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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과학] 당 분자로 바이러스 파괴 성공…새 항바이러스제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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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괴되기 전(왼쪽)과 파괴된 후(오른쪽)의 바이러스 전자 현미경 사진. 출처=맨체스터 대학

항생제와 항바이러스제의 개발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항생제나 항바이러스제에 반응하지 않는 내성균의 출현은 21세기 의료 현장에 가장 큰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더구나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기도 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나 메르스처럼 새로운 바이러스가 출현해 큰 문제를 만드는 경우도 있다. 이에 따라 여러 종류의 바이러스에 효과적인 광범위 항바이러스제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항바이러스제의 가장 흔한 기전은 바이러스가 유전자를 복제할 때 끼어 들어가 방해하는 물질로 바이러스가 복제할 때만 바이러스를 억제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복제하지 않고 조용히 있는 바이러스에는 아무 효과가 없는 것이다. 박테리아와 달리 바이러스는 지속적으로 생명 활동을 하는 완전한 생명체가 아니기 때문에 증식하지 않고 조용히 지내는 경우 파괴하기가 어려웠다.

맨체스터 대학, 제네바 대학, 스위스 로잔 연방 공과대학(EPEL)의 합동 연구팀은 바이러스의 외피와 결합해 바이러스를 파괴하는 물질을 개발했다. 이들이 주목한 것은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당(sugar) 분자인 사이클로덱스트린(cyclodextrin)이다. 사이클로덱스트린은 여러 개의 당 분자가 고리 형태로 결합한 물질로 식품첨가제로 사용되는 안전한 물질이다. 연구팀은 이 물질을 변형해 바이러스 외피와 결합하게 한 후 이를 파괴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다.

연구 결과 개조된 사이클로덱스트린은 실험실 환경에서 단순포진 바이러스(herpes simplex virus), 호흡기세포 융합 바이러스(respiratory syncytial virus), 뎅기 바이러스, 지카 바이러스 같은 다양한 바이러스를 파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요한 것은 바이러스가 자기 복제를 하지 않을 때도 파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비슷한 방식의 항바이러스 물질은 이전에도 개발되었지만, 세포 독성이 있어 사람에게 약물로 투여하기 곤란했다. 하지만 사이클로덱스트린은 안전한 물질로 부작용이 적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실제 인체에 약물로 투여했을 때 효과적으로 바이러스를 제거하고 심각한 부작용이 없을지는 임상 시험을 진행하기 전까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다양한 바이러스에 대해 효과적인 광범위 항바이러스제의 필요성은 계속 커지고 있기 때문에 연구팀은 이 방법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서 보듯이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 질병은 매우 빠른 속도로 확산할 수 있으며 국제적인 위기로 진행할 수 있다. 다양한 바이러스에 효과적인 새로운 항바이러스제가 필요한 이유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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