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의 세계에서 강자가 항상 약자를 괴롭히는 것만은 아니다. 영웅심 투철한 버팔로 한마리가 박치기 한 방으로 사자에게 먹힐뻔한 도마뱀을 구해냈다.
29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남아프리카공화국 트란스발주(州) 크루거 국립공원에서 관광객이 포착한 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영상은 평야에서 왕도마뱀(monitor lizard)을 입으로 꽉 물고 있는 새끼 사자와 그 뒤를 따르는 동료 사자가 무리에서 떨어져나오는 모습으로 시작됐다.
두 마리 사자는 갓 잡은 도마뱀을 먹기 위해 갈대 밭 옆에 앉았는데, 어디선가 버팔로 한마리가 시야에 들어왔다. 천천히 걸어오는 듯하던 버팔로는 새끼 사자를 향해 돌격했고, 등을 가볍게 짓밟은 후 박치기로 사자를 공중으로 날려버렸다.
갑작스런 공격에 공중제비를 돈 뒤, 땅에 떨어진 새끼 사자는 입에 쥐고 있던 도마뱀을 놓고 재빨리 그곳을 빠져나왔다. 새끼 사자가 도망친 후에도 수컷 버팔로는 부상당한 도마뱀 곁을 떠나지 않았고, 근처에 있던 다른 사자들까지 질겁해 달아나게 만들었다.
놀라운 장면을 목격한 관광객 수네 엘로프(32)는 “버팔로는 사자가 도마뱀을 포획한 것을 보고 폭풍우처럼 다가왔다. 마치 도마뱀에게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아는 듯했다”며 “새끼 사자가 안쓰러웠지만 버팔로의 영웅적인 면모에 매료됐다. 어릴 때부터 이곳을 찾았지만 이 같은 일은 처음이다”라고 설명했다.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