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 렌즈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따라 빛이 중력의 영향으로 경로가 바뀌면서 마치 렌즈처럼 멀리 있는 천체를 확대하는 현상이다. 이를 통해 과학자들은 본래대로라면 희미해서 관측하기 힘든 천체도 관측할 수 있다.
초점이 딱 맞는 경우는 별로 없기 때문에 본래 모양과는 좀 다르거나 여러 개로 보이기는 하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본래 모습을 재구성하는 것은 물론 그 차제로도 스펙트럼 분석을 통해 구성 물질 등 여러가지 특징을 연구할 수 있다.
과거 중력 렌즈를 통해서 관측할 수 있는 천체도 주로 퀘이사나 멀리 있는 은하였다. 이제는 별이나 심지어 행성까지 시도되고 있다. 본래 밝기의 10배까지 더 밝게 보이는 중력 렌즈는 천문학자들에게는 신이 내린 선물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하와이 대학의 하랄드 에벨링(Harald Ebeling)이 이끄는 국제 전문학자 팀은 허블 우주 망원경을 이용해서 역대 가장 큰 배율의 중력 렌즈를 찾아냈다. 'eMACSJ1341-QG-1'라고 명명된 매우 멀리 떨어진 은하가 본래 밝기의 30배로 확대되어 보이는 것을 찾아낸 것이다. 렌즈 역할을 하는 천체는 eMACSJ1341.9-2441이라는 은하단으로 역시 지구에서 매우 멀리 떨어진 대형 은하단이다.
이 은하는 매우 길쭉하게 늘어나 있지만, 이것만으로도 많은 정보를 알아낼 수 있기 때문에 현재 지상의 망원경으로 후속 관측이 이뤄지고 있다.
중력 렌즈에서 흥미로운 사실 중 하나는 관측 대상은 물론 렌즈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알아낼 수 있다는 점이다. 렌즈 효과를 역으로 조사하면 렌즈 역할을 한 은하단의 질량 같은 중요한 정보를 알아낼 수 있다. 천문학자들은 종종 이를 통해 암흑물질처럼 직접 관측이 어려운 물질의 분포를 관측한다.
중력 렌즈는 종종 우주에서 가장 큰 렌즈로 불린다. 앞으로 이 거대한 렌즈의 도움을 받아 천문학자들은 우주의 비밀을 더 쉽고 자세하게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