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주민보다 길고양이가 더 많은 시리아 마을의 슬픈 사연

폰트 확대 폰트 축소 프린트하기

▲ 폭격으로 폐허가 된 시리아의 또 다른 마을에서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고 있는 주민의 모습(자료사진)

▲ 지난 10월 시리아 정부군을 돕는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폐허가 된 시리아 카푸르 나블의 현재 모습

▲ 시리아 정부군을 돕는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폐허가 된 카푸르 나블에 살고 있는 길고양이들(동영상 캡쳐)

사람보다 고양이가 더 많이 사는 폐허와 같은 동네. 어떤 사연이 있는 것일까.

30일 영국 BBC에 소개된 이 마을은 몇 개월 전 시리아 정부군과 러시아의 폭격으로 폐허가 되다시피 한 시리아 북서부에 있는 카프르 나블이다.

시리아 반군의 점령지역이었던 카프르 나블은 지난 10월 러시아군의 무차별 폭격으로 병원 등 의료기관 4곳이 무너지는 등 민간시설 상당수가 파괴됐다.

당시 일부 시설에서는 의료진 등 수십명이 사망했고, 마을 주민들의 피해도 상당했다. 폭격 이전에는 주민 수가 4만 명이 넘었지만, 현재는 100명도 채 남지 않았다. 이 지역에 사는 32세 남성 살라 자르 역시 폭격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피해자 중 한 명이다.

절망 속에서 그를 보듬어 준 것은 다름 아닌 카프르 나블에 ‘함께 사는’ 길고양이들이다. 주민 자르에 따르면 이 지역에 서식하는 고양이는 수 백 마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어림잡아도 주민 수보다 많은 숫자다.

이 지역 고양이들이 모두 어디에서 왔는지는 불분명하지만, 확실한 것은 수많은 고양이를 돌볼 사람들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현실이다.

자르는 BBC와 한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 지역을 떠났고 남은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하지만 고양이들은 먹이와 물 등 보살핌이 필요하다”면서 “그래서 남은 마을 주민들이 고양이들을 맡아 돌보기 시작했다. 한 집당 적어도 15마리 이상의 고양이들을 맡아서 돌보고 있다”고 말했다.

자르는 “우리가 길을 걸을 때마다 약 20마리, 많게는 30마리의 고양이가 우리와 함께 걷는다. 일부는 집으로 함께 들어오기도 한다”면서 “우리 마을 주민들은 언제나 굶주림에 시달리지만, 이런 힘든 상황에서도 우리는 서로를 도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속적인 폭탄 테러로 사람뿐만 아니라 고양이 역시 자주 부상을 당한다. 의약품 등 모든 것이 부족하지만, 다친 고양이를 치료해주기 위해 큰 도시로 나갔다 오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 지역 주민들은 남겨진 길고양이들과 좋은 시간과 나쁜 시간, 기쁨과 고통, 그리고 수많은 두려움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한다.



자르는 “이 지역 고양이들은 우리의 인생 파트너가 되었다”면서 “만약 또다시 폭격과 같은 일이 발생해 이 지역을 떠나야 한다면, 반드시 고양이들을 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함께 갈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밴드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