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청년 문재인의 시간은 - 해남 대흥사(大興寺)

작성 2018.12.27 09:53 ㅣ 수정 2018.12.27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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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 문재인이 사법고시를 준비하던 해남 대흥사의 암자. 방번호가 7번이다
“아버지 49재를 치른 바로 다음 날, 전남 해남의 대흥사로 떠났습니다. 대흥사 내 대광명전이라는 고즈넉한 암자에서 참 열심히 고시공부를 했습니다.” <문재인이 드립니다. 리더스북, 2012>

전라남도 해남에 위치한 대흥사는 대통령의 절집으로 유명하다. 청년 시절 절망적인 시간 속에서도 암자 끝 귀퉁이 방에서 꿈을 놓치지 않던 젊은이는 지금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 우뚝 서 있다. 그가 머물던 초라한 암자 귀퉁이 방에는 지금도 누군가 꿈을 찾아 삶의 한 조각을 담아두고 있다. 방의 숫자가 공교롭게도 7번이다. 7번방의 기적이 이루어진 해남 대흥사로 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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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륜산 대흥사는 규모가 웅장하고 풍광이 수려하여 호남에서는 손 꼽히는 사찰이다
해남 대흥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3명을 알아야 한다. 임진왜란 초기 의승군(義僧軍) 총대장 서산대사, 우리나라 차문화(茶文化)의 뿌리인 13 대종사 가운데 한 분인 초의선사 그리고 대한민국 제 19대 대통령 문재인.

대흥사(大興寺)는 우리 국토의 최남단에 위치한 두륜산(頭崙山. 지역명은 대둔산)의 빼어난 풍광을 배경으로 자리한 사찰로서, 대한불교 조계종 22교구의 본사인 큰 절이다. 현재 해남, 목포, 영암, 무안, 신안, 진도, 완도, 강진, 광주 등 9개 시군의 말사를 관할하며, 서·남해 지역 사찰을 주도할 정도의 절집이니 규모나 연혁이 그리 만만한 절이 아님은 증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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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흥사의 가람배치는 독특하여 사찰을 둘러싸고 있는 두륜산의 모든 봉우리를 끌어 안고 있다
우선 대흥사가 본격적으로 중흥된 연유는 바로 서산대사에 기인한다. 1592년(선조 25) 7월 1일자 ‘선조수정실록’에 따르면 선조는 옛 승관(僧官)인 휴정(休靜, 서산대사)을 불러 승군을 만들도록 하였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이후 서산대사가 “전쟁을 비롯한 삼재가 미치지 못할 곳(三災不入之處)으로 만년동안 훼손되지 않는 땅(萬年不毁之地)”이라 하여 그의 의발(衣鉢)을 이곳에 두었고 이후 대흥사는 본격적인 중흥의 시기를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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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흥사의 대웅보전.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특이한 대웅전 가람배치 중의 하나다. 야자수가 돋보인다
또한 초의선사(1786~1866)가 대흥사에 머물며 차(茶)와 선(禪)을 하나로 보아 「동다송」에서 ‘다선일미(茶禪一味)’를 주장하며 스스로도 차 한잔을 마시는 데서도 법희선열(法喜禪悅)을 맛본다고 하였다. 이후 호남 지역에서 우리나라 전통의 차문화가 발전하는 데 대흥사는 그 중심에 들어서 있었다. 마지막으로 청년 문재인이 1978년에 대흥사 대광명전 암자 끝방에서 사법고시를 준비하여 1차 시험에 합격한 사연이 대흥사에는 지금도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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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흥사 입구에는 100년의 시간을 담은 여관인 유선관이 있다
대흥사는 이러한 인물들과 아울러 사찰 내 당우나 암자, 선방 등의 독특한 가람배치도 유명하다. 절을 가로지르는 개천을 기준으로 대웅전과 명부전 등이 있는 북원(北院), 천불전을 중심으로 가허루, 동국선원 등이 있는 남원(南院)으로 크게 구분된다. 이외에도 서산대사와 선조, 정조의 흔적이 남아 있는 표충사 구역, 스님들이 머무는 공간인 대광명전 구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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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광명전 내의 암자 끝방이 바로 문재인 대통령이 젊은 시절 머물렀던 곳이다. 사시사철 밝고 조용한 곳이다
이외에도 경내 당우들에 남아 있는 현판 글씨들은 조선 시대 서예의 진면목을 드러낸다. 표충사는 정조대왕, 대웅보전, 천불전, 침계루는 원교 이광사, 백설당 지붕밑 무량수각은 추사 김정희, 가허루는 전주에서 활약하던 호남의 명필가 창암 이삼만의 글씨가 현재도 남아 있다.

<해남 대흥사에 대한 여행 10문답>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여행지야?

- 해남을 방문한다면 적극 추천. 대흥사는 6.25전쟁 중에서도 훼손되지 않아 사찰의 원형이 잘 남아 있다.

2. 누구와 함께?

- 누구라도. 해남 대흥사를 둘러싸고 있는 두류산의 풍광은 빼어나다.

3. 가는 방법은?

- 전남 해남군 삼산면 대흥사길 400(구림리 799) 534-5502~3(061)

- 해남터미널 (061-534-0881) → 대흥사(대둔사)

- 군내버스 : 06:30 ~ 19:40 (30분 간격 / 25분 소요) 절 입구 매표소 아래 종점까지 운행 (종점에서 절까지 걸어서 30분 소요)

4. 감탄하는 점은?

- 생각보다 원형이 잘 보조된 큰 절 집. 유서 깊은 호남 전통 사찰의 맥을 제대로 담고 있다.

5. 명성과 내실 관계는?

- 명성에 비해 방문객들이 많지 않다. 교통편이 수월하지는 않다.

6. 꼭 봐야할 장소는?

- 대웅보전, 가허루, 표충사, 절집 아래에 있는 여관인 유선관

7. 토박이들이 추천하는 먹거리는?

- 100년 전통의 최초의 여관인 ‘유선관’의 식사, 떡갈비 ‘천일식당’, ‘소망식당’, 남도 한정식 ‘진일관’

8. 홈페이지 주소는?

- http://www.daeheungsa.co.kr/home/main.asp

9. 주변에 더 볼거리는?

- 고산 윤선도 기념관, 다산초당, 해남우항리공룡화석지, 땅끝마을

10. 총평 및 당부사항

- 해남 대흥사는 절집 자체의 규모가 크고 풍광이 아름다운 곳이다. 굳이 대통령의 흔적을 찾으려 하지 말고 호국불교의 원형인 서산대사와 우리나라 차문화의 원류였던 초의선사의 시간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방문 가치가 있다. 적극 추천!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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