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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잼 사이언스] 검은나비 날개는 빛 99.94% 흡수…완벽한 검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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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은나비 날개는 빛 99.94% 흡수…완벽한 검은색(사진=리처드 스티크니/더럼 생명과학박물관)

검은나비의 날개에는 가시광의 99.94%를 흡수하는 나노구조가 숨겨져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얼마 전까지 가장 완벽한 검은색으로 불린 반타블랙의 흡수율인 99.965%에 필적한다. 현재 흡수율 99.995%를 자랑하는 탄소나노튜브(CNT)가 개발됐지만, 자연계에서는 나비 날개보다 검은색은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 듀크대 생물학과 연구진은 아시아와 중남미 등 세계에서 검은나비 10종을 채집해 날개의 흑도(blackness·복사율)를 조사했다. 이들 나비 중 가장 검은 개체를 ‘울트라 블랙’(ultra-black), 중간 수준으로 검은 개체를 ‘레귤러 블랙’(regular black), 덜 검은 개체를 ‘다크 브라운’(dark brown)으로 분류했다.

▲ 나비 날개의 검은색은 일반적인 검은색보다 10~100배 더 검다.(사진=더크휴먼K1966·바너드 듀폰)

그 결과, 이들 날개는 일반적으로 복사율이 높은 물질로 알려진 숯이나 아스팔트 또는 검은색 벨벳보다 각각 10~100배 더 검은 것으로 나타났다.

▲ 나비 날개의 구조를 전자현미경으로 150배부터 5만배까지 확대해 관찰한 모습.(사진=알렉스 데이비스/듀크대)

▲ 울트라 블랙에 속하는 나비 날개의 구조는 레귤러 블랙의 것보다 융기선은 매우 가파르며 아래 기둥 조직도 더 깊고 굵은 것으로 나타났다.(사진=알렉스 데이비스/듀크대)

또 이들 연구자는 이런 결과가 나온 비밀을 밝히기 위해 각 나비의 날개를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했는데 그 표면의 나노 구조가 스펀지(해면)나 그물 모양이며, 2층 구조처럼 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상부는 일정한 간격으로 즐비한 융기선과 그 사이 구멍으로 돼 있으며 하부는 상부를 지탱하는 기둥 같은 조직으로 돼 있다.

이전에는 이들 기둥 사이 벌집 모양의 구멍은 복사율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예상됐지만, 오히려 융기선과 기둥이 중요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이번 연구에 참여한 쇤케 존슨 교수는 설명했다.



이들 연구자가 울트라 블랙에 속하는 나노 구조를 레귤러 블랙의 것과 비교했더니 융기선은 매우 가파르며 아래 기둥 조직도 더 깊고 굵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이들은 컴퓨터 모델을 이용해 융기선과 기둥 조직이 없는 경우를 시뮬레이션했다. 그 결과, 원래 상태보다 가시광선을 16배 반사하기 시작했다. 이는 울트라 블랙의 날개가 다크 브라운 수준까지 밝아진 것에 해당한다.

이에 대해 이번 연구 주저자인 알렉스 데이비스 연구원은 “이런 구조적 변화가 빛을 흡수하기 위한 표면적을 늘린다는 점을 고려할 때 나비의 날개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탄소나노튜브 등과 똑같은 설계 원리로 작동한다고 결론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나비 날개의 구조 메커니즘은 앞으로 여러 분야에서 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나비 날개는 탄소나노튜브보다 몇 배 얇은 몇 미크로미터(㎛) 수준이므로, 그 구조가 규명되면 무게를 늘리지 않고 높은 흡수율을 유지하는 물질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이런 연구는 고성능 태양전지판(솔라패널)이나 망원경 또는 항공기 위장에 이용될 가능성도 있다.

▲ 영국 서리 나노시스템스가 만들어낸 ‘반타 블랙’.(사진=서리 나노시스템스)

▲ ‘리뎀션 오브 베니티’(Redemption of Vanity). 신소재인 탄소나노튜브(CNT)를 만드는 공정에서 우연히 만들어진 이 탄소 구조물은 가장 완벽한 검은색으로 불린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과 한 예술가는 16.78캐럿 옐로 다이아몬드를 이 물질로 코팅했다.(사진=MIT 뉴스)

자세한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최신호(10일자)에 실렸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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