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암 투병 9세 소년, 갓 태어난 여동생과 기적같은 ‘마지막 포옹’

입력 : 2018.01.13 16:31 ㅣ 수정 : 2018.01.13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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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일리는 죽는 순간까지도 엄마 아빠와 동생들을 먼저 생각했다.



“엄마 아빠가 울 수 있는 시간은 단 20분 뿐이에요, 동생들을 돌봐야 하잖아요”



오랫동안 말기 암과 싸워온 9살 소년이 숨을 거두기 전 새로 태어난 자신의 여동생을 꼭 안아주었다. 그리고 부모님께 자신 때문에 너무 슬퍼하지 말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2016년 여름, 영국 브리스톨에 사는 배일리 쿠퍼에게 처음 병이 찾아왔다. 같은 해 9월 정밀 검사를 받은 배일리는 비호지킨림프종(Non-Hodgkin lymphoma) 진단을 받았다. 이는 우리 몸의 면역체계를 구성하는 ‘림프 조직’에 생기는 악성 종양 중 하나로 희귀 암에 속한다.

암 발견 당시 이미 3단계였지만 화학용법과 스테로이드치료, 줄기세포 이식 등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했다. 가족들은 배일리가 회복할 거란 희망을 놓지 않았다. 실제로 지난해 2월 병이 차도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7개월이 지나 다시 그림자를 드리웠다. 종양 덩어리는 배일리의 가슴과 폐, 간, 복부로 빠르게 전이됐다.

하지만 배일리에겐 암과 싸워 살아 남아야 할 간절한 이유가 있었다. 곧 태어날 여동생을 안고 이름을 지어주고 싶어서였다. 아들의 바람대로 엄마 레이첼은(28)은 지난해 11월 딸을 낳았고, 베일리는 기다렸던 동생에게 ‘밀리’라는 이름을 지어줄 수 있었다.

아빠 리(30)와 엄마는 “우리는 아들이 이토록 오랫동안 버텨낼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의사들도 동생을 보기 전에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아마 배일리는 동생 밀리와의 만남을 간절히 마음에 두고 있었던 것 같다”면서 “많이 힘들었을텐데도 갓 태어난 동생에게 오빠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 주었다. 기저귀 갈기, 목욕시키기, 노래 불러주기 등 항상 동생을 살뜰히 보살폈다”고 안타까워 했다.

▲ 배일리는 병원으로 이송되는 도중에도 엄마 아빠에게 여동생을 ‘밀리’라고 불러야한다고 말했다.

▲ 여동생의 옷을 입혀주고 있는 오빠 배일리의 모습.



기쁨도 잠시, 배일리는 동생을 만난 뒤 급격히 야위기 시작했다. 크리스마스 이브날 아침에 이별의 순간이 찾아왔다. 엄마 아빠는 떠나야하는 아들의 손을 꼭 붙잡고 “힘든 치료를 버텨줘서 고맙다”며 “이제 가야할 시간”이라고 작별인사를 했다. 그 순간, 배일리의 눈에서 한 줄기 눈물이 떨어졌고 고요한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배일리는 눈을 감았다.

지난 6일 수백명의 사람들이 배일리의 장례식에 참석해 애도를 표했다. 아빠는 “베일리는 자신의 장례식날 몇가지 물건들을 준비해 달라고 부탁했다. 대부분이 자신은 한번도 가져 본 적이 없는, 어린 동생을 위한 물건들이었다. 아들은 자신이 죽게 될 것이란 걸 알고 남겨질 다른 남동생 라일리(6)를 위한 선물을 고른 것이다”라며 떠나는 순간까지 가족들을 생각한 아들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 왼쪽은 배일리의 6살 동생 라일리, 배일리는 항상 웃음을 잃지 않았다.

▲ 배일리의 가족들.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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