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피플+

[월드피플+] 75년 전 영상에 본인 모습이…96세 홀로코스트 생존자의 사연

작성 2020.09.01 14:09 ㅣ 수정 2020.09.01 14:19
페이스북 공유 트위터 공유 카카오톡 공유 네이버블로그 공유
세계 이슈 케챱 케챱 유튜브 케챱 틱톡 케챱 인스타그램
확대보기
▲ 릴리 에버트 할머니의 현재와 75년 전 스위스행에 오르던 당시의 모습.
올해 나이 96세의 홀로코스트 생존자가 75년 전 자유를 맞은 후 기쁨에 들뜬 자신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발견해 화제에 올랐다.

최근 영국 더타임스 등 현지 언론은 현재 런던에 거주하는 아우슈비츠 생존자인 릴리 에버트(96)의 기적같은 사연을 보도했다.

할머니의 젊은 시절 삶은 인류의 가장 암울했던 비극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헝가리 태생인 할머니는 과거 나치가 독일 바이마르 교외에 세운 부헨발트 강제수용소에 수용되며 잔인한 죽음을 맞을 운명에 놓였었다.

부헨발트는 우리말로 ‘너도밤나무 숲’이라는 아름다운 뜻이지만 무려 5만 명 이상의 희생자를 낳은 악명높은 곳이다. 할머니의 엄마와 남동생, 여동생이 모든 이곳에서 운명을 달리했을 정도.

하루하루 죽음의 그림자 속에 살았던 할머니의 운명이 바뀐 것은 나치가 패망하면서다. 1945년 4월 할머니는 연합군의 도움으로 죽음의 소굴에서 벗어나 2개월 후 수많은 다른 수용자들과 함께 스위스로 향하는 기차에 오르며 자유를 얻어 지금에 이르렀다.

확대보기
▲ 할머니와 증손자, 행운을 비는 글이 담긴 지폐와 당시 도움을 준 미군의 모습
할머니의 사연이 화제가 된 것은 증손자인 도브 포먼(16) 덕이다. 1945년 당시 나치의 압제에서 풀려난 후 할머니는 처음 만난 한 미군에게 행운을 비는 글이 담긴 독일 지폐를 받았다. 그 지폐에는 '새로운 삶의 시작, 행운과 행복을 빈다'라고 적혀있었다.

할머니는 "강제수용소에서 해방된 후 우리는 식량도 물도 없이 큰 고통을 겪었다"면서 "그때 미군들을 만났고 그중 한 명이 이같은 지폐를 나에게 건넸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는 우리에게 친절을 베풀어 준 첫번째 사람이었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오랜시간 할머니의 마음 속에 소중하게 간직된 지폐에 얽힌 사연은 증손자인 포먼에게 전해졌고 그는 곧 이 사실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며 그때 그 군인 찾기에 나섰다.

그리고 놀랍게도 얼마 후 사람들의 '좋아요'를 타고 지폐를 건넨 은인이 밝혀졌다. 화제의 주인공은 과거 뉴욕에 살았던 하이먼 슐만. 그러나 그는 7년 전 세상을 떠나면서 두 사람의 오랜 인연은 이어지지 못했다.

확대보기
▲ 75년 전 스위스행 열차에 오르기 전 촬영된 영상
그리고 최근 또다시 놀라운 영상이 증손자 포먼의 노력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1945년 6월 당시 스위스행 열차에 오르던 당시를 기록한 역사적인 필름 속에서 할머니를 찾아낸 것. 포먼은 "오래된 지폐 덕에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됐고 미국 홀로코스트 박물관에 소장된 영상 속에서 할머니를 찾았다"면서 "영상을 보자마자 할머니라는 것을 알았고 놀라움과 충격도 받았다"고 밝혔다.


물론 이 영상을 보고 가장 기뻐한 것은 할머니였다. 할머니는 "당시 영상이 촬영되고 있다는 사실도 몰라 이 필름의 존재 자체를 알 수 없었다"면서 "처음 영상을 본 순간 믿을 수 없는 모습이 펼쳐졌다"며 놀라워했다. 이어 "자유를 찾아 떠나던 당시 너무나도 행복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추천! 인기기사
  • “포기란 없다”…비트코인 ‘7600억원 어치’ 실수로 버린
  • “나 아직 안죽었다”…보이저 1호 240억㎞ 거리서 ‘통신’
  • 나홀로 사냥…단 2분만에 백상아리 간만 쏙 빼먹는 범고래
  • 美 언론 “KF-21 공중급유 첫 성공, 인상적인 속도로 발
  • 죄수 출신 바그너 용병들, 사면 후 고향 오자마자 또 성범죄
  • 정체불명 ‘금속기둥’ 모노리스, 웨일스 언덕서 발견
  • 노브라로 자녀 학교 간 캐나다 20대 엄마 “교사가 창피”
  • 우크라도 ‘용의 이빨’ 깔며 방어전 돌입…전쟁 장기화 양상
  • “감사하다”…인도서 8명에 집단 강간 당한 女관광객, 얼굴
  • 미사일 한 방으로 ‘1조원어치 무기’ 박살…푸틴의 자랑 ‘이
  • 나우뉴스 CI
    • 광화문 사옥: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 124 (태평로1가 25) , 강남 사옥: 서울시 서초구 양재대로2길 22-16 (우면동 782)
      등록번호 : 서울 아01181  |  등록(발행)일자 : 2010.03.23  |  발행인 : 곽태헌 · 편집인 : 김성수
    • Copyright ⓒ 서울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 Tel (02)2000-9000