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일반

길에서 머리감는 여성이 보여주는 남아공의 현실

작성 2018.02.21 10:09 ㅣ 수정 2018.02.21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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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영상 캡쳐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사는 한 여성이 길거리 한복판에서 머리를 감고 가벼운 샤워를 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 여성의 기이한 행동의 배경에는 남아공 주민들의 삶을 수년째 고통스럽게 하고 있는 지독한 가뭄이 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의 20일 보도에 따르면 남아공 케이프주의 주도인 케이프타운에 사는 자코는 최근 자신의 엄마가 집 앞에 난 길에서 머리를 감고 목욕을 하는 모습의 동영상을 공개했다.

영상 속 주인공인 트루디에 루츠는 얼마 전 ‘반가운 폭우’가 내리자 곧장 샴푸를 들고 집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녀는 만면에 웃음을 띤 채 즐겁게 머리를 감기 시작했고, 아들인 자코가 이 모습을 촬영했다.

천둥번개가 번쩍이는 굳은 날씨를 기념이라도 하듯 트루디에는 춤까지 추며 기쁜 내색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현지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비가 오는 것을 보고 황홀함을 느꼈다. 지난 몇주간 우리 가족들은 집 근처 피트니스클럽에서 고작 1분 만에 샤워를 끝마쳐야 했다. 화장실 변기에 쓰기 위해 샤워를 하며 쓴 물을 다시 모으기까지 해야 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비가 내린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았다”고 당시 기분을 밝혔다.

이어 “만약 다음에 또 다시 비가 내린다면, 그때는 내가 아닌 반려견을 씻길 생각”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빗속에서 춤을 추는 영화 속 주인공처럼, 트루디에가 빗물에 샤워를 하며 즐거운 표정을 감출 수 없었던 것은 3년 째 계속되는 이 지역의 극심한 가뭄 때문이다.

케이프타운든 ‘데이 제로’(Day Zero), 즉 상수도 공급의 완전 중단이라는 위기를 코앞에 두고 있다. 케이프다운의 물은 주변 6개 댐에서 공급하고 있지만, 지난 3년간 강우량이 급격히 감소해 현재 수용량의 26%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현지 정부는 댐의 물이 전체 수용량의 13.5%까지 내려가면 ‘데이 제로’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케이프타운을 포함한 남아공 다수 도시의 극심한 가뭄이 기후변화와 연관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케이프타운 시정부는 1인당 하루 물 사용량의 기준을 지난달 87ℓ에서 50ℓ로 줄이는 등 극단적인 조치를 이어가고 있지만, 오는 6월 4일로 예정된 ‘데이 제로’를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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