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임지연의 내가갔다, 하와이] 피부색이 다르다고…상상못한 하와이의 인종차별

작성 2019.09.16 09:44 ㅣ 수정 2019.09.16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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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123rf
매일 아침 진하게 한 잔 마시지 않으면 하루가 개운하지 않은 것은 하와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커피 한 잔의 절실한 감정에 대한 이야기다.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했던 매일 아침, 바쁜 하루의 시작에도 항상 한 손에는 샷 추가를 한 커피 한 잔이 들려 있었고, 그 습관은 하와이 섬 생활 중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다행히도 집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로컬 커피숍 몇 곳이 있다는 점은 섬에 정착할 초창기 필자에게 큰 위안이 되곤 했다.

그런데, 마치 남들만 겪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인종차별’ 경험을 바로 이 곳, 커피숍에서 가장 먼저 경험하게 될 줄은 미처 상상하지 못했었다.

말로만 들어왔던 미국의 악명 높은 인종차별 경험은 평소 자주 찾았던 커피숍에서 주문을 마치고 음료를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한국의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 점과 같이 이곳에서도 주문 시 주문자의 이름을 묻고 주문한 음료가 완성되면 그 이름을 불러서 음료를 전달하는 방식인데, 분명 필자 이름으로 ‘임’이라는 성을 명시했지만, 웬일인지 직원으로부터 건네 받은 음료에는 ‘옐로우’ 라는 단어가 무심히 적혀 있었다.

커피 잔을 받아 들었을 당시에는 상황 파악을 쉽게 하지 못했고, “엥? 옐로우?” 라고 속으로 읊조렸던 기억이 난다. 어쩌면 알면서도 모른척하고 싶었던 심정이었는지도 모른다. 아시안인 필자를 가리켜 굳이 ‘노란색’ 이라고 적어 준 매장 직원의 경솔한 태도와 이 같은 상황을 처음 마주한 필자의 곤혹스러운 감정은 그렇게 시간이 흘러 지금은 그저 지나간 옛 일 중 하나가 됐다.

그런데 얼마 전 또 이와 같은 상황을 마주했다. 하와이를 찾아오는 여행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하와이 소재의 유명 레스토랑에서 요리를 주문하던 아시아계 여행자들이 인종 차별을 당한 사례가 공개돼 공분을 산 것.

공개된 사연에 따르면 지인들과 함께 찾았던 현지 유명 프랜차이즈 식당에서 주문을 받은 직원이 고객이었던 아시아인을 향해 눈을 가로로 찢는 동작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피해를 입은 고객들이 현장에서 곧장 항의하자, 문제의 직원은 사과 대신 ‘아무 문제가 없다’는 식의 태도로 일관했던 것을 전해졌다.

특히 이 일은 피해자들이 자리를 떠난 이후에도 계속됐는데, 피해를 입은 아시아계 여행자들이 몇 차례 해당 매장을 찾아 매장 총 책임 매니저와 당시 사건에 연관된 직원에게 항의, 사과를 요구했으나 매장 측은 오히려 “그런 일이 있었을 리 없다”는 입장으로 일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전 지역 중 한국인, 일본인, 중국인 외에도 필리핀계 동남아시아인 등의 거주 비율이 매우 높다는 점에서, 비교적 인종차별 사건 발생 비율이 낮기로 소문난 하와이에서 조차 이 같은 일들을 뜻하지 않게 마주할 수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 최근 조사된 현지 언론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국에 거주하는 아시아인 가운데 인종차별을 경험했거나 미국 내에 인종차별 현상이 여전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의 수는 전체 아시아계 이민자 10명 중 6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라디오 방송국 NPR과 하버드대 공공보건대학 등이 공동으로 진행한 해당 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미국 거주 아시아인 가운데 약 61%가 ‘미국에서 인종차별을 경험했거나, 존재하는 사회 문제’라며 이 같이 응답한 것으로 집계됐던 것.

해당 조사는 약 7주 동안 미국 전역에 거주하는 18세 이상의 성인 3453명에게 질문, 정치, 사회, 교육 기회, 사회적인 안전망 등과 관련해 인종 차별을 경험했거나 목격했던 경험을 묻는 질문이 진행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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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123rf
특히 해당 조사에 참여한 흑인 응답자 중 약 92%가 ‘미국 사회에서 인종 차별은 여전히 존재하며, 이들 역시 경험한 바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응답자의 일부는 치료를 받으려고 찾았던 병원도 진료 시 의료진으로부터 백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인종 차별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해당 설문에 응답한 약 900명의 백인 중 약 절반 수준의 55%의 백인들 역시 미국 내 인종 차별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답변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에 거주하는 백인들 역시, 자신들의 주변 지인들 가운데 유색인종에게 가해지는 인종 차별적인 폭력을 줄곧 목격했다는 설명이다. 더 놀라운 것은 이 뿐만이 아니다.

미국 내에는 일명 ‘인종차별 지수 지도’로 불리는 인종 차별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지도가 존재하고 있는 형국이다. 마치 여행 시 참고할 가이드 용 지도를 활용하듯, 해당 지도는 미국 이민이나 유학을 계획할 시 외국인들이 주로 활용하는 지역별로 상이한 인종차별의 정도의 여부를 담은 지도인 셈이다.

해당 지도는 워싱턴포스트가 지난 1990년, 2000년, 2010년, 2016년 등 총 4차례에 걸쳐서 조사한 것으로 흑인, 백인, 히스패닉, 아시안, 아메리카 원주민, 다인종 혼혈 등으로 분할해 각각의 인종의 주요 거주지를 표시했다.

해당 조사를 마친 워싱턴포스트가 출고한 원고의 제목은 ‘America is more diverse than ever — but still segregated’였다. 미국은 전보다 훨씬 더 다양성을 가진 사회가 됐지만, 과거처럼 여전히 인종차별이 명백히 존재하는 사회라는 풀이었다.

실제로 이들이 조사 후 곧장 밝힌 인종별 거주지 변화 현상에 따르면, 과거 대표적인 미국의 백인 거주 지역이었던 워싱턴 DC. 일대에는 지난 1990년부터 2016년까지 히스패닉계 미국인의 거주 비율이 약 300% 이상 증가, 같은 기간 아시안계 미국인은 약 20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1990년 미국 대도시의 약 90%에서 인종적인 계층화 문제가 감소하고 있다’면서도 ‘이를 통해 과거보다 비교적 통합적인 미국으로 발전하는 지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반면, 그러면서도 ‘디트로이트와 시카고와 같은 동부지역과 남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인종이 타 인종을 차별하는 현상을 목격할 수 있으며, 하나의 인종 집단에 의해 지배되는 지역적인 특성을 가진 곳도 발견됐다’며 일종의 인종 차별 문제가 미국에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보도했다.

호놀룰루=임지연 통신원 808ddongch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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