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중국

[여기는 중국] 농아들이 운영하는 ‘소리없는 빵집’ 인기 폭발

작성 2019.03.12 13:39 ㅣ 수정 2019.04.04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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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광저우에는 ‘소리 없는 빵집’이 있다. 빵집에 들어서면 아무도 소리 내어 인사를 건네지 않지만, 환한 웃음과 따스함이 가득해 늘 문전성시를 이루는 곳, 다름 아닌 농아들이 운영하는 베이커리 전문점 ‘사일런트 케이크'(Silent Cake, 无声的Cake)다.

지난 2017년 말 광저우 바이윈구(白云区)의 한 대형 쇼핑몰 안에 들어선 이 베이커리의 탄생에는 특별한 사연이 깃들어있다.

‘사일런트 케이크’의 사장 취준쿤(邱俊坤,36) 씨는 지난 2013년 선전에서 제빵 학원을 개업했다. 당시 한 농아가 그에게 제빵 기술을 배우기 위해 찾아왔지만, 그는 “일반인도 배우기 힘든 기술을 농아가 제대로 배울 순 없을 것”이라면서 거절했다. 그러나 끈질긴 농아의 요청에 결국 그를 제자로 받아들였다.

예상과 달리 그의 습득 능력은 일반인보다 빨랐고, 모든 교육 과정을 마친 후 사회에 나가 일자리를 찾았다.

하지만 농아 기술자를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장애는 쉽게 허물 수 없는 벽이었다. 취 씨는 안타까움을 금할 길 없었다.

결국 취 씨는 직접 ‘농아들을 위한 베이커리 전문점’을 세우기로 했다. 농아들을 모아 빵 굽는 기술, 바리스타 교육 및 서비스 교육을 했다. 어렵사리 200만 위안(한화 3억3600만원)이 넘는 자금도 모았지만, 농아들이 일하는 빵집을 받아주는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임대료를 더 많이 준다고 해도 거절당하기 일쑤였다.

기회는 지난 2017년 광저우 바이윈구(白云区)에 새로 문을 여는 쇼핑몰에서 찾을 수 있었다. 드디어 빵집을 내도 좋다는 허락을 받은 것.

우여곡절 끝에 문을 연 ‘사일런트 케이크’에는 11명의 종업원 중 10명이 농아다. 어렵게 찾은 기회인 만큼 종업원들은 최선을 다해서 가게를 운영했다. 매장 앞에는 '대부분 종업원이 농아라 주문과 계산에 시간이 다소 걸릴지 모릅니다. 부디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비록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지만 성심성의를 다해 서비스하겠습니다'라는 안내문을 내걸었다.

처음에는 다소 어리둥절해 하던 손님들도 가게의 특성을 이해하고는 서두르지 않고 주문을 했다. 필요한 경우에는 노트로 직원들과 의사소통을 한다.


농아들이 정성껏 빚은 빵은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잡았고, 무엇보다 밝은 미소가 만면한 종업원들의 모습에서 ‘긍정의 힘’을 얻는 손님들이 늘면서 매장은 인기 빵집이 되었다. 또한 청각장애가 있는 내외국인의 사교 모임 장소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다수의 매체에 보도되면서 ‘가장 아름다운 빵집’이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취 사장은 “장애로 인해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박탈당해선 안 된다”면서 “이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큰 노력으로 이 자리를 일군 ‘영웅’”이라고 전했다.

이종실 상하이(중국)통신원 jongsil7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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