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USA투데이 등 현지언론은 몬타나 출신의 커트 필그램(57)이 알코르 생명연장재단을 상대로 100만 달러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소송에 얽힌 사연은 지난 2015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커트는 아버지인 로렌스 필그램이 90세를 일기로 작고한 지 한달 후에서야 화장한 유골 상자를 받았다. 충격적인 것은 시신의 머리 부분만 제거된 채 화장됐다는 사실. 이는 알코르 생명연장재단과 생전 로렌스가 맺은 계약과 관계가 있다.
과거 국내에서도 보도돼 큰 화제가 된 알코르 생명연장재단은 1972년부터 인체 냉동보존 서비스를 해주는 세계 최대 규모의 회사다. ‘극저온학’(cryogenics)이라 불리는 인체냉동보존술을 이용해 시신이나 신체 일부를 냉동하는데 먼 미래에 첨단과학으로 다시 사람을 살려내는 것이 목적이다.
회사 측은 계약자가 죽음에 임박하면 교통수단을 동원해 신속하게 재단으로 옮길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숨진 로렌스도 그중 한 명이었다. 결과적으로 로렌스는 머리만 냉동보존되고 나머지 시신은 화장된 것이다.
이같은 사실을 알게된 커트는 분노했다. 그는 "회사 측이 아버지의 머리만 제거한 채 화장해 집으로 보냈다"면서 "극심한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과 공식적인 사과를 원한다"고 밝혔다. 이어 "아버지의 머리를 돌려주면 화장해 몬타나 가족농장에 뿌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대해 알코르 생명연장재단 측의 입장은 단호했다. 회사 측 변호사는 "로렌스는 지난 1990년 67세 나이에 우리 회사와 계약했으며 문서대로 이행해 문제가 없다"면서 "계약이 마음에 들지않는다며 문제제기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박했다.
보도에 따르면 로렌스는 알코르 생명연장재단의 135번째 고객으로 12만 달러에 계약을 맺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알코르 생명연장재단에는 불치병에 걸려 죽기 직전에 냉동을 택한 월트 디즈니와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타자 테드 윌리엄스 등 100명이 넘는 환자가 냉동 보존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죽기 직전의 사람을 강제로 죽인 것과 같다"는 비판론자들의 주장도 거세 이에대한 윤리적 논쟁도 뜨겁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