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나는 조선의 화가로소이다 - 진도 운림산방

작성 2019.01.17 11:01 ㅣ 수정 2019.01.17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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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도의 운림산방은 조선 말기 남종화의 대가인 화가 허련이 조성하여 창작과 저술 활동을 하던 곳이다
“鳴一世(명일세) : 세상을 진동시키다”

낯설 수도 있다. 유럽의 중세 문화를 대표하던 회화처럼 조선 후기에도 그림이 한 세상을 흔든 시기가 '잠시' 있었다.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오원 장승업(1843-1897)이었다. 그는 1800년대 말 조선의 운명을 마름질하던 청나라 사신들의 조선인 역관들의 후원을 받아 조선 후기 사대부 문화에 장식용 그림을 본격적으로 집어넣은 인물이다.

오죽하였으면 고종의 어명(御命)을 받아 그림을 그리다가 도망을 쳐도 무사할 정도로 오원은 대접을 받았다. 이러한 장승업과 아울러 조선 회화의 맥을 굳건히 지켜 나갔던 조선말기 남종화의 대가 소치 허련(1809-1892)이 만든 화실인 진도의 운림산방으로 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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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림산방은 허련의 손자인 남농 허건이 남종화의 대를 이은 곳으로, 한국 남화의 성지로 불린다
조선 후기에 가장 유명하였다는 장승업 그림에도 근저에는 조선 후기 남종화의 화풍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바로 사대부들 회화 문화에 있어 남종화는 고매한 인격을 드러내는 수단이자 장식용이었다. 따라서 조선의 양반들에게는 남종화풍의 회화 양식을 벗어나는 그림은 더이상 그림이 아니었다. 따라서 조선 사대부들이 즐겼던 회화 전통은 곧 남종화의 역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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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림산방 내 기념관에는 허씨 가문의 훌륭한 동양화도 감상할 수 있다
여기서 남종화란 인격이 드높은 사대부(士大夫)가 수묵 담채로 담백하게 그린 맑은 정신세계의 연장선이며 눈앞의 사물을 뛰어넘는 유교의 정신 문화였다. 대표적인 조선 남종화 대가가 단지 서예가로만 우리에게 알려진 추사 김정희(1786-1856)였으며 그의 작품인 '세한도'는 조선 후기 남종화의 특색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서예성을 강조하고 주변의 군더더기들은 과감하게 지워버린 세한도는 조선 후기 사대부 회화의 최고봉으로 여전히 손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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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림산방이 만들어지기 전 실제 사용하였던 살림채. 호남 남도 양식의 살림집이다
바로 이런 남종화의 대가였던 추사 김정희의 제자가 허련이었다. 그는 더 이상 중국의 산수화 화풍을 답습하지 않고, 조선 회화만의 특성을 잘 살린 화가였다. 허련의 화풍은 그 누구에게서도 찾아볼 수 없이 독특하였는데 붓을 다루는 솜씨가 강직하였고, 구도 및 수묵의 농암 표현이 자유분방하였다. 따라서 허련 이후부터 조선 남종화가 중국 남종화 화풍에서 벗어나 조선 남종화만의 특성를 지닌 스스로의 길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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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참산을 배경으로 한 운림산방의 모습. 남도 전통 회화의 맥이 전해진 곳이다
이런 허련의 특성은 그의 후손들에게도 고스란히 내려왔는데, 이중 가장 유명한 사람이 바로 손자인 남농(南農) 허건(1908~1987)이다. 허건은 고답적인 조선의 회화 양식에서 벗어나 특유의 ‘신남화’(新南畵)라는 새로운 화풍을 만들어 내었다. 허건은 신남화에서 할아버지 허련의 ‘갈필법’(渴筆法)‘ 전통을 제대로 이어받고 발전시키는데. 갈필법이란 물기가 거의 말라버린 붓으로 먹을 조금만 묻혀 마른 붓질을 하는 양식을 일컫는 말이다. 그는 이 갈필법으로 농촌의 풍경, 산과 들, 바닷가 등의 향통적 풍경을 그려 제23회 조선전람회(1944)에 출품한 ‘목포의 일우’로 최고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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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 후기 산수화의 진면목을 운림산방에서 확인할 수 있다
허씨 가문이 이룩한 조선 수묵화의 전통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진도의 운림산방은 진도 첨찰산을 배경으로 뛰어난 풍광을 자랑한다. ‘ㄷ’자 모양으로 만든 기와집인 운림산방은 초가로 된 살림채, 전시관, 연못과 연못 가운데 직경 6m 크기의 인공 섬에는 배롱나무가 있다. 특히 기념관에는 남도 회화의 맥을 이어온 허씨 가문 출신 화가들의 수준높은 작품도 관람이 가능해서 서양 회화에 익숙한 현대인들의 눈에 색다른 관람 기회를 주기도 한다.

<진도 운림산방에 대한 여행 10문답>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여행지야?

- 진도에 들러 시간이 남는다면. 고즈넉한 분위기의 넓은 화실이다.

2. 누구와 함께?

- 가족들. 미술에 관심이 있다면

3. 가는 방법은?

- 전남 진도군 의신면 운림산방로 315

- 군내 버스 이용(운림산방 앞)

4. 감탄하는 점은?

- 잘 가꾸어진 정원. 조선 후기 남종화의 세밀하면서 웅장한 스케일.

5. 명성과 내실 관계는?


- 늘상 조용한 편이다. 관람객이 많지 않다.

6. 꼭 봐야할 장소는?

- 기념관 내의 작품들.

7. 토박이들이 추천하는 먹거리는?

- 쌈밥정식 ‘가족회관’, 성게비빔밥 ‘신호등회관’, 한우 생고기 ‘묵은지’

8. 홈페이지 주소는?

- http://www.jindo.go.kr/tour/sub.cs?m=10

9. 주변에 더 볼거리는?

- 신비의 바닷길, 진도타워, 진돗개 테마파크, 이충무공 전첩비

10. 총평 및 당부사항

- 조용한 곳이다. 진도에 들러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면 편안히 가 볼만한 곳. 특히 미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흥미가 있는 장소.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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