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마른 잎 다시 살아나 - 신촌 이한열 기념관

작성 2018.07.05 09:49 ㅣ 수정 2018.07.05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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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마포구 신촌에 위치한 이한열 기념관은 한국 민주주의 발전의 가장 뜨거운 기록을 담고 있는 곳이다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나요?”

영화 ‘1987’에서 87학번 신입생 역의 연희(김태리 분)의 대사다. 1987년은 대한민국 현대사 중에서 가장 뜨거웠던 한 해였으리라.

박종철, 이한열 열사의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6월 항쟁과 더불어 민주화에 대한 시민들의 뜨거운 열망과 냉혹한 좌절이 공존하였던 1987년. 바로 이 해에 일어난 6월 항쟁과 함께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이끌어 낸 6·29 선언의 직접적인 도화선이 된 대학생, 이한열 열사를 추모하는 공간인 이한열 기념관으로 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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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루탄을 맞을 때 입고 있었던 연세대 경영학과 티셔츠와 바지, 안경과 신발 등이 보존 전시되어 있다


1979년 10·26사건으로 기존의 유신체제는 붕괴의 압박을 받게 된다. 같은 해 12.12 사태를 일으키며 권력을 장악한 신군부의 전두환은 유신헌법에 따라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결국 대통령 자리마저 차지한다.

이후 5.18 광주민주화항쟁마저 거쳐 결국 1980년에 개정된 제8차 헌법개정은 역사의 시간을 거꾸로 돌려 놓는다. 간접 선거로 선출된 7년 단임제의 대통령이 국가 원수와 정부 수반의 위치를 동시에 가질 뿐만 아니라 국회 해산권마저 쥐게 한 것이다. 마치 황야의 무법자같은 무소불위 대통령제가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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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념관에는 이한열 열사의 기록과 더불어 1987년의 현대사에 대한 기록도 남겨져 있다


드디어 1987년이 되었다. 6월 10일에 전두환 정권은 제5공화국 헌법에 따라 간접 선거로 치르게 될 다음 대통령 선거의 후보로 친구 노태우를 지명하고자 하였다. 이에 맞서 수많은 대학생들과 시민들은 이 날에 맞추어 직선제 개헌을 요구하는 대대적인 시위를 계획한다.

바로 ‘박종철군 고문살인 은폐조작 규탄 및 민주헌법쟁취 국민대회’를 하루 앞두고 열린 ‘6·10 대회 출정을 위한 연세인 결의대회’에서 1966년생으로 당시 만 20세였던 이한열 열사는 1987년 6월 9일 전경이 쏜 최루탄을 머리에 맞고 27일 후인 7월 5일 숨을 거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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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열 열사의 손때가 묻은 유품들. 그가 직접 쓴 시와 더불어 필통, 신분증 등이 보관 전시되어 있다


이에 전국의 대학생들 및 시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하게 되고, 급기야 6월 10일 전국적인 시위가 들불처럼 일어난다. 넥타이부대라고 불리는 직장인들은 물론 생업에 종사하던 평범한 일반인들마저 어린 대학생의 죽음을 외면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1987년 7월 9일 '민주국민장'(民主國民葬) 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이한열 열사의 장례식에는 서울 100만, 광주 50만 등 전국적으로 총 160만 명의 추모 인파가 운집한다. 장례식 이후 직선제 개헌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시위가 연일 뜨겁게 이어지자 결국 6월 29일, 대통령 후보 지명자 노태우는 6·29 선언을 통해 직선제 개헌 요구를 수용한다고 발표하였다. 이한열 열사로 인하여 한국의 민주주의는 또 한 번 눈부신 비약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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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념관 3층과 4층 사이에 걸려져 있는 이한열 열사의 영정 그림 중 얼굴 부분만. 배경은 구름이 아니라 최루탄이다


서울 마포구 신촌에 위치한 이한열 기념관은 한국 민주주의 근간이 되었던 1987년 뜨거웠던 항쟁의 기록을 보존, 연구하며, 전시를 통해 민주주의의 역사를 교육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곳이다. 처음에는 열사의 어머니인 배은심 여사가 국가로부터 받은 배상금과 시민 성금으로 2004년에 세워졌으며, 이후 2014년 사립박물관으로 새롭게 개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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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대통령의 추모 글귀. 다른 이들의 추모글과 더불어 평범하게 전시되어 있어 더더욱 의미깊다


현재 기념관에는 최루탄을 맞았을 때 입고 있었던 연세대 경영학과 셔츠와 바지, 신발, 안경테, 필통, 원고지 등이 보존 처리를 거쳐 전시되고 있다. 이와 아울러 노무현 대통령을 포함하여 수많은 민주 인사들의 추모글도 벽면에 타일로 만날 수 있다.

이한열 기념관을 둘러본 관람객들이라면 영화 ‘1987’의 연희를 만난다면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그래서 세상은 바뀌었고, 바뀌고 있다.”라고.

<이한열 기념관에 대한 여행 10문답>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공간이야?

- 20대 청춘이라면, 이한열 열사를 기억하는 모든 이들이라면.

2. 누구와 함께?

- 혼자든, 가족이든

3. 가는 방법은?

- 지하철 2호선 신촌역 8번 출구, 동교동 방향으로 70m 정도 직진, 신촌 한의원에서 좌회전, 70m 정도 직진, 신촌갈비굼터에서 우회전, 70m 정도 직진, 왼쪽 하얀 건물

- 서울특별시 마포구 신촌로 12나길 26

4. 감명받는 점은?

- 현재 우리의 민주주의가 결코 쉽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

5. 명성과 내실 관계는?

- 생각보다 방문객들이 많지 않다.


6. 꼭 봐야할 유품은?

- 최루탄을 맞았을 당시 입고 있었던 티셔츠. 친필 원고지. 노무현 대통령의 추모글.

7. 기념관을 가기 전 준비할 것은?

- 1980년대에 대한 기본적인 역사적인 사실을 알고 가면 기념관 방문이 뜻 깊다. 특히 1987년의 역사를.

8. 홈페이지 주소는?

- http://www.leememorial.or.kr/

9. 주변에 가 볼만한 곳은?

- 근현대 디자인 박물관, 홍대 거리, 신촌 거리.

10. 총평 및 당부사항

- 한국의 현대사에서 빠질 수 없는 인물이 바로 이한열 열사다. 열사의 고귀한 희생으로 인하여 한국의 민주주의는 더욱 더 발전을 하게 되었다.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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