해 적자에서 탈출하긴 했지만, 여전히 부진한 라데온 프로세서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프로세서를 판매하기로 결정했을 것입니다.


인텔은 신기술을 통해 새로 구매한 라데온 프로세서는 물론 차세대 메모리인 HBM2까지 결합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EMIB(Embedded Multi-die Interconnect Bridge)이 그것으로 여러 개의 이질적인 다이(die)를 서로 연결하는 고속 인터페이스를 통해 하나의 칩처럼 효과적으로 통합할 수 있다는 것이 인텔의 설명입니다.

물론 이 두 회사의 동상이몽이 해피엔딩으로 끝날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만, 이 소식은 영원한 적도 친구도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 같습니다.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누구와도 손을 잡을 수 있고 누구와도 싸울 수 있다는 것만이 진리인 셈이지요.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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