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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피플+] 걸어서 왕복 10시간…32년 간 산동네 출근한 간호사

작성 2019.02.28 09:31 ㅣ 수정 2019.02.28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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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넘게 산동네 오지에서 주민들의 건강을 돌보고 있는 아르헨티나 남자간호사가 언론에 소개돼 화제다. 올해 63세의 테오필로 카리가 그 주인공.

60살을 넘기면서 은퇴가 가까웠지만 그에겐 쉴 생각보다는 산동네 주민들의 걱정이 앞선다. 그가 은퇴하면 산동네에 의료인이 한 명도 남지 않게 된다.

카리는 아르헨티나 살타주 카피야에 산다. 해발 3200m 산동네다. 몸이 아픈 부인과 자식들은 모두 도시로 내려가 그는 혼자 살고 있다.

오전 8시 그는 집을 나선다. 보건소가 있는 라스메사다스까지는 걸어서 5시간 거리. 자동차는 접근조차 하지 못하는 오지다. 카리는 그런 곳에서 32년간 산동네 주민들을 돌보고 있다. 퇴근하려면 다시 5시간을 걸어야 한다. 뚜벅뚜벅 걸으면서 출퇴근에만 꼬박 10시간을 보내야 하는 셈이다.

한때 말을 타고 다니기도 했지만 허리를 다치는 바람에 말을 타는 게 힘들어졌다. 그래서 지금은 다시 걸어서 출퇴근하고 있다.

카리는 "도시로 내려간 사람들이 많아 이젠 산동네 주민이 65명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그래도 사람들이 남아 있으니 이곳을 떠날 수는 없다"고 말했다. 30년 넘게 간호사로 산동네 주민들을 돌본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출산이다.

12년 전의 일이다. 출산이 임박한 여자를 말에 태워 병원으로 내려가다가 아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는 여자가 덮고 있던 담요로 천막을 만들곤 아기를 받아냈다.

난산을 한 여성도 그에겐 잊기 힘든 기억이다. 카리는 자칫 산모까지 위험해질 것 같아 보이자 도시의 병원에 긴급 SOS를 쳤다.

의사 2명이 헬기를 타고 달려갔지만 때마침 강풍이 불면서 헬기는 라스메사다스에 접근하지 못했다. 다급해진 의사들은 말을 빌려 달리기 시작했지만 그 사이 여자는 난산 끝에 아기를 낳았다.


그 아기를 받아준 사람이 끝까지 곁을 지킨 카리였다. 카리는 "그 아이가 지금 (도시) 캄포 키하노에 살고 있다"면서 웃었다.

카리는 65세가 되는 3년 후엔 은퇴한다. 그가 은퇴하면 이제 산동네 라스메사다스엔 주민들을 돌볼 의료인이 단 한 명도 남지 않게 된다.

그는 "라스메사다스는 오지지만 사람 사는 맛이 나는 곳"이라면서 "누군가 꼭 와서 주민들의 건강을 돌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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