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 과학

[와우! 과학] 날개없어도 수백㎞ 비행…거미는 어떻게 하늘을 날까?

작성 2018.06.19 13:31 ㅣ 수정 2018.06.20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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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동에서 실험 중인 게거미. 삼각형 모양으로 날리는 미세한 거미줄이 보인다.(사진출처=베를린 공대 연구팀)


하늘을 날 수 있는 능력은 많은 동물에서 삶과 죽음을 가를 수 있는 중요한 능력이다. 새, 박쥐, 곤충처럼 날개가 있어 능동적인 비행이 가능한 동물은 물론 수많은 동물이 짧은 거리라도 글라이더 비행을 하거나 도약을 할 수 있게 진화했다. 날다람쥐의 글라이더 같은 신체 구조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런데 외형은 비행에 적합하지 않지만, 수백㎞ 비행하는 동물이 있다. 바로 거미 이야기다. 작은 새끼 거미나 혹은 소형 거미 성체는 바람을 타고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다. 그냥 크기가 작아서 바람에 날려 간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과학자들은 거미의 비행 능력이 다른 동물에서 보기 힘든 특별한 재능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왜냐하면, 비슷한 크기의 생물 가운데 거미처럼 바람을 효과적으로 탈 수 있는 생물이 없기 때문이다.

조문성(Moonsung Cho)을 비롯한 독일 베를린 공대 연구팀은 야외 환경과 실험실 환경에서 거미의 비행 방식을 자세히 조사했다. 이들은 비행 거미 중 비교적 큰 편인 게거미(crab spiders)를 대상으로 선택했다. 게거미는 몸길이 5mm에 몸무게 25mg의 소형 거미지만, 그래도 바람에 날려 먼 거리를 이동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외형을 지닌 평범한 거미다.

바람을 효과적으로 받을 수 있는 날개나 막 같은 구조물이 없는데도 비행이 가능한 비결은 거미줄 덕분이다. 풍동 테스트에서 게거미는 최초 폭이 200nm에 불과한 거미줄을 평균 3m로 뿜어내 바람을 타는 용도로 사용했다. 물론 아무리 길어도 가늘기 때문에 한 가닥으로는 어림없고 최대 60개까지 여러 개의 거미줄을 삼각형 모양으로 뿜어내 바람의 힘을 받는다.(사진) 이것도 놀라운 능력이지만, 연구팀이 정말 궁금한 부분은 어떻게 바람의 방향과 속도 같은 중요한 정보를 알아내는지였다.


거미가 바람을 타고 사냥이나 짝짓기에 더 적합한 곳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적당한 속도와 방향의 바람을 타는 것이 중요하다. 잘못하면 원치 않는 장소에 추락하거나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게거미가 비행 직전에 앞다리 두 개를 들어 풍속과 방향을 감지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게거미는 초속 3m 이하의 적당한 바람과 상승 기류를 감지하면 비행을 시도했다. 날개도 없이 적합한 방향으로 장거리 이동이 가능한 비결은 이것이었다.

언뜻 생각하기에는 비행 능력이 생존에 중요하면 거미도 날개를 지니는 방향으로 진화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날개나 비행에 필요한 근육, 감각기관, 운동 능력은 상당한 비용이 든다. 이런 복잡한 도구 없이 본래 가지고 있는 다리와 거미줄로도 필요한 만큼 충분히 날아다니는 거미의 존재는 세상에는 정답이 하나만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자연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삶의 지혜가 아닐까?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논문출처=Moonsung Cho, Peter Neubauer, Christoph Fahrenson, Ingo Rechenberg (2018) An observational study of ballooning in large spiders: Nanoscale multifibers enable large spiders’ soaring flight. PLoS Biol 16(6): e2004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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