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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든 정의 TECH+] 롤스로이스, 세계서 가장 빠른 전기비행기 개발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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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롤스로이스 전기 비행기의 이미지

최근 영국 롤스로이스가 2020년까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전기 비행기를 선보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롤스로이스가 웬 전기 비행기를?’라는 반응이 대부분이겠지만, 여기에는 당연히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롤스로이스는 고급 승용차 브랜드 이미지가 강하지만, 사실 자동차 부분은 오래전 분리됐고 현재 주력 사업은 항공기 엔진 부분입니다. 그리고 자동차 부분과 마찬가지로 항공 부분 역시 지속가능한 친환경 기술에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롤스로이스 역시 차세대 친환경 항공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롤스로이스가 다른 협력사와 함께 영국 글로스터셔 공항 인근에서 개발 및 제작에 들어간 이 전기 비행기는 전기 비행기 개발 프로젝트인 액셀(Accelerating the Electrification of Flight·ACCEL) 프로그램의 일부로 진행되는 것으로 750kW급 전기 모터와 배터리셀 6000개를 이용해서 최고 시속 480km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 속도는 현재 상용 항공기와 비교해서 빠른 속도는 아니지만, 2017년 지멘스가 세운 전기 비행기 속도 기록인 시속 338km보다 빠른 것입니다.

이렇게 말하면 롤스로이스와 지멘스가 경쟁 관계 같지만, 사실 롤스로이스, 지멘스, 에어버스 3사는 전기 비행기 상용화를 위해서 컨소시엄을 구성한 상태입니다. 역시 2020년을 목표로 개발 중인 에어버스 E-Fan X가 그 첫 작품으로 롤스로이스는 2MW급 전기 터보팬 엔진을 공급할 예정입니다. 다만 E-Fan X는 4개의 엔진 가운데 한 개만 전기 팬으로 교체한 기술 실증기로 완전한 전기 비행기가 아니라 전기 비행기 개발 플랫폼입니다. 전기 터보팬 기술이 중대형 항공기에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성능이 좋은지 검증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아무튼 이런 대형 제조사들이 힘을 합쳐 전기 비행기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배경은 전기 자동차와 비슷하게 기술 발전과 환경 규제입니다. 리튬 이온 배터리 기술의 급격히 발전하면서 배터리는 나날이 용량은 늘어나고 가격은 내려가고 있습니다. 덕분에 무거운 납 배터리가 주종을 이뤘던 시절에는 대중화가 힘들었던 전기 버스나 전기 자동차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전기 비행기도 꿈이 아닌 시대가 됐습니다. 이에 더해 갈수록 엄격해지는 환경 규제는 자동차 제조사는 물론 항공기 업계까지 차세대 친환경 항공기를 개발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은 2050년까지 항공 부분에서 이산화탄소 배출 75%, 산화질소 배출 90%, 소음 공해 60%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제트 엔진을 개량하고 초경량 소재로 항공기를 가볍게 만드는 것 이외에 새로운 방법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유럽 내 여러 기업이 전기 비행기 및 친환경 바이오/합성 연료 개발에 나서고 있습니다. 당연히 여기서 미래 주도권을 잡으려는 기업들의 경쟁도 치열합니다. 롤스로이스가 지멘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상태에서도 별도의 전기 비행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 역시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더 재미있는 사실은 롤스로이스가 프로펠러기 시절부터 알아주는 비행기 엔진 명가였다는 사실입니다. 수퍼 마린, 스핏파이어 같은 2차 대전 명작 전투기가 롤스로이스 멀린(Merlin) V12 수냉식 엔진을 사용했으며 P-51 머스탱 역시 시원치 않은 성능을 보였던 엔진을 멀린 엔진으로 교체한 이후 역사상 가장 뛰어난 프로펠러 전투기로 거듭난 역사가 있습니다. 그런 롤스로이스가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다시 최강의 프로펠러 비행기를 개발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는 소식은 그 차제로 흥미롭습니다.



다만 아무리 배터리 기술이 발전했다고는 해도 아직은 기존의 화석 연료 대비 상당히 무거운 게 사실입니다. 전기차와 달리 하늘을 날기 위해 가능한 가볍게 만들어야 하는 항공기를 전기 비행기나 전기 하이브리드 항공기로 개발하기는 쉽지 않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에어버스 컨소시엄은 20MW급 대형 전기 터보팬을 사용하는 전기 하이브리드 항공기를 2020년대에 상용화시킨다는 계획이지만, 경제성 및 친환경성 모두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올지는 두고 봐야 알 수 있습니다. 과연 전기 비행기가 전기차처럼 시대의 화두가 될 수 있을지 미래가 궁금합니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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