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끔찍한 그날’, 컬러로 되살아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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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4년 당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끌려온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컬러로 다시 태어났다

400만 명 이상이 학살된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의 모습을 컬러사진으로 다시 볼 수 있게 됐다. 컬러로 재현된 사진 안에는 끔찍한 역사를 경험한 이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살아있다.

이번에 공개된 사진은 영국 채널4 방송국이 제작한 다큐멘터리의 일환으로, 강제 수용소 해방 75주년을 기념해 공개됐다. 37장의 사진은 최초로 컬러로 재구성돼 홀로코스트의 공포를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사진의 소유주는 1944년 당시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끌려갔다가 살아남은 릴리 제이콥이다. 헝가리의 작은 마을에 거주하던 18살 소녀는 1944년 5월 가족 모두가 강제로 아우슈비츠로 향하는 기차에 올라야 했다.

그녀의 부모와 동생 5명은 도착하자마자 가스실로 끌려갔고, 이 여성 홀로 나치의 실험실 캠프로 이동됐다. 그녀는 이곳에서 로켓 미사일을 만드는데 필요한 허드렛일을 돕도록 강요받았다.

그러던 중 전염병인 발진 티푸스 진단을 받고 작은 막사에 격리됐는데, 이곳에서 극심한 추위를 견디려 옷가지와 덮을 것을 찾던 중 앨범 한 권을 발견했다. 그리고 앨범에서 눈을 뗄 수 없는 사진 한 장을 찾았다. 바로 수용소에 도착하자마자 헤어졌던 동생들(각각 8세, 10세)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었다.

▲ 릴리 제이콥이 우연히 앨범에서 발견한 동생들의 사진. 두 동생은 부모님 및 다른 형제 세 명과 함께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도착한 직후 가스실로 끌려가 목숨을 잃었다.

독일 사진작가가 촬영한 것으로 알려진 해당 사진에는 릴리의 헤어진 가족뿐만 아니라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끌려와 억울한 죽음을 맞아야 했던 수많은 이들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일가족으로 보이는 남성과 여성, 아이들이 줄을 서서 죽음과 생존을 결정하는 나치의 명령을 절망스럽게 기다리는 모습도 있다.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릴리는 이후 결혼해 미국으로 이주한 뒤 자신이 경험한 공포를 잊기 위해 새 삶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녀가 ‘특별한 앨범’을 가지고 있다는 소식이 아우슈비츠 생존자들 사이에 퍼졌고, 전 세계 흩어져 있던 생존자들이 하나 둘 릴리를 찾아오기 시작했다. 가족의 생사를 알지 못한 채 애타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생존자 또는 희생자의 가족이었다.

이들은 눈물로 붉어진 눈으로 혹시나 앨범에 가족의 마지막 모습을 담은 사진이 있는지 찾고 또 찾았다. 간혹, 매우 드물게, 누군가는 릴리처럼 앨범에서 가족의 사진을 찾을 수 있었고, 릴리는 그런 생존자에게 사진을 건넸다.



릴리는 1999년에 세상을 떠났지만, 그녀가 간직하던 앨범은 ‘불멸’의 상태로 여전히 세상에 살아있다. 그중 일부가 컬러로 재현되면서, 나치의 사악하고 끔찍한 역사는 시간이 흘러도 지워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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