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박종철은 살아있다!…남영동 박종철 기념관

작성 2017.11.30 09:47 ㅣ 수정 2017.11.30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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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0년대 대공분실로 사용되던 남영동 대공분실 5층 복도. 총 16개의 방에서 물고문과 전기고문이 자행된 곳이다.


“지금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묻고 계십니다. 너희 젊은이, 너희 국민의 한 사람인 박종철은 어디 있느냐? ‘그것은 고문 경찰관 두 사람이 한 일이니 모르는 일입니다’하면서 잡아떼고 있습니다. 바로 카인의 대답입니다.” (1987년 1월 26일, 김수환 추기경의 강론 중)

박종철 열사(1965~1987)는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언어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이던 1987년 1월 14일 새벽 하숙집에서 치안본부 대공분실 수사관 6명에게 참고인 신분으로 연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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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의 현장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이 좁은 공간에서 연행자들은 인권을 유린당했다.


이후 그는 1987년 1월 14일 치안본부 대공수사단 남영동 분실 509호 조사실에서 가로 123㎝, 세로 74㎝, 높이 57㎝의 욕조에서 물고문에 의해 목숨을 잃는다. 참고인 신분이라는 법적 지위는 그를 지켜내지 못했다. 헌법 위의 권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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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층에 있는 박종철 기념관의 여러 자료들. 80년대 민주화와 관련된 자료들이 보관 전시되어 있다.


부패한 독재 권력이 자행한 고문, 축소, 은폐, 조작이 모두 담겨있는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은 80년대 부조리의 종합판이자 닫힌 시대가 결국은 열리게 되는 민주주의의 신호탄이 된다. 남영동에 위치한 경찰청 인권센터 내의 박종철 기념관으로 가 보자.

서울 한복판에 위치한 남영동 대공분실은 그냥 우리 이웃에 있는 잘 지은 건물처럼 보인다. 남영역에서 내려 출구 오른편으로 50m 정도 걸은 후에 첫 번째 골목에서 다시 오른편 골목길로 100m정도 들어가면 현재 경찰청 인권센터로 사용되는 남영동 대공분실 건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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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종철 열사의 유품이 전시되어 있다. 당시 그의 시계와 일기장 등이 보존되어 있다.


이 건물은 1976년 유신 시대의 대표적인 상징으로 국민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역할, 나아가 독재 권력에 저항하는 민주인사나 학생을 연행하여 고문을 자행하던 곳이었다. 원래 건축가 김수근이 5층으로 만들었다가, 1983년에 2개 층이 증축되어 지금은 7층으로 남아 있다.

건물 자체는 오직 대공분실 기능에 집중하도록 만들었는 데, 우선 고문이 자행되던 5층 창문의 크기가 비정상으로 작고 길다. 이는 투신을 방지하는 목적도 있지만, 내부에서 외부로의 소통을 철저히 단절시킨다. 또한 연행자를 끌고 올라가던 나선형 계단은 철제로 만들어져 공포를 극대화시키면서도 방향 감각을 무력화시키는 역할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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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층 전시실에는 1987년 6월 항쟁까지 포함한 80년대의 기록들이 잘 보존되어 있다.


또한 고문이 자행되던 5층의 경우는 방이 모두 16개가 있는 데, 특이하게도 모든 문이 서로 지그재그로 열리게 설계되어 있다. 이는 연행자들이 서로 소통을 하지 못하도록 만든 것으로 박종철은 9번 방이라고 불린 509호에서 물고문으로 스러져갔다.

현재 방문객들을 위해 509호는 내부를 공개중이다. 514호와 515호는 주로 전기고문이 행해진 곳으로 연행자들의 비명소리는 늘상 5층 복도를 가득 메웠다.


남영동 대공분실 건물. 원래 5층 건물이었으나 나중에 2층을 더 증축하였다. 5층 창문이 비정상적일만큼 좁고 길다.6>

현재 4층에 박종철 기념관이 있다. 이 곳에는 박종철의 유품 뿐만 아니라 1980년대의 시대상황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각종 사진과 신문자료 등을 전시하고 있다.

또한 80년 ‘서울의 봄’에서부터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이 발생하기까지의 전 과정이 펼쳐져 있어 관람객들이 당시의 상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박종철 기념관에 대한 여행 10문답>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여행지야?

-꼭 가보길 권한다. 현재 우리가 서 있는 민주주의의 뒤안길이다.

2. 누구와 함께?

-역사의식이 싹트기 시작한 젊은이라면, 80년대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3. 가는 방법은?

-1호선 남영역 1번 출구 경찰청 인권센터 내.

-서울 용산구 갈월동 98-8 (한강대로71길 37)

4. 놀라는 점은?

-5층 복도의 음산한 분위기, 나선형 철제 계단, 좁디좁은 고문실을 위해 만든 창문.

5. 명성과 내실 관계는?

-관람객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6. 꼭 봐야할 장소는?

-4층 전시실, 5층

7. 먹거리 추천?

-‘제일어버이순대’(798-0480), 오므라이스 ‘선다래’(715-6963), 삼계탕 ‘강원정’(719-9978), 보쌈 ‘신들래보쌈’(796-6010), 화교 ‘구복만두’(797-8656) / 지역번호 ‘02’

8. 홈페이지 주소는?

-http://870114cheol-a.org/

9. 주변에 더 볼거리는?

-중앙박물관, 숙명여대 박물관, 전쟁기념관

10. 총평 및 당부사항

-1987년 6월 항쟁이 일어나게 된 가장 직접적인 이유이자,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의 뿌리가 되는 역사의 산 현장이다.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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