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천년의 구들, 신라의 온기를 전하다 - 하동 칠불사

작성 2019.05.16 10:08 ㅣ 수정 2019.05.16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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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 칠불사는 지리산 해발 800m 깊숙한 곳에 있는 사찰이다.
# 천년의 온돌, 아자방(亞字房) 이야기 가득한

‘금관가야에서 오시어 아자방을 축조하셨네 (來自金官築亞房) ’

봄 향기 가득 머금은 지리산이다. 동쪽 주능선 산행코스인 명선봉, 형제봉, 덕평봉을 허위허위 지나다 보면 어느 순간 얌전한 토끼봉(1,534m)에 닿는다. 바로 이 토끼봉 자락을 잡고 아래로 내려오다 보면 반야봉 남쪽 해발 약 800m 지점에 천년 고찰이 등장한다. 불현듯이. 허투루 볼 절집이 아니다. 천년 세월의 온기(溫氣)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구들방이 있는 절이다. 천년 온돌, 아자방(亞字房) 이야기가 전해지는 지리산 칠불사(七佛寺)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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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칠불사는 김해 김씨의 시조인 김수로왕의 일곱 왕자가 성불을 한 곳이다.
당연히, 유명 사찰에는 회자되는 전설이나 설화 하나쯤은 있기 마련이다. 즉 일상의 바쁜 삶에도 ‘불구하고’ 시간 내어 굳이 찾아올 만한 이유가 당연히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 점에서 지리산 칠불사는 언제든 얼굴 한 번 내밀만한 이야기들이 가득한 절임은 분명하다.

칠불사의 창건 스토리부터 예사롭지 않다. 삼국 시대 초기 김해 지방에 존재하였던 가야(伽倻) 일명 가락국(駕洛國)의 태조이자 김해 김씨의 시조인 김수로왕(金首露王)의 일곱 왕자가 이곳에서 수도 정진하여 모두 성불하였다고 하여 일곱 ‘칠(七)’, 부처 ‘불(佛)’을 써서 이름 지은 절이 칠불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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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일 동안 온기가 남아있다는 신라 시대의 온돌, 아자방이 그대로 남아 있다. 현재 복원 공사중이다.
<삼국유사, 가락국기>나 <동국여지승람 하동기>에 따르면 서기 42년에 태어난 수로왕이 현재의 인도 갠지스강 상류지방에 5세기부터 있었던 태양왕조 아유다국의 공주 허황옥(許黃玉)을 왕비로 맞아들여 10남 2녀를 두었다고 한다. 이 중 큰 아들 거등(巨登)은 왕위를 계승했고 차남과 삼남은 김해 허(許)씨의 시조가 되었으며 나머지 일곱 왕자가 이 곳에서 부처가 되었다고 한다. 그러하니 칠불사를 방문한 김해 김씨(金氏), 김해 허씨(許氏) 성을 쓰는 방문객들은 급히 옷깃부터 여민다. 콘텐츠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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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칠불사는 방문객들이 많지 않아 늘 조용한 사찰 본연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또한 칠불사는 흔히들 우리나라에 불교가 전해진 시기라고 알려진 고구려 소수림왕 2년(372)보다 270년 더 빨리 인도에서 배를 타고 불교가 직접 전래했다는 이른바 ‘남방전래설’을 지지하는 가야불교의 시원인 곳이기도 하다.

# 인도에서 전해진 불교 남방전래설, 빨치산 남부군 총사령관 이현상이 최후를 맞이한 빗점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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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칠불사의 범종각. 칠불사는 1948년 ‘여수,순천 10.19사건’의 중심지인 곳이기도 하다.
여기에 더해 칠불사에는 신라 효공왕(재위 897∼912) 시절 구들도사라 불렸던 ‘담공선사’가 직접 축조한 아자방(亞字房)의 흔적이 전해 내려온다. 방의 모양이 ‘아(亞)’자 모양으로 생겼다 하여 아자방(亞字房)으로 불리는 데 한 번 불을 지피면 온돌 고래 사이로 열기를 100일 동안 간직하였다고 한다.


칠불사에서는 바로 이곳을 한겨울 스님들이 참선 수행하는 선방으로 사용한다. 아자방(亞字房)에서 참선공부를 할 때는 장좌불와(長坐不臥, 늘 앉아만 있고 눕지 않는 것), 일종식(一種食, 하루 한 끼만 먹는 것), 묵언(言, 말하지 않는 것)의 세 가지 규칙을 지켜야 한다. 현재 이곳은 국가문화재 승격을 위한 중수 공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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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칠불사는 1948년 전소된 사찰을 1978년부터 복원 중수하여 지금에 이르렀다.
동국제일선원으로 불리는 칠불사 역시 많은 퇴락과 중수를 거듭했다. 특히 6·25전쟁을 거치면서 전소된 사찰을 전 쌍계사 승가대학장인 제월당 통광(1940~2013) 대선사의 힘으로 1978년부터 중수를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 현재 대웅전, 아자방, 운상선원, 설선당, 보설루, 원음각, 요사, 영지, 일주문 등은 완전 복원 중창하여 신라 시대의 향기 가득한 선원으로 탈바꿈하였다.

<지리산 칠불사에 대한 여행 10문답>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여행지야?

- 만약 김해 김씨나 김해 허씨라면, 지리산 토끼봉을 지나는 일이 있다면

2. 누구와 함께?

- 가족 단위 나들이 장소.

3. 가는 방법은?

- 경상남도 하동군 화개면 범왕길 528
- 하동터미널 → 화개터미널 첫차 7:55 막차 20:30 수시 운행.

4. 감탄하는 점은?

- 칠불사까지 가는 지리산의 풍광들, 눈 앞에 펼쳐지는 드넓은 산자락 풍경

5. 명성과 내실 관계는?

- 지리산 깊은 곳에 있다 보니 방문객들은 그리 많지 않은 편.

6. 꼭 봐야 할 장소는?

- 아자방(亞字房), 대웅전, 영지 연못

7. 토박이들이 추천하는 먹거리는?

- 칠불사 올라오기 전에 화개장터에서 가벼이. 산이 깊다보니 사찰 주변에는 상업시설이 없다.

8. 홈페이지 주소는?

- http://www.chilbul.or.kr/

9. 주변에 더 볼거리는?

- 청학동, 최참판댁, 화계장터, 섬진강, 삼성궁

10. 총평 및 당부사항

- 칠불사는 1948년 '여수, 순천 10.19사건' 당시 여순 병력과 군경 토벌대가 최후 충돌한 곳으로 국군의 소개(疏開)처리로 인하여 전소되었다. 빨치산 남부군 총사령관 이현상이 최후를 맞이한 곳이 바로 칠불사 위쪽 빗점골이다. 한국 현대사의 깊은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은 곳.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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