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일반

전통vs악습…살아있는 소에 불붙이는 ‘불의 황소’ 축제 논란

작성 2018.11.21 15:59 ㅣ 수정 2018.11.21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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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에도 어김없이 축제에 동원돼 강제로 뿔에 불을 붙인 채 달린 황소(사진=아니마 나투랄리스)
살아있는 황소의 뿔에 불을 붙이는 축제가 올해에도 어김없이 스페인에서 열렸다. 전 세계 동물보호가와 동물보호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스페인 메디나첼리의 오랜 전통인 ‘토르 드 주빌로’는 ‘불의 황소’ 축제로 불린다. 축제가 열리면 사람들은 황소의 뿔에 가연 물질을 매달고 불을 붙인다. 황소 뿔의 인화 물질이 다 소모돼 불이 꺼질 때까지 사람들은 소를 피해 도망 다니는 것이 축제의 주된 이벤트다.

매년 11월 둘째 주 주말에 열리는 이 축제는 뿔에서 불길이 솟는 황소 앞에서 인간의 용기를 테스트하는 오랜 전통에서 비롯됐다. 축제가 시작되면 몇 천 명의 관람객 앞에서 황소의 뿔에 불이 붙여진다.

물론 황소가 화상을 입지 않도록 머리와 몸 곳곳에 두꺼운 진흙을 바르긴 하지만, 그렇다고 황소가 고통스럽지 않은 것은 아니다. 놀라거나 화상을 입은 황소는 날뛰다가 불을 끄기 위해 스스로 벽에 몸을 부딪치기도 한다.

이러한 장면은 짧게는 한 시간, 길게는 몇 시간이나 이어진다. 뿔에서 불을 내뿜으며 내달리는 황소의 모습을 보면 그 끔찍함과 잔혹함에 저절로 눈이 가려진다.

동물보호단체인 아니마 나투랄리스(Anima Naturalis)에 따르면 스페인에서 매년 이 축제 및 이와 유사한 축제에 동원되는 황소의 수는 3000마리가 넘는다. 동물보호단체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불의 황소’ 축제는 여전히 고유의 문화적 이벤트이자 스페인 당국의 허가를 받은 합법적인 행사다.

또 다른 동물보호단체인 페타(PETA)의 엘리사 알렌은 “황소의 뿔에서 시작된 불은 뿔을 태울뿐만 아니라 눈과 몸 곳곳에 심각한 화상을 입히고, 이보다 더한 트라우마를 남긴다”면서 “어떤 소들은 이 고통을 스스로 끝내려 벽에 몸을 내동댕이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어 “서로 문화가 다르고 관습이 달라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합리적인 인간이라면 잔인함에 대해서는 모두 똑같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살아있는 동물에게 불을 지르는 것은 명백히 가학적인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세계 최대 청원사이트 ‘체인지‘(www.change.org) 에는 이 축제가 더 이상 열리지 않도록 법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청원에 9만 명 이상이 동참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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