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라는 말을 실감나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3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턱시도 차림의 용감한 시민이 강도를 끝까지 따라가 붙잡았다고 보도했다. 시민이 강도를 쫓을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그가 전직 단거리 주자였기 때문이다.
사건이 일어난 시간은 지난 2일, 오후 2시경. 런던 하이 홀본 지역에서 50대 초반의 여성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자전거를 탄 남성이 여성을 밀쳐 넘어뜨린 후 그녀의 가방과 휴대폰을 잡아채고는 도망치기 시작했다.
당시 점심시간을 맞아 담배를 피우고 있던 레이치노 말티 토마스(35)는 이같은 소동이 벌어지는 소리를 들었다. 그는 ‘내폰, 내폰!’하는 중년 여성의 비명 소리를 듣고 누군가에게 해를 입고 있는 것 같아 나비 넥타이와 양복차림으로 회사를 뛰쳐나왔다.
그리고 여성의 전화를 빼앗은 강도를 필사적으로 뒤쫓았다. 그는 강도를 붙잡고 폰이 어디있냐고 물었지만 강도는 범행을 부인했다. 그가 몸을 바짝 밀어붙여 위협을 하자 그제서야 강도는 자신의 바지에서 폰을 꺼냈다.
그러나 강도는 재차 도망치기 시작해 또 한번의 추격전이 벌어졌으나 금방 상황은 종료됐다.
토마스는 그를 다시 잡자마자 “내가 200m 경기 육상선수였다. 다시는 달리기로 나를 이기려고 하지 마라”고 경고했다. 시민들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런던 경찰은 19세 남성 용의자를 절도 혐의로 구속했으며, 이전에도 절도 혐의로 입건된 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많은 시민들은 “당신 같은 사람이 이 세상에 더 많아야 한다. 도시의 영웅이라는 점에 이견이 없다”며 토마스를 칭찬했다. 이에 그는 “난 영웅이 아니다. 단지 긍정적인 생각을 가진 지역 시민”이라며 겸손을 표했다.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