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연구

자신보다 큰 ‘10m 혹등고래’ 사냥하는 상어 최초 포착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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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보다 큰 ‘10m 혹등고래’ 사냥하는 상어 최초 포착(사진=내셔널지오그래픽/어스터치)

백상아리 한 마리가 자신보다 몸집이 훨씬 더 큰 한 혹등고래를 사냥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 남부 이스턴 케이프주(州) 포트엘리자베스 근해에서 현지 상어 연구단체 ‘블루 와일더니스’(Blue Wilderness)는 최근 몸길이 약 3.9m의 백상아리 한 마리가 몸길이 약 10m의 혹등고래를 습격해 사냥하는 이례적인 모습을 드론(무인항공기)으로 촬영했다고 밝혔다.

▲ 상어의 고래 사냥 모습이 포착된 포트엘리자베스 근해 위치.(사진=메일온라인)

보기 드문 사냥 현장을 포착한 현지 해양 생물학자인 라이언 존슨 블루 와일더니스 공동설립자는 이 상어의 공격은 고래가 질식사할 때까지 거의 50분간 이어졌다고 말했다.

남아공 프리토리아대 동물학·곤충학 박사후보이기도 한 존슨 설립자에 따르면, 상어는 처음에 고래의 가장 취약한 신체 부분인 꼬리 쪽 동맥(또는 정맥)을 날카로운 이빨로 절단한 뒤 더 깊은 바닷속으로 끌어당겨 익사하게 했다.



혹등고래는 육중한 몸집과 강력한 꼬리 덕분에 상어의 습격을 막고 심지어 공격할 수 있다고 알려졌기에 이번처럼 이들 포유류가 희생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물론 이번에 희생된 고래는 건강 상태가 그리 좋지는 않았던 것으로 여겨진다. 고래는 무리와 떨어져 외톨이 상태였고 피부는 따개비와 고래 이(기생 갑각류)로 뒤덮여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존슨 설립자와 그의 동료들은 지난 2013년부터 남아공 해역에서 백상아리 등 상어의 생태를 관찰해 왔다. 그중 이번에 고래 사냥에 성공한 백상아리 역시 이들 연구자의 관찰 대상 중 하나다.

‘헬렌’이라고 명명된 이 상어는 처음에 고래 꼬리 쪽을 공격해 과다출혈이 되도록 했다. 첫 습격에 성공한 뒤 고래가 약해질 때까지 피를 흘리도록 놔뒀다. 이후 30분쯤 지나 공격을 재개했다. 이때부터 헬렌은 혹등고래의 머리 쪽을 공격해 이 거대 동물이 수면 위로 올라가지 못하도록 했다. 상어는 고래보다 훨씬 작았지만 이런 전략적인 방법으로 사냥에 성공할 수 있었다.

▲ 남아공 해양 생물학자 라이언 존슨의 모습.(사진=블루 와일더니스)

이에 대해 존슨 설립자는 영국 ‘더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헬렌은 이번 사냥에서 매우 전략적이고 망설임 없이 행동했다. 그녀는 마치 이 고래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다 자란 혹등고래 한 마리가 한 백상아리에게 사냥당하는 모습은 이번에 처음 영상으로 포착됐지만, 이와 비슷한 사례가 올해 초 연구 논문으로 발표된 바 있다. 당시 논문에는 2017년 2월 17일 남아공 해양연구소 연구용 선박의 연구자들이 모셀 베이 근처에서 어망에 몸이 걸려 제대로 먹지 못해 건강이 심각하게 나빠진 혹등고래 한 마리가 백상아리에게 습격당한 모습을 목격하고 이를 분석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당시 연구진은 논문에 “우리는 이 사례가 고래가 어망에 걸쳐 몸 상태가 나빠진 결과 탓에 발생한 특이한 것임을 알고 있다. 따라서 이 사례를 살아있는 고래를 모든 백상아리가 공격한다고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면서 “그렇지만 이번 연구는 백상아리와 고래 사이에서 드물게 관찰되는 상 작용에 따른 결과를 제시한다”고 명시했다.

한편 백상아리의 사냥터였던 남아공 해역에서는 지난 몇 년간 백상아리의 개체 수가 급격히 줄었다. 2018년 이후 케이프타운의 폴스 베이에서는 백상아리의 모습이 단 한 차례밖에 목격되지 않았다.

▲ 불과 2주 전 남아공의 한 해안에서는 거대한 백상아리 사체 한 구가 발견됐는데, 범고래의 전형적인 소행으로 보이는 특징이 남아 있다.(사진=마린 다이내믹스)

이는 이들 상어를 사냥해온 범고래들이 목격되는 사례가 늘면서 개체 수가 줄거나 다른 곳으로 떠난 것으로 여겨진다. 불과 2주 전 남아공의 한 해안에서는 거대한 백상아리 사체 한 구가 발견됐는데, 범고래의 전형적인 소행으로 보이는 특징이 남아 있다. 두 가슴지느러미 사이가 찢겨 간과 심장이 사라진 것이다. 범고래들은 백상아리의 간을 별미로 즐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지역에는 범고래 한 쌍이 서식하고 있는데 이들 때문에 상어들이 접근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영상은 오는 17일 내셔널지오그래픽 와일드 채널에서 방영하는 다큐멘터리 ‘상어 대 고래’에서 등장할 예정이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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