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국언론 가디언은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인근 출입금지 구역에 사는 개들의 사연을 보도했다. 정확한 통계는 없으나 수백 여 마리에 달하는 이 개들은 체르노빌 주위 30km에 달하는 출입금지 구역에서 여우와 무스같은 다른 야생동물들과 어울려 살고있다.
이 개들이 사람이 모두 떠나버린 방사능 지대에서 사는 이유는 있다. 지난 1986년 4월 26일 구 소련(현재 우크라이나)의 키예프시 남방 130km 지점에서 인류 최악·최대의 원전사고가 터졌다. 바로 이제는 32년 째로 접어든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방사능 누출 사고다. 이 사고로 인한 피폭(被曝)과 방사능 휴유증 등으로 수십 만 명의 사상자를 낳았으나 사실상 피해 집계가 불가능할 만큼 체르노빌은 인류 역사상 최악의 재앙으로 기록되고 있다.
당시 체르노빌 지역에 살던 약 12만 명에 달하는 주민들은 정부의 방침에 따라 다른 지역으로 강제로 소개됐다. 문제는 애완동물로 키우던 개들의 이동은 불허됐다는 점. 이에 많은 개들이 사고 현장에 그대로 남았고 심지어 군 부대는 개 사살 작전에 나서기도 했다.
현재 체르노빌 지역에 사는 개들은 바로 당시 버려진 후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개들의 후손이다. 체르노빌 지역의 관광투어를 운영 중인 솔로 이스트 트래블 측은 "이 개들은 엄혹한 추위와 방사능에 노출돼 대부분 수명이 짧다"면서 "오랜시간 사람과 떨어져 살았으나 놀랍게도 관광객이 나타나면 꼬리를 흔들며 먹을 것을 얻기위해 다가온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에는 현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체르노빌 지역의 개들을 돕고있다. 먹을 것을 제공하고 아픈 개들을 치료해주는 것이 주요한 활동이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