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우리네 인생이 비벼져 있는 ‘인천 짜장면 박물관’

작성 2019.05.09 09:25 ㅣ 수정 2019.05.09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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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 차이나타운 내에 있는 짜장면 박물관은 옛 중국집인 공화춘 자리에 있다
“내 한 개 소독저로 부러질지라도/비 젖어 꺼진 등불 흔들리는 세상/슬픔을 섞어서 침묵보다 맛있는/짜장면을 먹으며 살아봐야겠다” <정호승, ‘짜장면을 먹으며’ 中에서&g

짜장과 짬뽕, 실로 위대한 고민이다. 한국인들만이 느낄 수 있는, 그 본질적인 '흔들림'. 고민하는 순간은 비장함마저 감돌며 결정하는 순간은 급박하다. 짜장이든 짬뽕이든 선택한 후에는 어김없이, 그리고 반드시 찾아오는 또 한 번의 '흔들림'. 짜장과 짬뽕을 입맛에 따라 명확히 골라내는 일의 어려움은 우리네 인생살이와 맞닿아있다. 무엇을 선택하든 삶은, 가지 못한 길에 대한 '흔들림'을 남긴다. 인천의 짜장면 박물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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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90년대 후반 인천에 들어온 중국 노동자 ‘쿨리’들의 주식이 바로 지금의 짜장면과 같은 비빔면이었다
2011년 8월 31일, 중국집에는 짜장면 배달 주문 전화가 온종일 몰려들었다. 드디어 ‘자장면’을 ‘짜장면’이라고 부를 수 있게 된 것이다. 1986년 외래어 표기법 고시 이후 ‘짜장면’을 ‘자장면’이라 불러야 한다고 윗분들(?)이 말했다. 그래도 국민들은 ‘짜장면’이라 불렀다. 손톱만큼이나 작은 저항이었고 반감이었다. 그러다 25년의 시간이 흘러서, 국립국어원은 ‘짜장면’을 ‘짜장면’이라 불러도 된다고 발표하였다. 짜장의 봄은 이렇게 다시 찾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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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의 짜장면은 달콤한 캐러맬을 첨가한 것으로 중국식 ‘작장면’과는 다른 맛이다
원래 ‘짜장면’의 어원은 ‘작장면(炸醬麵)’이다. 말 그대로 중국식 발효 장류(醬類)인 두반장, 두시장 혹은 미옌장(甛麵醬)과 같은 ‘장(醬)’을 돼지 비계 기름 ‘라드(LARD)’를 듬뿍 두른 중국식 큰 냄비 ‘웍(WOK)’에 볶고 튀기는 ‘작(炸)’을 한 뒤 만들어진 소스를 ‘면(麵)’에 비벼 먹는 음식을 뜻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맛보는 ‘짜장면’은 중국식 작장면(炸醬麵)과 달리 달콤한 캐러멜을 첨가하고 물기를 적당히 유지하여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만든 새로운 ‘한국음식’으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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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 중국집들이 사용하던 배달 가방들. 서울까지도 배달을 하였다고 한다
짜장면의 역사는 이러하다. 1884년 조선과 청나라가 ‘인천구화상지계장정(仁川口華商地界章)’이라는 조약을 체결한 후 현재의 인천 중구 차이나타운이 ‘청관거리’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한다. 이때 청나라 사람들이 거주하는 조계지가 마련되면서 영사관과 각종 상업 시설, 창고, 군부대 등이 들어온다. 이곳에서 주로 부두 하역 노동을 담당하던 중국 산둥성 출신 인부들을 ‘쿨리(苦力)’라 불렀고 이들이 중국식 발효장에 국수를 비벼먹었다. 한국식 짜장면의 시초가 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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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집은 입학식이나, 졸업식 등 우리나라 사람들의 가족 행사 모임 장소로 지금까지도 애용된다
그런데 사실 짜장면을 팔기 시작한 정확한 시간은 알지 못한다. 당시 수많은 노포, 화상(華商) 점포에서 중국식 ‘작장면’을 팔았는데 이중 근대 역사에 제대로 자리매김을 한 중국집이 1908년에 문을 연 ‘공화춘(共和春)’으로 본다. 원래 이곳은 산둥성 출신 인부들을 위하여 ‘산동회관’(山東會館)‘이라는 이름으로 여관 및 식당 영업을 하였다. 그러는 와중 1911년 1월 15일 청나라가 중화민국이라는 ’공화‘국이 됐으니 매우 기쁜 일이고 ’봄(春)‘과 같이 모든 것이 새로이 시작한다는 의미의 ‘공화춘(共和春)’으로 점포명을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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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3년에 폐업한 공화춘의 간판. 현재 공화춘의 맥은 외손녀가 운영하는 신승반점에 이어지고 있다
이후 ‘공화춘(共和春)’은 많은 어려움을 겪는데, 당시 정부가 추진한 화교들의 재산권 행사 제한에 따라 결국 1983년에 폐업을 한다. 현재 ‘공화춘(共和春)’의 실질적 명맥은 설립자의 외손녀가 운영하는 ‘신승(新勝)반점’으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현재 짜장면박물관으로 사용되는 건물은 예전 ‘공화춘’이 있던 자리로 2006년 4월 등록문화재 246호로 등록 지정된 곳이다. 1층에는 기획전시실, 주방 전시가 있고, 2층에는 짜장면의 탄생에서 1960년대 공화춘의 주방시설까지 제대로 된 한국 짜장면의 역사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관람객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짜장면 박물관에 대한 여행 10문답>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여행지야?

- 인천 차이나 타운에 간다면 한 번쯤은 가 볼만한다.

2. 누구와 함께?

-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 나들이로

3. 가는 방법은?

- 인천광역시 중구 차이나타운로 56-14(북성동)

인천역(국철 1호선, 수인선) 하차 후 차이나타운 방향으로 도보이동

(버스) 15,28,307(중구청) / 2,10,15,23,28,45,307(인천역)

4. 감탄하는 점은?

- 짜장면 박물관 주변의 오래된 차이나타운의 거리들.

5. 명성과 내실 관계는?


- 주말이면 차이나타운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인산인해.

6. 꼭 봐야할 전시물은?

- 초기 공화춘의 주방, 옛 쿨리들의 모습과 인천항의 역사.

7. 토박이들의 추천 식당은?

- ‘용화반점’, ‘신승반점’, ‘만다복’, ‘태화원’, ‘진흥각’,

8. 홈페이지 주소는?

- http://www.icjgss.or.kr/jajangmyeon/

9. 주변에 더 볼거리는?

- 한국근대문학관, 한국개항박물관 및 차이나타운.

10. 총평 및 당부사항

- 시간과 애정을 가지고 차이나타운 골목을 다닌다면 볼거리가 풍부하다. 특히 짜장면 박물관 주변의 근대 건축물들은 시간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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